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양자 컴퓨팅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모든 암호화 시스템이 대규모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첨단 기술 기업 탈레스(Thales)가 이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탈레스는 7일(현지 시각) 유럽 최초로 높은 수준의 보안 인증을 받은 양자 내성 스마트 카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카드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다. 미래의 사이버 위협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유럽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현재 신분증, 은행 거래, 디지털 서명 등을 보호하는 암호화 기술은 비대칭 암호화에 의존한다. 이 기술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다. 현재 컴퓨터로 해독하려면 수천 년이 걸린다. 따라서 SHA-256, RSA 같은 국제 표준이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기존의 비대칭 암호화는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존 보안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탈레스가 개발한 혁신적인 스마트 카드('MultiApp 5.2 Premium PQC')는 바로 이 '양자 충격'을 대비한다. 이 카드는 포스트 퀀텀 암호화(PQC) 기술을 사용한다. PQC는 양자 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해독할 수 없는 새로운 수학적 문제에 기반을 둔다.
이 카드는 유럽 최초로 EAL 6+ 인증을 획득했다. EAL 6+는 정교한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음을 입증하는 매우 높은 보안 수준이다. 국방, 정부와 같은 중요 분야에 적합한 수준이다.
△외부는 그대로, 내부는 혁명적: 최종 사용자인 시민들은 평소처럼 카드를 사용한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드 내부에는 양자 컴퓨터의 공격에도 저항하도록 설계된 고급 디지털 서명 기술이 통합되어 있다.
△미국 표준까지 통합: 이 제품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양자 시대 보안을 위해 표준화한 FIPS 204 알고리즘까지 통합했다. FIPS 204는 데이터가 올바른 발신자로부터 왔고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강력한 암호화 도구다.
프랑스 사이버 보안국(ANSSI) 책임자는 "이 첫 번째 인증은 유럽이 포스트 퀀텀 보안 분야에서 선두를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미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 양자 내성 스마트 카드는 전자 신분증, 건강 카드, 운전 면허증 등 장기적인 신원 보호가 필요한 정부 애플리케이션에 즉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배포에 바로 활용할 준비가 되었다.
탈레스의 신원 및 생체 인식 솔루션 부사장은 "양자 저항 스마트 카드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안을 달성함으로써 탈레스는 미래의 시민 신원에 대한 신뢰를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은 사이버 보안이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님을 증명한다.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구현될 수 있다. 유럽은 양자 컴퓨터가 주류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선도적인 기술로 미래의 위협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자처하며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탈레스(Euronext Paris: HO)는 방위, 항공우주, 사이버 및 디지털 부문을 위한 첨단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다. 이 그룹은 핵심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인공 지능, 사이버 보안, 양자 및 클라우드 기술과 같은 중요한 환경의 연구 개발에 연간 40억 유로(약 6조 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탈레스는 68개국에 8만3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2024년에 그룹은 206억 유로(약 34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