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례 없는 직접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전역의 국가들이 심각한 기로에 섰다. 미사일과 드론이 양국의 영공을 넘나들고 잔해가 민간인 지역에 떨어지는 혼란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요르단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 강대국들은 전면적인 충돌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16일 Ynet는 밝혔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발사체와 떨어지는 파편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자국이 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및 군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이어, 이란 역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례 없는 규모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보복하면서 중동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이란의 발사체들이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인근 아랍 국가들의 영공을 가로지르면서 이들 국가들은 의도치 않게 갈등의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 민간인 지역에 잔해가 떨어지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직접적인 충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복잡한 외교적, 군사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야망을 저지하고 역내 이란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실행에 옮겼다. 이에 이란은 핵시설, 연료 저장고, 지하 미사일 시설 등 자국에 대한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하며 대규모 보복에 나섰다. 양측 모두 고위급 인사를 포함한 군인과 민간인의 막대한 피해를 보고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 측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도, 미국의 입장은 복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미국의 '가능성' 있는 개입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히는 한편, 과거 이란 최고지도자 살해 계획을 막았다는 보도도 나오며 미국의 역할이 단순한 확전 지지자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중동 주둔 병력의 보안을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중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간 확전을 피하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오랫동안 친이란 민병대의 활동 무대였으며 동시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가장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란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이스라엘 공격을 축하하는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이라크 정부는 전쟁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이스라엘 공격이 "이라크와 이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하며 영공 침범을 거부하고 자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그다드는 친이란 민병대에게도 이번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테헤란에게도 이라크 내 미국 이익을 공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등 복잡한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내 강력한 친이란 민병대인 헤즈볼라 여단은 "이란은 시온주의 단체를 저지하기 위해 누구의 군사적 지원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이란을 지지하면서도, 만약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주저 없이 이 지역 전역의 그들(미국) 이익과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정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미군을 추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레바논 지도부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자국이 직접적인 대결에 휘말리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레바논 내 가장 강력한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즉각적인 보복 위협이나 직접 개입 제안은 피했다.
이스라엘과 잦은 교전으로 전력이 약화되고 내부 문제에 시달리는 헤즈볼라는 현재 상황을 확대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시아파 저항 축의 주요 공격자였던 헤즈볼라는 이제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이란을 측면에서 돕는 방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레바논의 새 지도부는 헤즈볼라에게 '레바논은 이 분쟁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 헤즈볼라와 가까운 소식통 또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이란 전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리아 영공은 최근 며칠간 미사일과 드론의 주요 통과 지점이 되어왔다. 시리아 내부로 떨어지는 잔해를 담은 영상들이 확산되면서 시리아 또한 이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드론이 시리아 하늘에서 요격되거나 연료 탱크 잔해가 주택에 떨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요르단은 자국 영공이 전쟁터가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요르단 공군은 자국 영공에 진입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여러 차례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간인 사상자를 막기 위한 군사적 평가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요르단군은 육지, 해상, 공중으로 왕국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영공 침범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르단의 격 작전은 일부 친이란 진영으로부터 "적"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요르단 정부는 확전을 막고 자국 안보를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요르단에서는 이란 미사일 잔해로 추정되는 파편 때문에 3명이 부상을 입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했지만, 파키스탄은 테헤란을 굳건히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파키스탄 지도부는 "시온주의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공격이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며, 테헤란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은 자국이 영공이나 영토가 이란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중립적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