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서방 세계를 향해 러시아의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하이브리드 공격에 맞서 싸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군사력 대신 정보전, 사이버 공격, 사보타주 등 비군사적 수단을 통합해 적대국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전쟁 방식이다.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18일(현지 시각) 오후 발표한 125페이지 분량의 논문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응하기: 능동적 전략》에서 유럽과 나토(NATO) 국가들의 '관성'을 강하게 규탄했다. 러시아 침략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지적한 것이다.
크로세토 장관은 하이브리드 전쟁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내부 결속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폭탄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핵심 인프라, 의사결정 센터, 필수 서비스를 공격하며, 매일매일 그리고 점점 커지는 재앙적 피해 위험이 있다"고 썼다.
그는 러시아 공격에 서방이 너무 적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지속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육군 침략에 가만히 있지 않듯, 하이브리드 공격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서방이 비대칭적 갈등에 참여하면서도 대응에 끊임없이 뒤처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주요 특징인 모호성 때문이다. 공격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나토의 집단 방위(5조) 발동이 어렵고, 민주적 절차와 EU·NATO의 합의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데 일조한다. 대응 속도가 공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크렘린은 군사적·비군사적 도구를 통합적으로 사용해 경쟁자들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내부 결속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러시아가 실행했거나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하이브리드 공격 사례는 시기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en)이라 불린 표식 없는 특수부대를 배치하여 군사적 모호성을 극대화했다. 동시에 대규모 정보전을 펼쳐 러시아 편입의 명분을 조작했다.
△ 2007년 에스토니아 사이버 공격: 최초의 국가 단위 사이버 전쟁 사례다. 정부, 은행, 언론사 웹사이트에 대규모 DDoS 공격을 가해 3주간 주요 온라인 서비스를 마비시켰다.
△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러시아의 '인터넷 연구소'가 가짜 계정을 이용해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적 콘텐츠를 대량 유포했다.
△ 이민자 무기화: 2021년~2022년 벨라루스가 중동·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을 의도적으로 폴란드, 리투아니아 국경으로 이동시켜 안보 혼란과 정치적 비용을 야기했다.
△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마비: 2015년과 2016년 러시아 해커 샌드웜(Sandworm)은 우크라이나의 전력망 제어 시스템을 해킹하여 대규모 정전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지원 시설에 대한 방화 공격이나 루마니아 선거 개입 비난 등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소규모 하이브리드 공격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프라하 싱크탱크 글롭섹의 계산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러시아 연계 인물들에 의한 유럽 내 사보타주 및 공격 시도가 110건 이상 발생했다. 공격의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크로세토 장관은 이대로 가면 서방이 러시아의 '소모전을 통한 승리'를 허용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공격 성격이 '회색지대'에 머물러 전통적인 전쟁으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명분과 합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크로세토 장관은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1500명 규모의 사이버 부대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대는 인공지능, 공급망 보호, 허위 정보 전문가 등 전문 군인들로 구성된 유럽 하이브리드 전쟁 대응 센터 내에 설립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방어 태세를 넘어, 모호성과 비대칭성을 특징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맞서 싸울 능동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관성에서 벗어나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