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난 주말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격렬한 시위와 연방 정부의 군대 투입이라는 전례 없는 혼돈에 휩싸였다. 평화로웠던 이민자 시위가 순식간에 폭력 양상으로 변질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정부의 동의 없이 군대를 배치하면서 주(州)와 연방의 권한 충돌이라는 심각한 법적,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과연 LA의 폭력 사태는 왜 일어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명분으로 군대를 투입했고, 그의 결정은 정당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LA 혼란은 연방 이민 당국이 지난 금요일(6일)에 40명 이상 이민자를 체포하면서 시작된 이틀간의 시위에서 비롯됐다. 시위 직접적인 도화선은 캘리포니아 서비스 직원 국제 노조 회장인 데이비드 우에르타가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다 체포된 사건이었다. 우에르타 체포는 이민 단속에 분노한 사람들의 구호가 되었고, 수천 명의 주 청소부, 보안 요원, 기타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조 집회가 시청 주변으로 쏟아져 나오며 시위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초기 시위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우에르타의 석방을 기대하는 차분하고 즐거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시위대는 연방 구치소 밖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지만, 경찰은 도로에서 인도로 나오라고 요청할 뿐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시위가 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군중은 주요 고속도로를 막고 자율주행차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으며, 경찰은 최루가스, 고무탄, 섬광 수류탄으로 대응하며 도시의 공기는 연기 냄새로 가득 찼다.
경찰청장 짐 맥도넬은 시위 양상이 '시민 소요 사태와 비슷한 패턴'을 따랐으며, 둘째 날과 셋째 날에 상황이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일요일 밤에는 많은 시위대가 해산했지만, 일부는 경찰과 차량에 돌멩이, 전기 스쿠터 등 다양한 물체를 던지며 충돌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체포되었다. 화염병 투척, 오토바이로 경찰관 들이받기 등의 심각한 사건도 발생했다.
혼란이 고조되자 국방부는 월요일 약 700명의 해병대를 LA에 배치하고, 최대 2000명의 주 방위군을 추가로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9일)에 자신이 경비대를 배치하지 않았다면 도시가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라며, 주 지도자들이 "무엇이든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투입의 법적 근거로 인용한 것은 '미국법 타이틀 10, 섹션 12406'이다. 이 조항은 미국이 침공당하거나, '반란 또는 반란의 위험'이 있거나, 대통령이 '정규군으로 미합중국의 법률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연방에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1878년에 제정된 '포쎄 코미타투스 법(Posse Comitatus Act)'은 주 방위군을 포함한 미군이 민간 법 집행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금지한다. 섹션 12406은 이 금지 조항을 무시하지 않으며, 군대가 법 집행 활동을 수행하는 연방 요원을 보호하고 연방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만을 허용한다. 즉, 주 방위군은 시위대를 직접 체포할 수는 없지만, 체포를 수행하는 이민 단속 요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도 해병대의 역할이 연방 인력과 재산 보호를 지원하는 데 제한적임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군대 투입은 시위를 연방 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과 질서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투입 결정은 즉각적인 법적 논란에 휩싸였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의 주권을 짓밟았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LA 카운티에 대한 '불법적인' 군대 배치를 중단하고 주 방위군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명령에 복귀시키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소송에서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은 연방법과 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미국 헌법 수정헌법 제10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 정부는 '반란'이나 '침략'이 없었고, 주에서 미국 법률의 집행을 방해하는 상황도 없었으므로 배치가 타이틀 10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배치하기 전에 뉴섬 주지사와 상의하지 않은 것이 타이틀 10, 섹션 12406의 '주 방위군 배치 명령은 주 주지사를 통해 발행되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타이틀 10'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캘리포니아의 시위가 '반란'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았으며 연방 정부가 미국의 법률을 집행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지사 허가 없이 주 방위군이 마지막으로 가동된 것은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에서 민권 행진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을 때였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보이는 이례적인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Insurrection Act of 1792)'을 발동함으로써 좀 더 광범위한 조치를 취해 군대가 민간인 법 집행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 법을 발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시위를 논의할 때 '반란'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이 법의 발동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투입을 '국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뉴섬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법 집행 기관 및 공무원들과 만나 "캘리포니아 당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위대에게도 "트럼프는 혼란을 원하고 폭력을 선동했다"며, 폭력이나 재산 파괴로 체포되지 말고 "평화롭고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분노를 부채질하여 의도적으로 충돌을 촉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주지사로서 주의 통제권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가 LA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셜미디어에 주 방위군에게 축하 메시지를 올린 것을 조롱하며 연방 정부의 일방적인 개입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소송을 통해 트럼프의 명령이 불법임을 선언하고 그 집행을 막는 금지 명령을 법원에 요청하며 주지사의 권한과 주의 주권을 강력히 수호할 계획이다.
현재 LA의 상황은 법정 공방과 추가적인 시위의 가능성으로 인해 앞으로 진행이 매우 유동적이다.
첫째, 법정 공방 심화다. 캘리포니아주가 제기한 소송은 전례가 거의 없는 중대한 법적 다툼이 될 것이다. 타이틀 10 섹션 12406의 해석, 특히 주지사의 역할에 대한 'shall'의 의미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의 권한 관계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둘째, 군대 역할의 제약 및 확대 가능성이다. 현재 해병대와 주 방위군은 포쎄 코미타투스 법에 따라 법 집행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시위가 계속 고조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을 발동할 경우, 군대의 역할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반란'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셋째, 시위 확산이다. LA 카운티 전역에서 추가 시위가 구체화되고 있으며, 전국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이민 단속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뜨겁고, 연방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시위대의 결집을 부추길 수 있다.
넷째, 해병 투입에 LA 경찰국의 법 집행 혼란이다. LA 경찰청장은 해병대 배치에 대해 "중대한 물류 및 운영상의 도전"이라고 불만을 표하며, 경찰관들이 "압도당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연방 군대의 비협조적인 배치가 오히려 현지 법 집행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법과 질서' 기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연방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주의 주권 침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지사와의 갈등은 미국 정치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시라큐스 대학의 국가 안보 전문가 마이클 윌리엄스는 "우리는 아무 생각대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고위 관리들의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지만, 이번 사태는 군사적 대응에 있어서도 연방과 주의 협력, 그리고 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LA의 폭력 사태는 단순한 지역 시위를 넘어,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과 복잡한 법적, 정치적 역학 관계가 얽힌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