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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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군 캄보디아에 포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22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소집된 아세안(ASEAN) 특별 외교장관 회의는 태국과 캄보디아 휴전 협상에 구체적인 합의 없이 종료됐다.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태국은 즉각적인 전투 중단에 선을 그었다. 외신에 따르면, 태국과 캄보디아는 오는 24일 국경 지대에서 국방 관계자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을 뿐이다.


전선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7일부터 재개된 무력 충돌은 2주를 넘겼다. 태국 측 22명, 캄보디아 측 19명 등 총 41명의 사망자가 공식 집계됐다. 비공식 집계는 80명을 상회한다. 태국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캄보디아를 압박하고 있다. 태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전이 아니다. 국경 지대의 주도권 재편이다.

태국군, 350고지 장악, 군사적 실리 확보

태국군은 현재 350고지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는 국경 전역을 관측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태국군은 고지 확보 후 캄보디아군의 BM-21 다연장 로켓 진지와 탄약고를 정밀 타격했다. 물류 경로 차단도 병행됐다. 캄보디아의 보급선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군사 작전은 가속화됐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타격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태국 제2군구는 충안마 지역을 포함한 전략 지점을 재정비했다. 캄보디아 노동자 66명을 구금한 조치도 안보 확립의 일환이다. 태국은 이들 중 일부를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다. 정보전에서도 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실리는 태국에 있다. 태국 해군은 반타센과 참락 하위구 일대를 탈환했다. 토모다 카지노 인근 영토 역시 태국 통제하에 들어왔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작전 범위는 국경선을 넘어 캄보디아의 타격 반경 전체를 아우른다.

 

 

아누틴 태국 총리(왼쪽)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사진=AFP 연합뉴스.jpg
아누틴 태국 총리(왼쪽)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사진=AFP 연합뉴스

 

10월 휴전 실패, 태국 '검증된 평화' 요구

태국은 지난 10월 체결된 휴전 협정을 실패로 규정한다. 당시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쿠알라룸푸르 방문 일정에 맞춰 급조됐다.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장관은 이를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측의 성과를 위해 휴전 선언이 서둘러졌다는 지적이다.


준비 없는 휴전은 깨졌다. 11월 10일 태국 군인이 지뢰를 밟아 부상당한 사건이 기폭제였다. 태국은 이를 캄보디아의 협정 위반으로 간주했다. 태국이 이번 회의에서 세 가지 조건을 내건 배경이다. 침략자인 캄보디아의 선제 휴전 선언, 지속 가능성 보장, 지뢰 제거 협력이다.


조건은 단호하다. 태국은 지뢰 제거를 진정성의 척도로 본다. 이미 일곱 명의 태국 군인이 지뢰로 다리를 잃었다. 캄보디아는 신규 매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태국은 전장에서 압수한 무기와 통신 장비를 증거로 제시했다. 명분이 실질을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캄보디아, 분쟁의 국제화 시도… 태국 "스스로 결정"

캄보디아는 분쟁의 국제화를 시도한다. 유엔(UN)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개입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다자 무대에서 피해자 지위를 확보해 태국의 군사력을 억제하려는 포석이다. 캄보디아는 51만 명의 피란민 데이터를 국제 기구에 제출했다.


태국은 정반대다. 철저한 양자주의를 고수한다. 공동경계위원회(JBC)와 총국경위원회(GBC) 틀 안에서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제3자의 개입은 주권 침해로 간주한다. 아세안의 역할 역시 상징적인 중재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국은 지역 내 질서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외교적 고립은 캄보디아의 몫이다. 태국은 베트남, 라오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캄보디아를 압박했다. 캄보디아 내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채널도 열어두었다. 태국은 주요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자국의 안보 이익에 맞춰 조율하고 있다.

 

 

캄보디아 난민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jpg
캄보디아 난민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트럼프, 그리고 중국의 중재 역학

강대국의 개입은 복잡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 분쟁 해결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 한다. 미얀마 사태와 더불어 태국-캄보디아 분쟁 해결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의 핵심 과제다. 안와르 총리는 양국 지도자와 연쇄 통화를 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속도전을 원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즉각적인 휴전 합의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중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조속한 종결을 원한다. 반면 중국은 실질적인 셔틀 외교에 집중한다. 중국 특사 덩시쥔은 방콕과 프놈펜을 오가며 물밑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태국은 이를 지렛대로 쓴다. 강대국의 압력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 시하삭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압력을 일축하며 자국 중심의 해결책을 강조했다. 휴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계획의 문제라는 논리다. 태국은 48시간에서 72시간의 작전 정리 시간을 요구하며 군사적 완결성을 우선시했다.

태국이 원하는 3가지, 캄보디아의 무력화

태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첫째, 캄보디아의 도발 능력을 물리적으로 궤멸시키는 것이다. 고지 점령과 보급로 타격은 이를 위한 수단이다. 둘째, 훈센 정권의 대내외적 명분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국경 분쟁을 정권 승계의 도구로 쓰는 캄보디아의 의도를 차단하려 한다.


셋째,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국경 안보 메커니즘의 재구축이다. 단순한 정전이 아닌, 검증 가능한 비무장 지대 형성과 지뢰 제거가 핵심이다. 태국은 이번 기회에 국경 분쟁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겠다는 계산을 끝냈다. 캄보디아의 경제적 의존도를 활용한 비대칭 압박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24일 회담은 전환점이다. 태국은 조건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캄보디아가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포성은 멈추지 않는다. 90만 명에 육박하는 양국 피란민의 처지는 외교적 수사 뒤로 밀려났다. 국익과 안보라는 냉혹한 현실만이 전선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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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앞두고 강공… 태국이 캄보디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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