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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이슈분석]트럼프와 김정은의 사랑 이야기, 그 4가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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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트럼프와 김정은의 사랑 이야기, 그 4가지 관전 포인트

기사작성 2018.10.04 22:23
최종수정 2018.10.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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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png▲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직전 김책공대 교수·연구사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방송한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쳐(왼쪽)와 지난 6월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김정은 사랑론’은 해프닝이 아니라 본질을 함축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정국과 관련해 급기야 폭탄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을 거론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밝혔다. 충격적인 일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의 대통령이 수십 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정치시스템을 유지해 세습 독재자와의 러브 라인을 선포하는 것은 기괴한 느낌을 준다. 

그를  압박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시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그런 세계인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김 위원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대북경제제재의 수위를 높여갔다. 연초부터 시작된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이라는 ‘일괄타결’ 원칙을 고수해왔다.

일괄타결이란 뭔가. 강자가 약자를 향해 강요하는 힘의 논리이다. 내 명령에 복종하고 나면 선물을 주겠다는 오만함이 그 본질이다.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감정적 유대감을 전제로 한다. 정서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한다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다. 트럼프가 어떤 친미 국가의 지도자에게도 그런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다.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도 부시에게 “사랑한다”는 말 못들어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재임 중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로 인해 ‘부시의 푸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부시도 트럼프 못지않게 즉흥적이고 농담을 즐기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동원한 적이 없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발언’은 가십성 해프닝이 아니다. 중요한 본질의 변화를 담고 있다. 그 변화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학자 니체가 순환론적 역사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했던 개념인 ‘파괴와 창조’의 순간이다. 북중동맹 대 한미일 동맹이 대결해온 냉전적 구도가 파괴되고 새로운 국제정치 지형의 탄생까지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은 본질적 균열의 관전 포인트는 4가지이다.

첫째, 사랑 발언 이후 감지되는 비핵화 방식의 변화 조짐

단계적 해법 거론 빈도 높아지고 ‘비핵화 시간표 포기’는 확정적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발언 직후 북한 비핵화 해법의 변동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우선 ‘단계적 비핵화’ 시나리오가 미국의 주류언론에 빈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영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단행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 조항은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의 표명이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요구한 대목이다. 트럼프가 기존의 일괄타결 방식을 포기하고 북한이 주장해온 주고받기식 단계적 비핵화 트랙으로 가자는 주문인 것이다.

평양 공동선언 당시만 해도 이 조항은 미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그런 예상과 정반대이다. 미 행정부와 백악관 안팎의 분위기가 우호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을 암시했다”며 “만일 종전선언 등과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북한이 이렇게 대응한다면 비핵화를 향한 거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사실상 ‘빅딜’을 제안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앞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발언이 한미공조 균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비둘기파인 강 장관의 스타일상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서와 역행하는 발언을 쏟아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7일 4차 방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의 ‘비핵화 시간표 포기’ 발언은 강 장관의 빅딜 제안과 동전의 양면이다. 비핵화 시간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면 시간을 두고 단계적 해법은 일정 시점에 채택이 가능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는 장기적인 문제이고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빨리 이뤄지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시간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시간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2021년 (비핵화 완성)에 대한 나의 발언은 나의 것이 아니다"며 "그것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상들에 의해 만들어진 발언이고 나는 그것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북핵 협상 타결에 도달하는데 2년, 3년이 걸리든 또는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시간표를 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둘째,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초로 북한 최고권력자와 정상회담 정례화?

비핵화 협상과정 잡음이 북미관계 정상화 평가절하 명분 안돼

둘째, 제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지구촌을 지배해왔던 냉전체제의 완전한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통일 독일이 출범하고, 구 소련이 멸망해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냉전체제는 더 이상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가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유일하게 냉전적 대립을 유지해왔다. 자본주의 체제인 한국과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 군사적 정치적으로 대결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중 한반도 냉전의 한 축인 북한 최고 지도자와 만나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이었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 미 대통령도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만난 적조차 없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제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다. 그 장소가 워싱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 협상 과정상의 줄다리기 혹은 잡음으로 인해 이 같은 역사적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나무에 눈이 멀어 숲을 보지 못하는 태도이다.

물론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 모색이 일거에 과거의 파괴적 대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은 확률론적으로 결정된다는 복잡계 이론을 굳이 동원하지 않아도 북미가 새로운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가능성은 50퍼센트를 훨씬 넘는다.

셋째, 북한 체제 스스로 변화 선택, 3세 세습독재자가 ‘정상국가’ 선택

김정은, ‘공산당 1당 독재-시장경제’라는 중국식 모델 추구

셋째, 북한체제 스스로도 변화를 선택했음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국가’를 향한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이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독재정권을 유지해야 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결여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북한 비핵화가 1, 2년 내에 완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철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 환경을 조성해나갈 경우, 북한 체제의 변화와 비핵화가 연관변수로서 지속될 확률은 높다. 김 위원장이 그리는 북한의 미래는 ‘중국식 모델’로 보여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민주화되던 중국정치체제를 ‘1인 지배체제’로 역전시키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공산당 1당 독재-시장경제’라는 모순적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해나가기 위해서 북미수교, 남북경협이라는 외교적 성과물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이제 와서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회의론자들의 지적을 합리성의 논리로 반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평양 김책공업종합대(김책공대)를 방문해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을 지시하면서 교직원들에게 90도에 가깝게 머리를 숙여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지난달 29일 조선중앙TV로 공개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 발표 등에서도 고개 숙여 인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겸손한 인사법을 공개한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홍보행위이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결과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중 위에 군림하는 위치에서 서구적인 의미의 정치 지도자로 변신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트럼프의 ‘사랑론’은 미중 대결구도 속 ‘입술 국가’ 훔치기 전략

'북중동맹' 대 '한미일 동맹'이 대결해온 동북아 정세에 지각변동

넷째, 비핵화 정국을 넘어서는 동북아 정세의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 중국이 소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부르는 북중관계 흔들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발언에 내포된 정치적 계산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철권 통치자이다.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이 짜놓은 이란 비핵화 해법이 엉터리라면서 ‘무효’를 선언하는 인물이다. 미국의 중동 석유패권에 방해되면서 이슬람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의심되는 이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강공으로 응징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북한은 의미가 다르다. 북미수교를 할 경우 미국의 최대 정적 국가인 중국을 흔들 수 있다. 중국의 ‘입술 국가’인 북한과 키스를 나눌 경우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곤혹스럽게 된다.

트럼프가 ‘사랑’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찬사를 퍼붓는 것은 북한 카드가 지닌 이 같은 효과 때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친미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핵무기 보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줬다. 핵비확산조약(NPT)의 예외로 인정해준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미중간의 정치경제적 대결 구도 속에서 효용이 높은 북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수준의 ‘호의’를 선물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동북아에서 수십 년간 지속돼온 ‘북중 동맹’ 대 ‘한미일 동맹’의 대결구도가 미국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균열을 일으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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