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0(목)
 
헤일리.png▲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내 사임을 기정사실화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연내 사임 공식화

‘대북제재’주역이자 유력한 차기 리더인 헤일리의 퇴장은 2가지 해석 낳아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지난 2년 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연내 사임을 공식화했다. 헤일리 대사도 이를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기자들과 함께 헤일리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헤일리 대사는 6개월여 전부터 '잠깐 쉬고 싶다'며 연말에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이 자리에서 2020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종종 주요사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것이지만 2020년 선거에는 어떤 후보로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화당 내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따라서 헤일리의 퇴장은 2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첫째, 대북협상 국면에서 폼페이오가 주도권 장악하고 헤일리는 입지 상실

첫째, 트럼프 행정부내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함에 따라 헤일리 대사가 용도폐기됐다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헤일리는 폼페이오 장관에 의해 밀려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현행 '대북 제재망'은 헤일리 대사가 사실상 밑그림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제6차 핵실험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4차례의 안보리 대북결의안도 처리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유류 제재'의 길을 텄다면, 연말에는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맞서 원유 공급량을 동결하고 정유 공급량을 대폭 제한하는 제재결의 2397호도 통과시켰다.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는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고 발언해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헤일리의 악담질은 우리에게 전쟁 도발자 감투를 씌워 새로운 고강도 제재결의 채택을 무난히 치러 보려는 흉심의 발로"라며 헤일리 대사를 '돌격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초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등장하자 '볼턴-폼페이오-헤일리' 신(新) 3인방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언론접촉을 극히 꺼렸던 틸러슨 장관의 후임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고, 볼턴 보좌관이 초강경 보수 진영을 대변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각종 외교이슈를 주도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확연히 줄었다"면서 "여기에 강경보수의 볼턴 보좌관까지 등장해 헤일리 대사는 핵심 정책 논쟁에서 사라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3~4월부터 대북 협상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대북제재를 주도해온 유엔대사보다 '북미협상 실무총책'인 국무장관에게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둘째, 트럼프가 유력한 차기 주자인 헤일리를 껄끄럽게 여겨?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위협이 될 만한 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헤일리 대사를 껄끄럽게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하는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뉴욕타임스(NYT) 칼럼 파문 이후 처음으로 물러나는 고위직 인사이다. 그녀는 당시 칼럼 기고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는 익명 칼럼의 저자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이런 의혹을 차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여성 유권자들의 외면으로 고전하는 공화당에서 헤일리 대사가 상원의원이나 부통령,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뛸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으로 교체하고,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020년 선거 전까지 그레이엄 의원의 남은 임기를 채울 후임자로 헤일리 대사를 지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 도전 때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 대신 헤일리 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헤일리를 정치적 동반자로 여기는 경우에 국한된다.

헤일리 대사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미 찰스턴칼리지 정치학 교수인 조던 라구사는 로이터에 "헤일리가 대선 출마에 앞서 자신과 트럼프 사이에 틈을 벌리기를 원한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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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헤일리 유엔대사 퇴임은 폼페이오와 트럼프 중 누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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