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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美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태 전략과 한국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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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태 전략과 한국안보

기사작성 2017.03.09 15:45
최종수정 2018.01.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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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팩트=김태현 전문기자)


세계질서의 대변동과 한국외교의 삼중고
 
우리나라는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속에 국토와 민족이 분단된 지정학(地政學)적 조건과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세계를 무대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지경학(地經學)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외교의 중요성이 특히 크다. 그런데 그 지정학과 지경학에서 모두 반갑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우리 외교에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도전과 도발, 그에 따른 한반도 안보정세의 불안이다. 2016년 북한은 1월과 9월 두 차례 핵실험을 단행하고 온갖 종류의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시험발사/ 위협발사했다. 한국이 마침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결단을 내렸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여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던 봉쇄형 제재에서 북한의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주는 응징형 제재로 전환한 것이다. 9월 제5차 핵실험이후 11월 말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21호는 그 수위를 한층 강화시켰다. 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해 초 ICBM개발을 공언하더니 2월 그 전초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북극성 2형을 발사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일어난, 화학무기를 사용한 김정남 살해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어쨌거나 강화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한편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 북한의 행동여하에 따라 한반도 안보정세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소위 “지정학의 ‘귀환’”이다 (Mead, 2014). 2008년 그루지야를 상대로 전쟁을 했던 러시아가 2014년 3월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 공화국을 반(半)무력적으로 병합하고 나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분리주의 운동을 무력으로 지원했다. 그처럼 강대국이 주변 약소국의 영토를 강압적으로 병합한 적은 제2차 대전 이후 없었던 일로, 국제정치학자 미드는 국제정치의 본질인 “지정학”이 마침내 돌아왔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정학이란 비유적 표현일 뿐 이와 같은 추세는 국제정치의 본질이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권력정치’ (power politics) 혹은 ‘강대국 정치’ (great power politics)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국제체계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그 위험한 국제정치적 결과에 대한 경고는 진즉 있었다 (Berstein and Monro, 1997). 그러나 그 같은 초기 경고가 이론적 전망에 따른 가설적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1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힘과 국제정치적 주장이 더욱 커짐에 따라 아예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이 “숙명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Allison, 2017). 그 충격파는 이미 한국을 덮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항하여 한미양국이 설치하기로 한 사드(THAAD) 미사일 방어체계에 반대하여 한국에 대한 온갖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그것을 북핵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지역안보현안으로 보는 대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의 일환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 같은 권력정치를 한동안 잠재우는데 일조했던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붕괴’”다 (Walt, 2016).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질서, 개방적 시장경제질서, 국제기구와 제도를 통한 국제협력과 통합이 모두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랍의 봄은 아랍의 겨울로 되돌아갔고 각국에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등장했다. 그 권위주의적 지도자, 심지어 서방국가에서도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배타적 민족주의에 호소하면서 무역자유화에 제동이 걸리고 국제통합의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즉 EU의 탈퇴를 결정했고 2016년 미국대선에서 양 정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을 공약했고, 그 경쟁 끝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대통령은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재균형’정책의 일환으로 공을 들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즉 TPP를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의 개정에 나섰다.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적극 활용하여 단군 이래 민족최대의 성세를 이룬 대한민국에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 삼중의 도전에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역시 한국의 혈맹 미국에 새로운 스타일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취임이다. 그의 부상과 당선이 의외인데다 그의 공약과 정책이 워낙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하며 미국의 뿌리인 이민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주요 무역협정을 비판하며, 미국의 핵심가치인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원칙의 국제적 투영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자유무역질서에 도전했다. 독일, 일본, 한국 등이 미국에 안보적으로 ‘무임승차’한다고 비판하고 더 많은 방위분담금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구축하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을 지탱해 준 동맹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처럼 파격적인 정책이 실천에 옮겨질 때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의 안보에는 적어도 불확실성이, 나아가 불안정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태평양 전략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워낙 파격적인 외교정책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집권초기에 있는데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질서 자체가 큰 변화의 와중에 있고, 외교란 상대가 있어서 그 결과가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은 이유는 그 전망이 한국의 안보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다 대책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의 정치경제적 배경 

민주화의 물결이 주춤한 가운데 서방국가에서조차 배타적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부상하여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위기를 운위하게 하는 데는 정치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한 세기 전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유럽에서 일어났던 일과 많이 닮았다. 당시 유럽인들은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에 따른 두 차례의 산업혁명의 결과 두 가지 도전에 처했었다. 첫째는 기계와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도전이다. 둘째는 산업혁명에 의한 생산성의 혁명적인 증가가 가져온 세계시장의 통합, 즉 자유무역에 따라 저임금 국가의 노동이 고임금 국가의 노동을 대체하는 도전이다. 20세기 후반, 21세기 초 서방국가 국민들은 정확히 같은 도전을 겪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에 따른 제3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에 따른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 세계시장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국제적으로는 저임금 국가의 노동이 고임금 국가의 노동을 구축(驅逐)하고 국내적으로는 기술/기계가 노동을 구축하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지 경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권력정치를 잠재울 것이라고 주장한 저서(Zakaria, 2008)를 발간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멘토로 지칭되었던 자카리아는 서방국가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유를 네 가지에서 분석한다 (Zakaria, 2016). 첫째는 경제성장의 둔화인데, 이것은 단순히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출산율 저하에 따른 노령화라는 인구동태에 근거하고 있어 보다 지속적인 현상이다. 둘째는 세계화다. 저임금노동을 활용한 저가상품이 개방적인 서방국가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셋째는 정보혁명 혹은 제4차 산업혁명이다. 이것은 세계화의 효과를 가속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여 실업률을 더욱 높였다. 넷째는 재정문제다. 세계화와 기술혁명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국가/정부에 호소하고 국가/정부는 적자재정으로 이들의 호소에 대응했는데, 이제는 국가의 재정적자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같은 경제적 현상은 정치적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좌우파의 정치적 균열은 경제정책을 위주로 전개됐다. 우(右)파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좌(左)파는 시장 속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늘날의 경제현실에서 좌우의 경제정책이 큰 차이를 가져오지 못하고 따라서 정치적 균열구도가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민주당의 경제정책이 공화당의 그것과 차이가 없어지고,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이 제3의 물결을 표방했다. 경제가 아니라 문화가 정치적 균열의 척도가 됐고 이는 기존의 정당이 약화, 새로운 정당의 부상으로 연결됐다. 환경, 인종, 성(性)정체성, 나아가 국민정체성 등이 정치적 선택의 기준이 됐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놀랄 일이 아니고 그의 파격적인 정책입장도 놀랄 일이 아니다.

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에 호소한 트럼프의 부상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좁은 시각이다. 오히려 정체성의 문제라고 보는 게 온당하다. “잭슨주의의 반란”이라는 글에서 미드가 주장한 것이다 (Mead, 2017). 20세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대체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혹은 미국의 가치를 위해 세계에 관여하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 혹은 윌슨 (Woodrow Wilson) 식의 국제주의를 따랐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본 무대였던 유럽에서 떨어진 미 대륙에 설립된 미국에서 보다 친숙한 것은 차라리 고립주의다. 영국정부의 박해를 피해 이민을 택하고 한편으로는 유럽의 식민세력과, 다른 한편으로는 토착민과의 투쟁을 통해 자기들만의 국가를 수립한 미국의 (구)주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21세기 국제적, 국내적 환경 속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 주류 미국인들이 귀를 기울인 것이 “미국 먼저”(America First)를 주장한 트럼프다. 트럼프는 그 주장과 포퓰리스트적 행보에서 미국의 제7대 대통령은 지낸 앤드류 잭슨 (Andrew Jackson)과 매우 닮았고 그의 외교정책은 잭슨주의적 전통을 따르고 있다. (Mead, 2017). 미국정치에서 잭슨주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는 개인주의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민 온 그들에게 개인들의 자유와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둘째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 나아가 정부에 대한 적대적 태도다. 개인의 자유가 최고 가치일 때 그 자유를 제한하는 정부는 없으면 좋지만, 있더라도 그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정치참여에도 소극적이지만 그 정부가 적대적인 세력에 장악돼 그들의 가치를 침해하면 혁명적 저항의 대상이 된다. 개인의 자유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총기소유에 대한 맹신으로 연결된다. 셋째, (물론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극단적으로 대응하지만) 외교문제에 대해서도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러나 적대적인 세력이 장악한 정부가 친이민정책을 취하면 이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 나아가 존망적 문제로 간주하고 매우 격렬하게 대응한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그래서 나왔고 그래서 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태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이상과 같은 잭슨주의적 민심을 공유하거나 적어도 그에 매우 깊이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내세운 America First는 대체로 “미국 우선주의” 혹은 “미국 제일주의”로 번역하지만 미국의 정치적 맥락과 외교적 전통을 짚어보면 차라리 “미국 유일(唯一)주의”라는 의역이 맞을 것 같다. 미국의 역사와 북미대륙의 지정학적 조건에 따라 형성된 미국 예외주의와 고립주의의 전통에 뿌리를 둔 그 정서에 따르면 외국은,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일단 남이다. 동맹국 일본과 한국이 싸우면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일이니 “잘해 보라”고 했다. 과거에 적대국이었더라도 언제든지, 한시적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국가전략(grand strategy)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냉전종식이후 미국의 현실주의 이론가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Measheimer and Walt, 2016). 즉, 미국은 각 지역이 독자적인 세력균형정치를 통해 굴러가도록 방관하고 그 균형이 결정적으로 붕괴되지 않으면 개입을 자제한다. 그러면 안으로는 힘을 축적하고 밖으로는 경쟁국들의 힘의 소모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바로 그 같은 국가전략의 결실이다.

역외균형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냉전직후 유럽에서 철수하고 유럽국가들이 약화된 소련/러시아를 견제하도록 했어야 했다. 아시아에서도 철수하고 중국과 일본이 서로 견제하도록 했어야 했다. 중동에도 개입을 자제하고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등이 서로 견제하도록 했어야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독일,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고 안 되면 철수하겠다고 한 소리는 바로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전략적 조치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영국의 EU탈퇴결정으로 분열된 유럽이 푸틴 치하에서 전열을 정비한 러시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라크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킨 것이 중동의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실책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이 있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홀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컸다. 실로 중동에서의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아시아로의 재균형을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그 같은 역외균형 정책의 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의 유산, 특히 인적(人的) 유산을 떨치지 못해 중동에서는 러시아의 부상을 초래했고 아시아에서는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막지 못한 실패였다 (Walt, 2017).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레이건식의 “힘을 통한 평화”를 내 세운다 (Gray and Navarro, 2016). 해군력을 증강하여 아태지역에서의 군사적 존재를 증강한다. 러시아와의 핵군비경쟁을 불사하여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하여금 러시아는 소련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일자리의 유출을 통해 미국의 경제를 약화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을 “강간”하도록 허용한 무차별적 자유무역은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공정무역”을 강조한다. 멕시코와 캐나다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의 개정협상에 돌입했다. 내년 수천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의 경제를 “강간”한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카드의 일환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할 수 있는듯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한국 안보에 대한 함의를 찾아라 

전통적으로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오면 외교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북한문제는 정치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그 정책재검토가 오래 걸리기도 했다. 반면 새로운 행정부와의 담판을 기대한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고 그로써 조기정책 수립을 촉구하고자 도발적 행동을 했다. 그 결과는 대체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대북정책을 더욱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북한과의 협상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살해를 이 각도에서 보기는 어렵지만 2월 12일 중장거리 미사일 북극성 2형의 발사는 바로 그 같은 패턴을 되풀이 한 것이다.

그리고 우선 그것은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로 “크게 화가 났다”고 했으며, 또 북한이 “조기 대책이 필요한 세계적인 위협”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조기검토에 들어갔다는 외신보도가 있다. 또한 그 결과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부정적인 것이다. 백악관은 지금까지의 패턴을 벗어난 파격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것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나 정권교체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서 북한은 오히려 소외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미국 유일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능력이 미국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그것을 “남”의 일로 취급하고 그 남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 있는 것이다. 실로 1990년대 초 클린턴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핵비확산레짐의 안정성, 따라서 세계패권국가인 미국의 입장에서만 접근하여 동맹국인 한국을 서운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대체로 지역안보문제로 간주하고 6자회담을 통해 그 제1차적 책임을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 이란, 쿠바, 미얀마 등 구(舊)적성국가들에게 관여정책을 펼친 오바마 행정부도 북핵문제를 하나의 고립된 문제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세계적 차원에서 핵확산의 흐름을 차단하면 북핵문제는, 나아가 북한은 자연히 고사(枯死)할 것으로 보고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그들의 문제”로 보고 그들, 특히 중국에게 짐을 떠넘기려고 했다.

그것을 아는 북한은 그것을 미국의 문제로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2016년 9월 제5차 핵실험에서는 단순한 핵폭탄이 아닌 핵탄두를 실험했다고 했다. 2016년 이래 미사일 개발은 그 핵탄두로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 미사일(SLBM),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즉 ICBM 능력을 개발하고 과시하고자 했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이 “미국의 문제”가 될 경우 원론적으로 두 가지 대응이 가능하다. 첫째는 위협이 되는 북한의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을 위협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를 바꾸는 것이다.

일단은 비핵화가 우선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의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VX가스를 사용한 김정은 살해를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명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것을 위해 중국의 기업이 주로 대상이 될 간접경제제재(secondary boycott)를 위협 또는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제재 그 자체만으로는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나 미사일의 폐기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협상이 필요하다. 북핵문제가 미국의 문제가 된 이상 미국은 그를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1, 2차 위기과정에서 봤듯이 그 협상은 매우 험난할 것이다. 거래의 조건이 워낙 다르니 출발조차 쉽지 않고, 문제의 군사적 성격으로 인해 협상과정에는 무력사용의 위협도 배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협상은 곧 위기고 위기가 확산되면 군사력이 위협을 넘어 실제 사용될 수도 있다.

군사력의 사용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위기국면에서 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될 시 상대의 공격능력을 불식시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다. 이는 사실 한미양국이 채택하고 있는 “킬-체인” 전술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다. 그 주관적 판단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증진될수록, 따라서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수록 확대될 수 있고 따라서 위기국면이 전쟁으로 확전될 개연성도 높아진다. 다른 하나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불가능하거나 지연되는 가운데 북한의 능력이 계속 증진되면 그 위협이 더 커지기 전에 제거하는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이다.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이스라엘의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선제타격이든 예방공격이든 그 개연성은 북한의 능력이 커질수록 높아지기 마련이다.

나아가 군사력 사용의 개연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과 입장에 따라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첫째는 미국 우선주의 혹은 미국 유일주의적 성향이다. 이는 곧 미국이 무력사용을 결정할 때 한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의 입장에 대한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이다. 정치적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비롯한 제도권 정치의 저항과, 낮은 지지율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로 유권자 총투표수에서 클린턴 후보에 300만 표 뒤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40%선으로 임기 초 대통령으로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외교정책연구자들이 널리 인정하듯이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국제적인 위기나 전쟁이 가장 효과적이다. 위기시 국민들은 “국기” 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기술적 또는 군사적 이유로 북한의 군사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내지 예방공격이 여의치 않고 협상을 통한 비핵화도 여의치 않으면 미국은 북한의 능력을 제거하는 대신 적대적인 의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즉 북미평화협정과 같은 파격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입장에는 아랑곳없이 비핵화가 아닌 동결과 비확산이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유일주의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고도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거나 파격적인 협상이 이루어지는 양 극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국의 입장이 주변화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점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에 고도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경우 그것을 정체된 한반도 정세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둘째는 강대국 정치 속에서 우리의 입장이 주변화 되지 않도록 그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적 처신이 필요하다.


내우외환에 처한 대한민국, 전화위복의 전략적 태도 요구돼
 
대한민국은 현재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밖으로 1980년대 말 냉전종식이후 가장 큰, 1970년대 초 데탕트이후 가장 위험한 안보적 도전을 제기되고 있다. 안으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둘러싼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그 같은 국론분열은 탄핵이 헌법재판에서 인용될 경우 향후 2개월,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향후 9개월 후로 다가온 대선과정에서 크게 증폭될 것이 우려된다. 그 국론분열이 외교안보문제로 확장되면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이후 가장 위험한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강대국 정치가 재연되는 가운데, 고래들 속의 새우신세라는 역사적 경험에 매몰된 패배주의적 외교담론을 불식하는데 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군사적 위기에 너무 경동하지 말고 북미관계 개선에도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 당당한 입장이 필요하다. 위기는 변화의 동력이고 변화는 개선의 첫걸음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여 위기를 헤쳐 나감으로써 위험 속에서 기회를 찾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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