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강철군 기자] 남중국해에 배치된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잇따라 발생한 함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불량연료’ 때문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에서 각각 이륙한 F/A-18F 슈퍼호넷 전투기와 MH-60R 시호크 헬리콥터가 잇따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26일 오후 2시 45분께 정규 작전을 수행하던 MH-60R 시호크 헬리콥터가 항모에서 이륙했다가 얼마 않되 바다로 추락했다. 이어 30분 정도 뒤에는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작전 중 바다로 추락했다. 다행히 헬리콥터에 탔던 3명 전원은 곧장 구조됐고, 전투기 조종사 2명도 추락 전 탈출해 무사히 복귀했다.
미 군사전문지 USNI뉴스는 두 대의 함재기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 오염된 연료에 의해 발생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사건 초기 조사에 관여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이들 소식통은 최종적으로 조사를 마치면 초기 조사와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며 사고에 대한 완전한 조사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USNI뉴스는 이번 사고기가 모두 JP-5 연료로 운용되며, 니미츠호의 유류탱크에 저장됐다가 항공기에 급유된다고 보도했다. JP-5는 제조비용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항공연료인 JP-4에 비해 인화점이 높아 화재 위험이 적고 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항공모함 함재기에서 주로 쓰인다.
미 해군 군수지원사령부는 미 국방부가 승인한 전세계 연료원에서 JP-5를 공급받아 함대급유함을 통해 항모에 제공한다. 니미츠급 항모에는 최대 300만 갤런의 항공연료를 담을 수 있는 저장탱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불순물에 오염된 불량연료에 의한 항공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검을 꼼꼼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류탱크에서부터 항모 갑판에 있는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할 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순도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잇단 함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불량연료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급유과정에 여러 차례의 순도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항공 전문가에 따르면 불량 연료는 △엔진 손상 △추력 제어 상실 △엔진 정지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연료에 포함된 불순물이 연료 필터를 막거나 엔진의 연료 분사 장치와 연소실에 손상을 일으켜 엔진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오염된 연료로 인해 엔진의 추력 제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조종사가 항공기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워져 비상착륙 상황을 맞기도 한다. 또한 연료에 수분이 혼입되거나 연료 부족, 이물질 혼입 등으로 인해 엔진이 갑자기 멈출 수 있는 아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27일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추락 사고는 불량연료(가 문제)일 수 있다. 불량연료(가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그것(불량연료에 의한 사고)이 발생한다. 그들(해군당국)은 불량연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밝혀낼 것이다.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공군에서도 지난 1999년 9월 물이 다량 포함된, 불량 연료를 주입한 F-5 전투기가 작전 중 추락하는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