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사] 미국과 중국 고위 관리들이 런던에서 이틀 연속 무역 회담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국 간 핵심 광물과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긴장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는 최근 몇 주간 자동차 및 로봇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으며, 분석가들은 서방 방산 대기업들 역시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백악관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가속화할 경우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투자자들의 희망을 키우고 있지만, '자원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60%를 생산하고,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희토류 원료를 가공하여 거의 90%를 처리한다. 이는 중국이 핵심 광물 공급망의 확고한 리더로서, 전 세계 산업의 '핵심 동맥'을 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관리들은 이러한 중국 지배력이 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 과정에서 서방에 전략적인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지배력이 최근 '무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초 중국 상무부는 자동차 및 방위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여러 희토류 원소와 자석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출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강행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희토류를 통해 서방의 첨단 산업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동차 및 로봇 산업이었다. 자동차 산업 단체들은 필수적인 수출 허가를 받는 과정이 너무나 번거롭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으며, 재고가 빠르게 고갈됨에 따라 생산 차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및 다양한 전장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주말 동안 미국과 유럽의 거대 자동차 업체들에게 일종의 '유예'를 제공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유럽연합(EU) 기업들에 대한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적격한 수출 허가 신청을 위한 이른바 '녹색 채널'을 구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지프 제조사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의 공급업체에 희토류 면허를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면적인 봉쇄보다는 '선별적 유화책'을 통해 압박 강도를 조절하려는 중국의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서방 방산 대기업들은 희토류 부족의 영향에 대해 비교적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들 기업 역시 희토류 공급망 위기의 '충격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라셀린 바스카란은 "각 잠수함과 전투기에 수천 파운드의 희토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방위 산업체들이 최전선에 있다"고 지적한다.
희토류 원소는 현대 방위 기술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첨단 레이더 및 소나 시스템, 레이저 유도 및 추진 기술 등 전투 환경의 핵심 역량을 가능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F-35 전투기 제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광물인 자석 내의 사마륨(Samarium) 같은 희토류가 없다면 전투기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방 및 안보 싱크탱크 RUSI(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헨리 샌더슨 부연구원은 방위 산업이 자동차 부문만큼 우려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확실히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특히 사마륨 코발트 자석을 사용한다"며 서방의 자석 생산 수준이 매우 낮아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희토류 공급 불안정 우려가 확산되자 일부 유럽 방산업체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 탱크 기어박스 제조업체 렌크(Renk)는 Stoxx 600 지수에서 8% 가까이 하락했고, 스웨덴 사브는 5%, 독일 라인메탈은 2.4%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방위 산업의 생산 및 국가 안보에 미칠 파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리들은 런던에서 희토류 광물과 첨단 기술에 대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무역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희토류에 대한 거래가 신속하게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가속화할 경우 미국의 모든 수출 통제가 완화되고 대량의 희토류가 방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서방의 전략적 독립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SIS의 바스카란은 미국, 유럽연합, 호주가 희토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조율된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세 공제 및 보조금과 같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희토류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인 프라세오디뮴-네오디뮴(PrNd) 산화물 가격이 특정 수준 이하로 유지된다면, 예상되는 비중국 공급량의 거의 절반이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의 조항과 유사하게 동맹국으로부터 광물을 조달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달 중국이 스위스에서 미국과 무역 휴전에 따라 28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 제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지만, 7개 희토류 금속의 대미 수출은 계속 차단하고 있다. 이중 용도 수출 제한 유예를 받은 기업 중 다수는 방위 부문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 역량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지정학적 자원 전쟁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방위 산업이 직면한 희토류 의존 문제는 서방 국가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단기적인 무역 협상을 통한 봉합은 일시적인 해법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핵심 광물의 탐사, 채굴, 가공, 그리고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반적인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국 및 동맹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