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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KRINS 특별 기고] ① 남북 평양선언의 핵·미사일 합의 의미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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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NS 특별 기고] ① 남북 평양선언의 핵·미사일 합의 의미와 문제

기사작성 2018.10.11 10:09
최종수정 2018.10.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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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합의1.png▲ 지난달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선언'을 발표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 정상은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평양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버금갈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나 일부에서는 남북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큰 문서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이 군사전문가들과 정책토론회를 거쳐 정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정리=김한경 총괄 에디터)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 등 군사전문가들 열띤 토론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① 남북 평양선언에서 핵 및 미사일 관련 합의의 의미와 문제를 살펴보고, ② 남북 군사합의의 의미와 문제를 알아본 다음, ③ 이번 합의에서 군사작전 면의 제한사항과 해법은 무엇인지 전문가적 시각에서 정리하였다.

KRINS는 합참의장 및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이상희 원장이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의 안보분야 싱크탱크 중 하나로서,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김경덕 전 국방개혁실장(예비역 육군소장),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중장), 문성묵 전 군비통제차장(예비역 육군준장),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중장), 김정식 전 공군작전사령관(예비역 공군중장) 등이 참여했다.

북한이 언급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점에 유념해야

1990년 초부터 20여 년간 이어진 북한 비핵화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비핵화를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벌며 국제사회를 기만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보유하던 전술 핵무기는 철수한 반면,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지난해 11월말 핵 무력 완성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금년부터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은 금년 들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북한도 핵 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여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북한이 언급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 의미는 일방적인 핵 포기가 아니라 미국이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 단계적·동시적으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 협상 성과는 북한이 얼마나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관건

지난해 말부터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비핵화 행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상응 조치 없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만 강요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미·북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고,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비핵화 관련 합의를 도출했다. 일단 동창리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성과는 향후 북·미간 협상이 재개되면서 북한이 얼마나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비핵화 단계별로 조건 걸어 미국의 상응 조치 견인하려는 의도 엿보여

평양선언에 담긴 북한의 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가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며 한국을 배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함께 비핵화를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의제는 후순위에 두면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열망을 공동 표명토록 함으로써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대적으로 격하시키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에 한국 정부를 최대한 활용했다.

또한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조건을 걸어 미국의 상응 조치를 견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이 새로운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행동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미래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한 것으로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행동을 불가역적 조치로 간주하고 북한 주장에 맞춰 중재하면서 미국에 종전선언 수용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북한은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어 단계마다 협상을 질질 끌어가면서 보상을 받고 미국의 차기정권으로 넘겨 종국에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북한의 이런 의도는 9월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종전선언은 대북제재 완화 및 한·미동맹 약화 등 노림수 갖고 있어

이러한 의도와 함께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같이 북한이 보여준 가역적 행동들을 보상해주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해줌으로써 한·미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며 국제 비확산체제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종전선언을 한 이후에는 북한이 약속을 어기더라도 미국은 한·미 연합연습 재개와 추가 대북 제재조치 이행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이 미국의 조치를 적대행위로 간주해 핵무기 생산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재개할 명분을 얻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은 ‘현재 핵’을 신고 또는 반출하기 전에 체제 안전보장을 내세워 미국의 핵 능력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건에서만 자신들의 핵능력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및 확장 억제력 제공 공약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고 평소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하는 결과 초래 우려돼

북한이 미국의 핵 전략자산 운용의 주체인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여기서 지난 9월 20일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남북정상의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수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한국과 미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북한 비핵화’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핵으로 인해 지금의 모든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핵’이란 인식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종전선언이 잠시 평화를 담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핵능력을 확장하도록 허용해 궁극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다.

평양선언 비핵화 합의 이행돼도 북한의 현재 핵능력 그대로 남아

이와 같은 의도를 가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국에 매우 심각하다. 북한은 현재 약 1,000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스커드와 노동 계열의 미사일은 한국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실전능력이 검증된 이 미사일들에 핵탄두를 탑재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평양선언의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도 북한의 현재 핵능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한국은 안전하지 않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즉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미국의 문제이기 이전에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중재자’ 역할에서 ‘당사자’ 입장으로 전환해 미국을 설득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북한에 직접 요구하고 압박하는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향후 정상회담 성과 있어도 북한 위협 감소됐는지 검증하고 대비해야

또한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의 비핵화 속도보다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재래식 군비통제 논의도 성급하게 진전시키지 않아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더라도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실제로 감소되었는지 냉정하게 검증하고 대비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이후 발생할 도전요인들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쟁을 치룬 상대가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만으로는 위협이 소멸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태세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 또한 국군의 날 경축 오찬 연설에서 “우리가 가는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예상하기 어렵기에 어느 때보다 튼튼한 국방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힘이 있고 우리를 지킬 수 있을 때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khopes58@security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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