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 란 말이 있다. 요즘 K-방산 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해외 수출 실적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한화∙LIG넥스원∙KAI∙현대로템 등 한국을 대표하는 K-방산기업들이 유럽과 중동 시장 현지 거점 신설에 적극 뛰어 들었다.
LIG넥스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 유럽 협력의 거점이 될 유럽대표사무소를 개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무소 설립은 유럽 내 주요 방산기업들과 협력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현지 기업과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과 마케팅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럽의 급변하는 방산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파트너십이 필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IG넥스원은 독일 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유도무기부터 지휘통제통신, 전자전 등 전영역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통한 맞춤형 솔루션을 유럽 여러 국가에 제안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양자, 우주 등 첨단영역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한국과 유럽의 방위산업이 함께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도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시무소를 확장 이전했다. LIG넥스원은 이를 통해 중동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각국은 L-SAM(Long Range Surface to Air Missile System,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등 첨단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자사의 수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유럽과 중동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중동 최대 방산시장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거점을 마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우디 리야드 거점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총괄법인(RHQ: Regional Headquarters)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사우디의 ‘비전 2030’과 연계해 사우디 군 현대화 사업 및 현지화를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 등 안보와 경제 파트너십 강화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RHQ는 한화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의 육∙해∙공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지역 내 다른 국가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성일 중동∙아프리카 총괄법인 사장은 “이번 RHQ 출범은 한화그룹이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핵심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해온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에 앞서 4월 15일(현지시간) 폴란드 WB와 ‘천무 유도탄’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텀시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전략을 내세워 역외기업을 배제하려는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한 일환이다.
텀시트는 계약과 관련된 주요 원칙 및 조건을 명시한 합의서다. 합작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1%, WB그룹의 자회사인 WB Electronics(이하 WBE)가 49% 비율로 출자해 설립된다. 합작법인은 향후 폴란드군에 추가 계약을 통해 공급할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탄(CGR-080)의 현지생산은 물론 향후 유럽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폴란드 군비청에 80km급 유도탄(CGR-080)과 290km급 유도탄(CTM-290) 수출하면서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KAI 역시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난 6월 유럽 법인을 신설하여 유럽 시장 확대 및 수출 플랫폼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앞서 2023년 7월 폴란드 민스크 공군기지에 기지사무소를 개소하여 고객∙기술 지원 등 폴란드 FA-50 사업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K2전차 폴란드 수출로 대박을 친 현대로템도 여타 K-방산기업에 훨씬 앞선 201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수출 계약을 계기로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 및 조립, 사후 지원 역할을 맡는다. 최근 현대로템은 폴란드 정부와 약 8조2000억 원 규모의 2차 K2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업 단독으로 무기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 이에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폴란드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LIG넥스원 독일 거점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