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영국과 미국 정부가 15일(현지 시각) 런던에서 '원자력의 황금기'를 선포하며 새로운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안보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양국의 강력한 의지다.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이 약속됐다. 이 협정은 양국 기업 간의 획기적인 계약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영국과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특히, 원자력 발전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들의 목표는 영국의 에너지를 영원히 되찾고, 궁극적으로 '에너지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양국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더 빨리 건설할 수 있도록 규제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원자력 프로젝트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한다. 이는 양국 기업이 서로의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고, 기술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 된다.
미국과 영국의 협력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자로 설계 검사 절차를 간소화하여 한 국가에서 엄격한 안전 검사를 통과한 원자로가 다른 국가에서도 중복 검사를 피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원자력 프로젝트 부지 허가 작업량을 공유해 건설 속도를 높이는 데 협력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표준을 유지하면서도 사업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정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바로 영국 내 원자력 프로젝트의 가속화다. 특히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티사이드 지역이 새로운 원자력 붐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엑스-에너지(X-Energy)와 센트리카(Centrica)의 하틀풀(Hartlepool) 프로젝트: 두 회사는 하틀풀에 최대 12개의 첨단 모듈형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대 1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하틀풀 프로젝트만으로 최대 2500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를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은 400억 파운드(약 75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 중 120억 파운드(약 22조 원)는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홀텍(Holtec), EDF, 트리탁스(Tritax)의 코탐(Cottam) 프로젝트: 이들은 노팅엄셔의 옛 석탄 화력 발전소 부지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기반의 첨단 데이터 센터를 개발한다. 110억 파운드(약 20조 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수천 개의 고도로 숙련된 건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장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라스트 에너지(Last Energy)와 DP 월드(DP World)의 런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이들은 8000만 파운드(약 15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런던 게이트웨이 항구에 초소형 모듈형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다. 이는 항구 확장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민간 부문 투자 붐은 원자력 산업 협회(Nuclear Industry Association)의 새로운 통계로도 확인된다. 정부 주도 투자에 힘입어 올해 이미 1만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현재 원자력 산업은 영국에서 9만 8000명을 고용하며 역대 최대 고용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 역시 이번 협정을 통해 영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렌코(Urenco)와 래디언트(Radiant): 이들은 400만 파운드(약 75억 원) 규모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에 첨단 HALEU 연료를 공급한다. 유렌코는 영국 정부와 공동으로 영국에 첨단 연료 시설을 짓고 있으며, 미국에도 유사한 시설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테라파워(TerraPower)와 KBR: 이들은 테라파워의 나트륨 첨단 원자로 기술을 영국에 배치하기 위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각각 약 1600개의 건설 일자리와 250개 영구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BWXT: 기존 영국-미국 협력을 바탕으로, 양국 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 롤스로이스는 미국 규제 절차에 진입하며 SMR 기술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GE 버노바(GE Vernova)와 홀텍: 양국 규제 기관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GE 버노바와 홀텍 원자로 설계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는 비용을 절감하고 건설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파트너십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양국의 공동의 목표를 보여준다. 영국 국민들은 2028년 말까지 러시아 핵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함에 따라 더 강력한 에너지 안보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획기적인 파트너십은 단순히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지역 사회, 그리고 야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원자력의 황금기로 우리를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미국과 힘을 합쳐 새로운 원자력 개발을 가속화하고,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의 황금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원자력의 힘을 활용하여 AI 혁명을 촉진하는 진정한 원자력 르네상스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간 협력은 핵융합 에너지 분야로도 확장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첨단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하고, 테스트 시설을 통해 상용 핵융합 발전으로의 진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2026년 미국에서 공동으로 글로벌 핵융합 에너지 정책 정상회담을 개최해 국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첨단 원자력 에너지를 위한 대서양 파트너십'으로 명명된 이번 협정은 국제 협력이 어떻게 실제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영국은 지난 한 해 동안 Sizewell C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적인 자금 지원, 원자력 건설을 위한 규제 간소화 등 '비핵 현상 유지'를 종식시키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다.
롤스로이스 CEO 투판 에르긴빌기치는 "이 역사적인 협정은 양국의 에너지 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하고 수천 개의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히 전력 생산을 넘어, 양국의 경제적 성장과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의 황금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