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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KRINS 특별 기고] ② 남북 평양선언의 군사합의 의미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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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NS 특별 기고] ② 남북 평양선언의 군사합의 의미와 문제

기사작성 2018.10.12 08:59
최종수정 2018.10.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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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1.png▲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 정상은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평양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버금갈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나 일부에서는 남북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큰 문서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이 군사전문가들과 정책토론회를 거쳐 정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정리=김한경 총괄 에디터)

과거 북한은 경제적 실익 없으면 군사적 신뢰구축에 별다른 관심 없어

남북 간 군사합의는 19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 부속합의서’, 2000년대 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 및 합의서, 남북관리구역의 군사보장합의서 등에 담겨 있다. 1990년대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않았고, 2000년대 합의사항은 부분적으로 이행됐다. 그동안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대남적화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협상에 임한 것이어서 군사적 신뢰구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00년 9월 개최된 제1차 국방장관회담 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남조선 군대는 군사주권이 미국에 있어 허수아비이니 “한반도 군사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강변하면서 군사적 신뢰구축 협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철도 및 도로 연결을 비롯해 경제적 실익이 되는 일이거나 대북 확성기 철거, 북방한계선과 정전체제 무실화, 한·미 대비태세 약화 등에는 적극적 태도로 임해왔다. 

이번 평양선언의 군사분야 합의서와 연관되어 북한이 그동안 군사협상에서 집요하게 기도해왔던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군사협상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분야의 전력 약화 노려

첫째, 북한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분야의 전력 약화를 노렸다. 북한은 1992년 8월 불가침 부속합의서의 최종 타결과정에서 군사분계선 일대 무력증강 중지, 정찰활동 금지 등을 요구했다. 우리가 수용하지 않자 부속합의서를 타결할 수 없다고 협박해 결국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명기한 바 있었다. 그 당시 요구를 금년에 집요하게 주장해 급기야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게 만들었다.

북한은 이번 군사합의 1조 1항에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 증강, 봉쇄·차단, 정찰행위 중지 등 북한이 불리한 문제들을 계속 논의하기로 명기했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26년 만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이제 북한은 우리가 우세한 공중정찰 역량을 묶어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기습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군축 의제들은 아예 이번 합의서에 담지 말았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이행되면 장사정포 같은 상호 위협적인 무기와 병력 감축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의 이행을 철저히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한·미 연합 대화력전 체계를 무장 해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해상도발과 군사협상 통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기도해

둘째, 해상도발과 군사협상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기도했다. NLL은 1953년 이후 60여 년 동안 해상에서 남과 북의 군사력을 분리시켜온 해상분계선이다. 그러나 북한은 불가침 부속합의서 타결과정에서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는 조항 삽입을 요구했고, 당시 노태우 정부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우를 범했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도발 직후 북한은 새로운 경계선 설정을 제안했으나 우리가 수용하지 않았고, 2006년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관한 협상 시 새로운 경계선 설정부터 협의하자고 주장해 ‘등거리 등면적’ 입장을 고수한 우리와 접점을 찾지 못했다. 2007년 10·4선언 합의 이후 북한은 NLL과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비계선’ 사이 수역을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해 협상은 또 결렬됐다.

그런데 이번 군사합의에서 적대행위금지수역 설정 시 NLL 기준으로 북쪽보다 남쪽이 훨씬 넓은 면적을 포함시키는 불균형이 나타나 북한의 NLL 무실화 주장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전협정 체제와 유엔사를 무력화시키려고 다양한 방법 시도해

셋째, 정전협정 체제와 유엔사를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해 왔다. 북한은 1990년 군사정전위 유엔군 측 수석대표에 한국군 장성이 임명되자 군사정전위 본회의를 보이콧했고, 2013년에는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유엔사 요원들이 비무장지대에 설정된 남북관리구역에서 관할권을 행사하려 할 때마다 반발하는 태도를 보였고, 유엔사는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이라며 해체를 요구해 왔다.

반면 2000년 9월 철도 및 도로 연결에 관한 의제 논의과정에서는 우리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라며 유엔사 측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하시라도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군사합의 사항인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공동 유해 발굴, 역사유적 공동 발굴,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은 정전협정의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이를 유엔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비방하면서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질적 우위의 군사능력 양보해 ‘힘의 균형’ 무너져

이러한 북한의 기도를 바탕으로 이번의 남북 군사합의를 평가해 보면, 정부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자평하는 한편, 북한의 황당한 요구에 대해 군사적 차원에서 고심한 흔적도 일부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질적 우위를 가진 군사능력과 태세를 양보해 남북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한 축인 ‘압박과 강요’ 전략을 버릴 작정을 하지 않으면 나타날 수 없는 결과다. 남북 간 상호주의 원칙도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내부의 정치 리더십과 군사 리더십 간의 논의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작전 현장의 주요 지휘관들이 이번 발표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만 보더라도 그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공간 적대행위 차단과 이행 검증 통제할 방안 등도 명시되지 않아

특히 중대한 결함은 북한 핵과 화생무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합의사항을 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래식 군비통제에 대한 합의는 의미와 기능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이버공간에서 적대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행을 상호 검증하고 통제할 구체적 방안과 제도적 장치가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번 군사합의에 대해 유엔군사령관이자 연합군사령관인 브룩스 대장은 “유엔군사령관 입장에서는 좋지만 연합군사령관 입장에서는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책임을 가진 유엔군사령관이지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침략 시 군사작전을 통해 승리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연합군사령관이기 때문이다.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국방부는 유엔사와 52차례나 협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엔사의 동의가 있었는지, 또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억제력과 대응력 측면에서 연합사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명료하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전화하여 “남북 군사합의 관련해 외교채널 간 정보 공유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해진다.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khopes58@security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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