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트팩트=최석윤 기자] 영국과 프랑스가 오랜 국방 파트너십을 대폭 강화한다. 10일(현지시각) Aerotime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스톰 섀도(Storm Shadow) 미사일 생산 재개, 차세대 미사일 프로그램 착수, 그리고 핵 협력 심화 등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스톰 섀도 미사일 생산 재개는 15년 만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나토(NATO) 회원국들에게 유럽 대륙의 안보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지도록 촉구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유럽 안보에 대한 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함께 미사일 부품 생산 시설인 영국 스티버니지의 MBDA(유럽 미사일 제조업체)를 방문하는 동안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방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및 키어 스타머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과 동시에 진행되어 눈길을 끌었다.
MBDA 영국 공장에서 르코르뉘 장관은 프랑스가 15년 만에 스톰 섀도 미사일(프랑스 명칭: SCALP)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양국은 각자의 미사일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신규 주문을 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르코르뉘 장관은 "우리 군대에 장비를 갖추기 위한 SCALP 미사일 생산은 마지막 주문 이후 15년 만인 올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톰 섀도 순항 미사일(SCALP-EG/Storm Shadow)은 1990년대 프랑스 마트라(Matra)와 영국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정밀 타격 순항 미사일이다. 현재는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인 MBDA가 생산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적의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으며,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지형을 따라 이동해 방공망을 회피할 수 있다. 관성 항법 장치, 위성 항법 장치(GPS), 지형 참조 항법 장치 등 여러 유도 방식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목표물에 대한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이 무기는 최대 560km 반경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특히 강화된 벙커나 지하 시설 등 단단한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특화된 '브로치(BROACH: Bomb Royal Ordnance Augmented Charge)' 다단계 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2023년 여름 우크라이나에 이 순항 미사일을 제공했다. 이후 이 미사일은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 지역을 잇는 촌하르 대교와 세바스토폴 항구를 포함한 여러 전략적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로 인해 다수의 러시아 군함이 피해를 입었다.
영국과 프랑스 양국은 스톰 섀도(Storm Shadow)/스톡프(Stockf) 미사일을 대체할 차세대 미래 순항/대함 무기(FC/ASW: Future Cruise/Anti-Ship Weapon)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심층 타격 및 해상 타격 임무가 가능한 더욱 발전된 이중 역할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7년에 시작되어 MBDA가 주도하는 이 공동 개발 노력은 영국에서만 1300개의 고도로 숙련된 일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그램은 '변화를 위한 계획(Plan for Change)'에 따라 국방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국가의 회복력과 억제 능력을 강화하려는 영국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새롭게 강화된 '랭커스터 하우스 2.0' 협정에는 영국이 '앙탕트 앵뒤스트리엘(Entente Industrielle)'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산업 협력 프레임워크(틀)가 포함된다. 양국은 공동 무기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첨단 무선 주파수 및 지향성 에너지 무기 개발: 전파를 이용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에너지를 집중하여 목표물을 파괴하는 무기 개발.
△가시 범위 넘어서는 새로운 공대공 미사일 개발: 조종사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거리 적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
△미래 미사일과 드론에 인공지능(AI) 통합: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미사일과 드론이 동시에 여러 목표물을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
양국은 또 사이버 방어, 우주, 그리고 데이터 기반 전장 인식(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과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며, 핵 억지력(핵무기를 통해 적의 공격을 막는 힘)은 독립적이지만 조율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 선언은 "유럽에 대한 극단적인 위협이 없어 양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 정부는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의 유일한 핵 보유국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반적인 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