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방진회1.png▲ 지난 13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방산학회 창립 27주년 기념 국제방산학술대회에서 김영후 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리=김한경 총괄 에디터)

요즈음 방산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남북관계가 좋아져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오면 방위산업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방위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은 3조 2항에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방산업체들의 운명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보환경 변화는 국내 방위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이러한 안보환경 변화는 생산액의 84%를 내수에 의존하는 국내 방위산업이 오히려 수출 증진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데다, 통일시대로 접근할수록 주변국 위협에 직면하게 돼 첨단 군사력을 건설하는 방위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은 2016년 기준 1.7%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6개국의 점유율 80%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대기업이 대부분의 수출을 차지해 중소기업 수출액은 6.7%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액 대비 수출 비중도 13.6%에 불과해 선진국의 25∼75%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방위산업을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육성하여 생산 규모는 2016년 기준 100억 달러로 제조업 전체 생산량의 10.5%를 점하였고, 고용 인원도 6만 명으로 제조업의 14.3%를 차지한다. R&D 지출 규모도 GDP의 4.4%로 이중 방위산업이 30%를 점유해 세계 1위이다. 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기를 수출해 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75∼85%를 차지한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 방위산업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이스라엘 벤치마킹해 틈새시장 찾아 공략하고 전략적 수출에 집중해야

첫째, 진화적 개발 방식을 적용하여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명품무기를 만들어낸다. 일례로 이스라엘을 지키는 미사일 방어체계로 널리 알려진 ‘Iron Dome’은 진화적 개발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 무기체계다. 최초에 목표성능의 70% 수준만 충족한 채 2011년 실전에 배치됐고, 이후 운용하면서 2년 동안 성능을 계속 높여 미사일 요격율을 95%까지 향상시킨 무기체계다.

둘째, 무기를 개발하는 최초 단계부터 수출 가능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며, 대부분의 방산업체가 정부 지분이 상당하지만 업체가 운영을 주도하고 정부는 융통성 있는 지원 정책을 펴는데 주력하고 있다.

셋째, 선진국 방산업체들이 소홀히 여기는 레이더, 유도무기 등 무기체계 분야의 틈새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수출 대상국도 전통적인 인도, 미국, 유럽 국가 외에 러시아, 동유럽, 남미 등을 ‘전략적 수출시장’으로 선정해 집중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주도하에 방위산업을 수출형 산업구조로 전환 필요

이스라엘의 사례를 교훈으로 한국의 방위산업을 수출형 산업구조로 전환하려면 수출형 R&D 확대, 지원정책 내실화, 지원제도 개선 등이 요구된다. 또 국가별 맞춤전략을 마련하고 다양한 수출품목과 방식을 개발해 전략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관련부처 간 협업과 전문인력 보강 등 수출지원 인프라도 확대돼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등 정부 측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방위사업청이 발표한 수출전략을 살펴보면 구매국 요구사항과 기술수준 등을 고려해 공동생산·개발·수출, 완제품 수출, 부품 수출 등 3가지로 차별화하는 ‘유형별 접근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공동생산·개발·수출은 기술이전, 합작회사 설립, 현지 생산 등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고, 완제품 수출은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접근하며, 부품 수출은 절충교역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 측 수출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형 방산체제를 빠른 시간 내 구축해 단기적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있어야 함으로 방위사업진흥회는 3가지 방안을 구상해 보았다.

부품 국산화 비율 높이고 중고무기 수출하는 ‘한국형 FMS’ 활성화해야

첫째, 한국이 첨단 장비 및 무기를 수출하려면 개발 과정에 적용된 선진국 핵심기술의 ‘수출 승인’이 종종 발목을 잡는데,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픔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산화율 산정 개념이나 공식이 일관성이 없거나 명료하지 않아 특히 중소업체들을 어렵게 만드는데 이런 점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둘째, 한국군이 사용하던 중고 무기를 성능 개량해 수출하고, 한국군은 신형 무기를 보급 받는 ‘한국형 FMS’(Foreign Military Sales)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수입국과 한국 간 방산 협력을 제고해 다른 방산제품도 구매토록 유도하는 한편, 한국군에게는 신형 무기가 공급됨으로써 방산업체의 생산 라인을 지속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셋째, 현재 방산업체들이 수출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애로점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해결해야 한다. 수출절충교역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체의 어려움은 물론 국내업체의 해외생산, 외국업체와 합작사 설립 그리고 공동 개발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통일 한국의 잠재적 경쟁상대 대응 위한 방위산업 역할 여전히 중요

수출 이외에도 한국 방위산업의 활로를 개척할 분야를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확실해지면 점차 통일시대로 접근하면서 통일 한국과 국경을 접하고 갈등관계에 놓일 잠재적 경쟁상대가 등장한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나라들로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대국이다.

중국과는 백두산 영유권, 서해 경계 획정, KADIZ 및 이어도 문제 등으로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는 독도 영유권, 중첩된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의 권익, 위안부 및 역사왜곡 문제 등으로 대립할 수 있다. 러시아와는  갈등요소가 적은 편이나 두만강 하구 영토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통일 한국의 군사력 규모도 새로이 검토돼야 한다. 국토 크기와 인구수, 경제력, 국민정서, 주변국 군사력 규모, 동맹 및 외교관계 등 내외부적 요인을 동시에 검토하되, 인구를 7,000만 명으로 설정하고 인구 대비 병력기준 분포율을 0.6∼0.7%로 고려하면 최소한 42만 명에서 49만 명은 보유해야 한다.

42만 명 이상을 최첨단 무기체계로 무장시켜야 통일 한국의 영토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그러자면 한국 방위산업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즉 한반도 평화시대가 방위산업의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고슴도치 가시’에 해당하는 비장의 무기체계 개발 위해 서서히 준비해야

한국은 과거부터 큰 위협에 직면할 때마다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전략은 상대보다 군사력이 약할 때 우리가 보유한 무기체계가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 그것 때문에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한국 방산업계는 이제 ‘고슴도치의 가시’에 해당하는 비장의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통일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말이다. 따라서 평화무드가 방산업계에 찬바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틀렸으며, 방위산업을 수출형 구조로 전환시키는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동안의 노력과 현재의 비전을 바탕으로 현 시점에서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토의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갈 시점이 도래했으니, 지금 이 순간부터 한국 방위산업의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데 정부와 연구기관, 방산업계, 관계 전문가들이 적극 소통하면서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김영후 1.png
 
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경영학박사)
前 병무청장
前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前 제7기동군단장
前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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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회 부회장 특별기고] 한반도 평화시대, 명품무기 수출 전략이 방위산업의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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