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록히드 마틴의 비밀 연구소 '스컹크 웍스'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22일(현지 시각) 테크 스페이스 2.0 보도에 따르면, U-2 정찰기나 F-117 스텔스 폭격기 같은 전설적인 항공기를 탄생시킨 스컹크 웍스는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무기인 다목적 드론 '벡티스'를 공개했다. 라틴어로 '지렛대'라는 뜻을 가진 이 무인기는 말 그대로 지휘관에게 엄청난 '지렛대'를 제공할 것이다.
2027년 첫 비행을 목표로 하는 이 검은색 드론은 단순한 무인기가 아니다. 유인 전투기 옆에서 함께 싸우는 '충성스러운 윙맨'으로 설계됐다. 미 공군 및 우주군 협회(AFA) 회의를 앞두고 깜짝 공개된 이 드론은 록히드 마틴이 수십 년간 쌓아온 스텔스 기술과 무인 시스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스컹크 웍스의 부사장 OJ 산체스는 "생존 가능하고, 치명적이며, 재사용 가능한 자율 드론"이라고 벡티스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시제기가 제작 중이며, 부품 주문도 마쳤다고 밝혔다. 2027년 말까지 하늘로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빠른 개발 속도는 록히드 마틴이 자체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사용했던 디지털 설계 및 제조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다. 한마디로, 스컹크 웍스는 벡티스로 미래 공중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벡티스의 디자인은 철저히 스텔스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람다(λ) 모양의 날개와 꼬리 날개 없는 동체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설계됐다. 동체 위쪽에 위치한 공기 흡입구는 스텔스에 최적화된 형태다. 뾰족한 삽 모양의 기수와 평평한 엔진 배기구는 적의 레이더와 열 감지 센서를 완벽하게 속인다. 록히드 마틴 측은 "수십 년간 쌓아온 스텔스 기술이 집약된 최고 수준의 생존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벡티스는 적의 첨단 레이더와 미사일이 가득한 위험한 영공에서도 들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정확한 크기와 성능은 기밀에 부쳐졌다. 하지만 F-16 전투기보다는 작고, 록히드 마틴의 기존 실험용 드론보다는 크다고 알려졌다. 이는 제트 훈련기나 비즈니스 제트기 정도의 크기다. 그룹 5 무인기에 속하는 벡티스는 가장 큰 드론 분류군에 포함된다. 무게는 1320파운드(약 600kg)를 훌쩍 넘고 1만 8000피트(약 5500m) 이상 고도에서 비행한다. 속도는 마하 1 미만의 느린 '아음속'이다. 초음속 비행 기능은 애초에 설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록히드 관계자는 "작전 분석 결과 초음속 속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극한의 속도 대신 스텔스와 체공 시간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벡티스는 활주로를 이용해 이착륙한다. 수직 이착륙 기능이나 항공모함 사출 기능은 현재 설계에 없다. 그러나 거친 작전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랜딩 기어와 기체 구조는 분산된 비행장에서도 충분히 견고하다. 현장에서 쉽게 정비할 수 있도록 신뢰성 높은 소재를 사용했다. 핵심 시스템은 접근하기 쉬운 곳에 배치됐다. 이 드론은 연료를 재빨리 채우고 무기를 다시 장착할 수 있다. 이는 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록히드 마틴은 벡티스를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다목적 드론으로 홍보한다. 핵심은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다. 임무에 따라 다양한 탑재체를 장착할 수 있고, 다양한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 록히드는 이러한 유연성을 '민첩한 드론 프레임워크'라고 부른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공대공 전투용, 지상 공격용, 또는 전자전용으로 자유롭게 맞춤 제작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임무는 '공대공 전투'다. 벡티스는 F-22나 F-35 같은 유인 전투기의 충성스러운 윙맨 역할을 한다. 록히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미 F-22/F-35와 드론을 짝지어 운용하며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한 대의 유인 전투기가 4대의 벡티스 드론 편대를 지휘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드론은 정찰 임무를 맡아 적기를 먼저 탐지한다. 조종사의 명령에 따라 내부 무기 베이에서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위협을 제거한다. 벡티스는 고가의 유인 전투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대신 총알받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유인 전투기는 자체 레이더를 켜지 않고도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지상 공격 임무'에도 능숙하다. 벡티스 드론은 적의 방공 기지를 공격하는 시나리오에 투입될 수 있다. 내장된 센서나 네트워크를 통해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공 레이더를 식별하고, 정밀 유도 무기를 발사해 파괴한다. 은밀한 성능 덕분에 벡티스는 '적 방공망 제압(SEAD)' 같은 고위험 임무를 조종사 없이 수행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격 외에도 전자전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적 레이더를 무력화하거나, 네트워크 통신 범위를 확장하는 중계기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감시 및 정찰(ISR)' 능력도 뛰어나다. 스텔스 드론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은밀하게 감시하는 데 탁월하다. 벡티스는 고위험 지역에 들어가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태평양처럼 넓은 전역에서 깊숙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긴 항속 거리를 갖췄다. 지휘관에게 스텔스 기능이 없는 글로벌 호크 같은 드론이 격추될 만한 곳에서도 안전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감시 수단을 제공한다.
결정적으로, 벡티스는 유인 항공기와 완벽하게 연동되도록 만들어졌다. F-35, F-22, 그리고 차세대 NGAD 전투기와의 호환성을 갖췄다. 록히드는 "록히드 시스템을 록히드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벡티스는 군의 공통 네트워크 표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의 플랫폼과도 원활하게 연동될 수 있다. 조종사는 조종석의 터치스크린이나 태블릿 같은 컨트롤러로 드론을 지휘한다. 드론의 자율성은 저고도 비행이나 대형 유지 같은 세부적인 움직임을 담당한다. 조종사는 단지 "목표물을 공격하라"와 같은 고수준 명령만 내리면 된다.
벡티스는 드론 시장의 유일한 주인공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스텔스 무인기가 개발되고 있다.
보잉 MQ-25 '스팅레이' (미국): 미 해군의 첫 항공모함용 무인기다. 주로 공중 급유 임무를 맡는 '탱커 드론'이다. 스텔스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전투용은 아니다. 벡티스가 전투에 특화된 반면, MQ-25는 비무장 지원 자산이다. 그러나 해군이 전투용 항공모함 드론 프로그램을 부활시키면 벡티스와 같은 디자인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스럽 그러먼 RQ-180 (미국): 미 공군이 비밀리에 개발한 고고도 장기 체공 스텔스 정찰 드론이다. 벡티스보다 훨씬 크고 비무장이다. 정찰 임무에 특화된 반면, 벡티스는 전술 전투 보조 장비다. 둘은 역할이 다르지만, 벡티스가 RQ-180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보잉 MQ-28 '고스트 배트' (호주/미국): 보잉 오스트레일리아가 개발한 드론이다. 벡티스와 개념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둘 다 '충성스러운 윙맨' 역할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보잉은 비교적 낮은 비용과 모듈형 센서에 중점을 뒀다. 록히드 벡티스는 스컹크 웍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성능과 생존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GJ-11 '샤프 소드': 중국도 스텔스 드론 개발에 적극적이다. 2019년 공개된 '샤프 소드'는 전익 제트 추진 스텔스 드론이다. 타격 임무에 적합하며, 중국의 J-20 전투기와 함께 군집 비행을 테스트했다. 벡티스가 개방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중국 드론은 자율성이 덜 개방적일 수 있다.
러시아 S-70 '오호트니크-B': 러시아의 스텔스 드론이다. SU-57 전투기와 함께 운용하도록 설계됐다. 벡티스보다 훨씬 크고 무겁지만, 아직 시험 단계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격추된 일도 있다. S-70은 대량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매우 큰 드론을 선호하는 러시아의 경향을 보여준다.
벡티스는 미 공군의 '협력 전투 항공기(CCA)' 프로그램에 대한 록히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CCA는 유인 전투기와 함께 팀을 이루는 무인기 편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공군은 CCA 프로그램의 첫 단계에서 저렴하고 소모성이 강한 드론을 원했다. 당시 록히드는 너무 비싸고 성능이 뛰어난 '금도금' 드론을 제안해 탈락했다.
하지만 벡티스는 이와 다른 지점을 노린다. 록히드는 벡티스가 'CCA 가격대에 동급 최고의 생존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즉, 단순히 저렴한 소모품 드론이 아니라, 고도의 스텔스 기능과 성능을 갖추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가격을 맞췄다는 의미다. 이 드론은 'CCA 증분 2'(CCA 프로그램의 2단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후보가 될 수 있다. 록히드는 벡티스를 통해 더 정교한 드론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국방부에 보여주려 한다.
벡티스의 빠른 개발은 스컹크 웍스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됐다. 스컹크 웍스는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 기술을 활용한다. 이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통해 얻은 노하우다. 과거 'RQ-170 센티넬' 같은 스텔스 드론을 비밀리에 개발하고 운용했던 경험도 벡티스에 녹아있다.
벡티스의 등장은 공중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이 수십 대의 드론을 조종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공군은 '애자일 전투 전개(ACE)' 교리를 통해 항공기를 분산 배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인데, 벡티스는 활주로 사용과 쉬운 정비 덕분에 이 철학과도 잘 맞는다.
유인 전투기만으로 구성된 편대 대신, F-35 2대가 벡티스 4대를 이끄는 '혼합 편대'가 될 수 있다. 벡티스는 위험한 정찰 임무나 적의 방공망 제압 임무를 맡아 고가의 유인기와 인력을 보호한다. 또한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공격 능력을 극대화한다.
벡티스(Vectis)는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투 클라우드'의 일부다. 다른 항공기, 함선, 지상 부대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한다. 이는 전쟁의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다. 벡티스에 장착된 개방형 아키텍처는 미군과 동맹국 간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일본이나 NATO 동맹국 같은 가까운 우방국들은 벡티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필요한 기능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벡티스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지능형 자율성을 갖춘 '새로운 시대의 탑건'이다. 벡티스가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실전 배치된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미래 드론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2027년, 벡티스의 첫 비행은 단순한 시험 비행을 넘어 미래 공중전의 새로운 막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