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러시아의 전면 침공은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고통을 안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방위 생산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가 이제 서방의 안보 딜레마를 해결해 줄 '유럽의 무기고'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은 우크라이나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위 산업의 진앙지로 변모시켰다고 5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방 정책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The Jamestown Foundation)이 밝혔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의 국방 부문은 기적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2022년 이후 350%의 성장을 경험했다. 2023~2024년에는 투자 유치 규모가 900%나 급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방위 기업의 26%만이 전쟁 이전에 존재했던 회사들이다. 전쟁이 낳은 이 새로운 생태계는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수석이 말했듯, “강력한 우크라이나군이 유럽의 주요 안보 보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이 낳은 가장 강력한 아이러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세계 최대의 전술 및 장거리 무인기(드론)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쟁이 끝나면 '지구의 드론 수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2025~2026년에는 이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나의 무인기-하나의 운영자'라는 기존 방식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드론 떼(AI-driven drone swarms)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 씨엑스투(CX2)의 공동 창립자 네이선 민츠(Nathan Mintz)는 “어떤 미국 기업도 우크라이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은 군사 인프라를 구축하고 업데이트하는 속도가 느리다. 실제로 많은 미국 무인기가 우크라이나 하늘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국방 혁명의 진원지"로 불린다. 세계 5대 무기 생산국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브레이브원(Brave1) 플랫폼을 통해 1,500개의 기술 회사를 지원한다. 여기에는 140개의 전자전 제조업체도 포함된다. 나토(NATO) 표준에 맞춘 지상 무인 차량 40개도 개발 중이다.
우크라이나 국방 부문의 성장은 독특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국방 부문의 대부분은 민간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자율성, 유연성, 혁신 능력을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관료주의는 최소화되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전장에서 급변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장군이나 관료가 아닌 실제 군인들이 직접 장비를 주문한다.
키예프의 싱크탱크 소장 미하일로 사무스(Myhaylo Samus)는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을 막는다는 주요 임무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사용하는 군사 장비의 60%가 국내에서 생산된다. 유럽은 이제 우크라이나에 장비를 보내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생산 증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나토(NATO) 32개 회원국 전체보다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
△장갑차 국내 생산량이 400% 증가했다.
△포병은 200%, 탄약은 150% 늘었다.
2022년 보그다나(Bohdana) 곡사포를 단 한 문 생산했지만, 2025년에는 매달 20문을 생산하게 된다. 이 곡사포는 서방에서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장비다. 우크라이나는 60일 만에 250만 달러(약 35억 원)로 납품한다. 서방보다 430만 달러(약 60억 원)나 저렴하다.
우크라이나의 국방 생태계는 소규모 공장과 작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의 국가 중심 군산복합체와는 다르다. 민간 기업은 정부 간섭 없이 운영된다. 예를 들어, 맥슨 시스템즈(Maxson Systems)는 안티 드론 요격기를 개발하는 데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샤헤드 드론(2만 달러, 약 2822만 원)보다 훨씬 저렴한 3500 달러(약 494만 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24년 국방조달청(AOZ)을 설립했다. 이 조직은 비효율성과 과도한 관료주의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에이오제트(AOZ)의 최고경영자(CEO) 마리나 베즈루코바(Maryna Bezrukova)는 시스템의 급진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에이오제트(AOZ)는 무기 거래 중개자 수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정부는 브레이브원(Brave1)과 디펜스 시티(Defense City)를 만들어 기업을 지원한다. 브레이브원(Brave1)은 우크라이나 방위 기업의 85%를 연결한다. 군대는 이곳에 극복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방산업체는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대응한다. 지난 7월 출시된 닷체인 디펜스(DotChain Defense)는 군부대가 장비를 주문하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다.
디펜스 시티(Defense City)는 세금 및 관세 감면, 빠른 통관 등 법률을 변경하여 외국 기술 이전을 쉽게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총포 제작자 협의회와 우크라이나 기술군을 여성 리더들이 이끌고 있어 군사 및 안보 부문에서 여성의 높은 비율을 반영한다.
우크라이나의 국내 방위 산업 확장과 함께 외국과의 파트너십도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바이카르(Baykar)는 우크라이나에 바이락타르(Bayraktar) 드론 공장을 짓고 있다. 이 드론은 흑해 함대를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는 더욱 적극적이다. 그린 플래그 벤처스(Green Flag Ventures)와 사업가 페리 보일(Perry Boyle) 같은 미국 투자자들은 수많은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투자했다. 미국은 심지어 특정 우크라이나 군사 기술 소유권을 대가로 1,000억 달러(약 141조 원) 규모의 거래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비(非)나토(NATO) 국가로부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 레드캣 홀딩스(RedCat Holdings)는 우크라이나의 마구라 브이세븐(MAGURA V7) 해상 무인기를 미국에서 조립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 해상 무인기는 흑해 함대의 3분의 1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었다. 차세대 브이세븐(V7) 무인기는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해 러시아 공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투 경험은 유럽 안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군사 장비를 실전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대서양 횡단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불확실한 시기에, 우크라이나의 방위 산업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달성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저렴한 비용, 전투 테스트를 거친 장비, 그리고 세계 최고의 혁신을 갖춘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과 유럽 나토의 무기고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 국방위원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에게 현대전이 무엇을 수반하는지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토가 1만 달러(약 1400만 원)짜리 러시아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40만 달러(약 5억 6000만 원)짜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우크라이나의 훨씬 저렴한 1000 달러(약 140만 원)짜리 요격 무인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과 무인기의 80% 이상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19대 중 4대만 파괴하는 데 그쳤다.
2025년 말까지 우크라이나 드론의 최소 90%가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반 드론은 전자전에 취약하지 않다. 목표물을 고정한 후 에이아이(AI) 모드로 전환해 더 높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AI 기반 드론은 기존 9명이 필요했던 임무를 3명의 병사만으로 수행하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AI 기반 드론 떼를 이용해 러시아의 지원군과 보급품을 사냥하고 있다. 이는 포크로프스크에서 러시아군 최대 규모의 포위망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지상 로봇 무인 차량(UGV)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지뢰 제거에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부상병 대피와 물자 수송에 활용된다. 2025년 말까지 우크라이나군은 1만 5000대의 무인 지상 차량을 보유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레이저 킬러(트리주브, Tryzub) 개발의 선두주자다. 이는 무인기, 미사일, 제트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첨단 무기다. 또한 사거리가 450마일(약 724km)이고 탑재량이 에이티에이씨엠(ATACM)의 두 배인 흐림-2(Hrim-2) 극초음속 미사일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이 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의 국방 부문은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에 대한 가장 확실한 안보 보장이다. 우크라이나를 '소화할 수 없는 고슴도치'로 변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혁신은 이제 유럽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