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1-23 (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 손정의 일본 소트프뱅크 회장(오른쪽부터)이 옆에 서있다. 사진=연합뉴스.jpg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 손정의 일본 소트프뱅크 회장(오른쪽부터)이 옆에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2025년 초, 인공지능(AI) 산업에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본은 넘쳐났다.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를 감행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숫자는 여전히 거대했지만, 그 이면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테크크런치는 보도를 통해, 2025년은 AI 산업이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낭만에서 깨어나, 수익성과 물리적 한계라는 현실의 벽을 확인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의 폭주, 천문학적 숫자의 향연

자금 조달 규모는 비이성적이었다. OpenAI는 기업가치 3000억 달러(약 431조 7000억 원)를 인정받으며 400억 달러(약 57조 5600억 원)를 조달했다. 제품 하나 없는 초기 스타트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와 씽킹 머신 랩스는 시드 라운드에서만 각각 20억 달러(약 2조 8780억 원)를 모았다. 전례 없는 규모다. 빅테크의 전유물이던 자금력이 초기 창업자들에게도 흘러들었다.

소프트뱅크‧OpenAI‧오라클, 5000억 달러 합작 투자

이처럼 천문학적인 투자 뒤에는 엄청난 지출이 이어졌다. 주요 기업들은 미래를 담보로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감행했다. 올해 인프라 붐을 이끈 가장 큰 거래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소프트뱅크, OpenAI, 오라클의 합작 투자로,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5000억 달러(약 719조 5000억 원)를 투입한다.


△ 알파벳의 공격적 확장: 에너지 및 데이터 센터 인프라 제공업체인 인터섹트(Intersect)를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8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10월에 2026년 컴퓨팅 지출을 930억 달러(약 133조 80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와 궤를 같이한다.


△ 메타의 자본 지출 급증: 가속화된 데이터 센터 확장은 2025년 예상 자본 지출을 720억 달러(약 103조 6000억 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차세대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컴퓨팅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금 흐름에는 구조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투자금이 다시 칩 구매와 클라우드 계약으로 흘러 들어간다. 돈이 밖으로 돌지 않는다. 실질적인 외부 매출보다는 투자금끼리 꼬리를 무는 순환 경제가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버블의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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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버 센터 설비. 사진=EPA 연합뉴스

 

전력난 등 물리적 한계와 균열의 시작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수치를 현실화할 땅과 전기는 부족하다.


데이터 센터 확장은 물리적 장벽에 부딪혔다. 메타와 구글이 수백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력망 확보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투자사 블루 아울 캐피탈은 최근 OpenAI와 연계된 100억 달러(약 14조 3900억 원) 규모의 오라클 데이터센터 계약에서 철회했다. 자본은 준비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부지가 없다. 짓고 싶어도 못 짓는다. 비용은 급등했다.

미진했던 GPT-5와 딥시크의 역습

2023년과 2024년의 모델 출시가 '혁명'이었다면, 2025년은 '개량'이었다.


OpenAI가 내놓은 GPT-5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능은 향상됐으나, 이전 모델들이 보여준 충격적인 도약은 없었다. 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 곡선이 완만해졌다는 신호다. 기술적 차별화는 희미해졌다. 오히려 중국의 딥시크(DeepSeek)는 R1 모델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프런티어 모델급 성능을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 빅테크의 1조 달러 밸류에이션 논리에 타격을 입혔다.

 

 

샘 올트먼 오픈AI의 CEO가 연례 개발자회의 '데브데이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jpg
샘 올트먼 오픈AI의 CEO가 연례 개발자회의 '데브데이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단순히 똑똑한 챗봇 보여주는 단계 지나

모델 성능이 평준화되자 기업들은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똑똑한 챗봇을 보여주는 단계는 지났다.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모델을 도입했고, 자체 브라우저를 통해 플랫폼화를 시도했다. OpenAI 역시 '아틀라스(Atlas)' 브라우저와 OS 제어 기능을 통해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플랫폼 장악을 노리고 있다. 구글은 캘린더 등 자사 생태계에 AI를 깊숙이 심어 이탈을 막는 전략(Lock-in)을 택했다. 배급망 싸움이다. 누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용자의 접점을 차지하느냐의 전쟁이다.


안전 문제는 더 이상 윤리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재무적 리스크가 됐다.


앤스로픽(Anthropic)은 저작권 소송 해결을 위해 15억 달러(약 2조 1500억 원)를 지불했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AI 정신병(AI Psychosis)' 이슈도 터졌다. 챗봇과의 과도한 감정적 교류가 10대들의 자살 및 망상 증세와 연결되면서 규제 당국이 움직였다. 캘리포니아의 SB 243 법안은 AI 컴패니언 봇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신뢰는 곧 비용이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jpg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언젠가 수익이 날 것' 믿음 끝났다

2025년은 질문의 해였다. 2026년은 대답의 해다.


'언젠가 수익이 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버티던 시기는 끝났다. 인프라 투자는 한계에 봉착했고, 모델 성능은 정체되었으며, 사회적 감시 비용은 증가했다. 기업들은 이제 막대한 투자금이 실제 현금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거품은 꺼진다. 옥석은 가려진다. AI 산업은 이제 맹목적인 확장을 멈추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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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묻지마 AI 투자에 '물음표'... 2026년은 증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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