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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⑤ 대성산 진지공사장에 만개한 전우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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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⑤ 대성산 진지공사장에 만개한 전우애의 추억

기사작성 2018.10.19 10:13
최종수정 2018.10.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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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텐트.png▲ 필자의 소대장시절 야외숙영하던 A형텐트 안에서
 
 
직업군인으로서의 삶은 보람과 고난의 길입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도 직업으로서의 군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청춘들을 위해 '직업군인 사용설명서'를 작성합니다. 필자가 지난 1974년부터 썼던 17권의 일기장에 담았던 사적인 기록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달합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장으로 전역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필자의 경험을 통해 직업군인의 현실과 이상을 발견하길 기원합니다. <편집자 주>

대성산(1175m), 적근산(1073m) 기슭의 이천평 하늘아래 주둔하는 최전방 산악부대
진지공사 현장에서의 조촐한 중대장 생일파티, 철모에 머루와 다래 그리고 감동을 담아  
(시큐리티팩트 = 김희철 안보전문기자)
 
GOP전방에서도 최고 오지이며 장교 유배지로 호칭되었던 승리부대는 대성산(1175m), 적근산(1073m)과 복주산(1057m) 1,000고지가 넘는 산악으로 이루어져있다. 군부대가 주둔하는 곳에는 어둔 밤을 대낮같이, 산악을 평지 같이라는 표어가 쉽게 눈에 띈다.
 
천고지가 넘는 산기슭의 계곡에 주둔하는 군부대에서는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옆을 봐도 오직 산만 있어 하늘이 이천평 밖에 안보인다. 당연히 이곳을 지키려면 산악을 평지같이 생각하고 활동해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이천평 하늘아래에서 생활하다보니 낮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밤을 낮같이생활해야 쉽게 적응한다. 그 덕택에 겨울이 길어지다보니 곳곳에 얼음계곡이 많다. 한여름에도 얼음골에서 흐르는 물은 얼음물같이 차고 공기는 춥게 느껴진다.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칠즈음 소대원들과 정도 쌓여가고 제법 소대장의 눈빛만 봐도 소대원들이 행동으로 옮겨질 정도로 숙달되어 가고 있었다. 11월이 되면 연대 전술훈련 평가가 있어 중대는 조금 이른 시기에 추계진지공사에 투입되었다.
 
부대 주둔지에서 1~3시간씩 이동하면 하루 공사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통상 진지 후사면 집결지 또는 진지에서 숙영하며 공사를 한다. 때마침 육군참모총장이 진지공사를 강조해서 상급 지휘관들의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였다.
 
진지 자체의 보수공사도 중요하지만, 사격할 수 있도록 시계를 확보하는 사계청소와 동계에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지뢰지대에 나무, 깡통, 밀집으로 만든 것으로 지뢰공에 미리 매설하여 땅이 얼어도 쉽게 지뢰를 매설할 수 있도록 지뢰공을 준비하는 것도 많은 일거리였다.
 
대대장과 연대장이 거의 매일 현장지도를 나오고 하루는 사단장도 진지공사 현장을 순시했다. 물론 대대지휘소를 들려 브리핑을 받고 현장을 확인하겠다며 소대 진지를 오신 것이다. 새까만 소위가 소대 작전 계획과 병력배치 계획을 보고드리며 책임지역에 적들이 보병과 탱크가 협조된 보전공격을 해오더라도 보시는 것과 같이 이번 진지공사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여, 지뢰지대와 연계된 토우 등 화기 배치 그리고 병력에 의한 방어가 완벽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리자 허허 웃으시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또한 동계 폭설이 쉴 새 없이 내려 도로를 결빙시키면 차량 이동 및 신속한 진지 투입 등이 제한되므로 도로 제설작업용 싸리를 채취하여 빗자루도 만들어야 한다. 사회에서는 일부러 등산을 가는데 진지 공사도 하고 등산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지만 병사와 간부들은 2~4주동안 퇴근도 못하고 야전에서 숙영하다보면 수염도 덥수룩해지고 거의 거지꼴이 된다.
 
그래도 인간의 손을 타지않은 천연의 산채(머루, 다래, 더덕 등)들은 사방에 널려있어 끼니때가 되면 고추장에 더덕 한 뿌리면 완전한 웰빙식이다. 잘 익은 다래를 입에 넣을 때 톡 터지며 번져나오는 달콤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성공적으로 상급 지휘관들의 현장지도를 마치고 깜깜한 밤이 되면 각자의 텐트안에서 잠을 청한다. 해가뜨고 텐트를 젖히면 밤새 내린 이슬과 서리가 촉촉하게 깔려있어 성큼 겨울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헌데 소대장 전령이 오늘이 중대장 생일이라고 알려주었다. 심심산골에서 직속 상관의 생일인데 그냥 보내기도 아쉬웠다. 지금은 방탄 헬멧을 쓰고 활동하지만 그당시에는 알철모와 그위에 헬멧을 덮어 피탄 방지 철모를 사용했었다. 그래서 알철모는 세숫대야 대용으로도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분대장들을 조용히 집합시켜 중대장 텐트 앞으로 갔다.
 
중대장님이 2소대장입니다.”라고 보고드리자 중대장은 새벽에 소대장이 중대본부까지 직접 와서 보고드리니 무슨 큰일이라도 났는지 놀라며 텐트에서 나왔다. 그때 막 일어났는지 눈을 비비고 있었다.
 
차렷, 중대장님께 경례..”하고 일제히 생일 축가를 불렀다. 소대 전령은 알철모에 다래, 머루, 더덕을 수북히 담아 중대장에게 드렸다. 중대장은 중대원들의 작은 마음에 감동을 한 표정으로 잠시 멍해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1981년 가을 대성산 기슭의 무명 골짜기 진지공사 현장 숙영지에서 이슬이 세상을 덮어 싸늘하고 새벽 산새들만의 노래가 새벽잠을 깨우는 이른 아침에 산새들과 하모니가 된 생일 축가는 메아리가 되어 조국산하에 울려퍼졌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으로 향하는 남자들만의 진한 전우애를 느끼게 하는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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