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0(목)
 
인민해방군1.png▲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남중국해 등 해양지역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를 방문, 군 간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송승종 전문기자)

군인 신분 숨기고 미국 유학, 유명저널에 게재한 논문 수 10년 간 8배 늘어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WSJ)과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FP) 등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0여 년 동안 2,500명 이상에 이르는 군인 과학자 및 공학도들의 해외유학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외유학에서 터득한 학업의 결과물로 해외 유명저널지에 게재한 논문 수는 같은 기간 동안 거의 8배나 늘어, 2007년의 불과 95건에서 작년에는 무려 734건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문제는 중국인 과학자들이 중국군 소속이라는 점을 알리지 않아, 이들이 유학하는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중국군 유학생들이 군인 신분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은폐되었던 문제점은 중국이 양자 물리학(quantum physics), 암호학(cryptography), 자율주행차량 기술(autonomous-vehicle technology) 등을 비롯한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여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을 계기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들 중 상당 부분에 해외유학파 중국군 장교들이 관련되어 있었다.

해외파견 군인학자, 파견국 군인들과 “거의 또는 아무런 교류”도 갖지 않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부 및 대학 차원에서 이뤄지는 중국군 학자들과의 학술적 교류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통상적인 쌍무적 군사교류의 목적은 상대편 연구소에 장교들을 방문학자로 파견하여 우호관계와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군이 해외 연구소에 파견한 군인학자들의 상당수는 파견국 군인들과 “거의 또는 아무런 교류”도 갖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군 소속 군인들이 해외에 파견되기 전에는 출국에 앞서 고강도의 훈련과정을 거쳐 “정치적 자격증(political credentials)”을 취득해야 한다. 동시에, 틈만 나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군인 유학생들이 “정치 및 이념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면, 그 결과는 상상불가(inconceivable) 할 것”이라며 공공연한 협박의 메시지를 보낸다. “해외에 나가서 허튼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미 의회, 중국인이 미국에서 핵심기술 취득 못하게 조치하지만 어려움 많아

중국군 유학생들이 신분을 고의로 숨기다보니, 해당 유학생이 학업을 모두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들의 정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2012-13년 동안 오하이오 대학에서 언어학 연구에 참여했던 일명 ‘길 카이(Gill Cai)’, 본명 ‘카이 진팅(Cai Jinting)’이라는 유학생은 모국어가 사람들의 추가적인 언어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언어학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중국인이 미국 기업에서 핵심기술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대학 차원에서 제기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따른다. 자존심 강한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들이 공정성과 개방성을 지향하고, 또 많은 경우에 뛰어난 전문지식을 갖춘 중국군 유학생들이 학비 전액을 중국군으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정보공학대학(Information Engineering University)’에 소속된 군인학자들이 유명 저널지에 약 1,600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는 한, 이 대학이 중국 군대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미국 대학들이 미국 정부와 협조하여 개인적인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일이 개개인의 모든 배경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학생, 미국 내에서 중국이익 확산시키는 촉수 역할 한다는 우려 제기돼

비단 중국군 소속 군인들뿐 아니라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첩보기관 공작원(agents of espionage)’ 노릇을 한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확산시키는 전초기지이자 간첩행위를 벌이는 촉수의 역할을 한다는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해외유학생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또 통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Christopher Wray)는 미국 대학들이 순진하게도 중국인들이 “특히 학문적 환경에서 벌이는 비전통적 방식의 첩보수집”이 얼마나 심각한 정보위험을 초래하는지 잘 모른다면서, 중국이 “전국적인 위협(a whole-of-society threat)”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마녀사냥”이자 “광란의 매카시즘”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해외의 현지대학들 중심으로 1980년대에 설립한 ‘중국인 유학생·학자연합회(Chinese Students and Scholars Association: CSSA)’를 통해 해외 유학생·학자들의 집단을 관리 및 통제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회조직으로, 미국에 막 도착한 학생들이 미국생활에 조기에 안착하도록 돕는 중국인들의 현지 네트워크다.

유학생이 습득한 첨단기술과 지식, 미국과 기술 격차 좁히는 일등공신 역할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숫자는 10년 전의 수만 명 수준에서 지금은 33만 명 이상에 이른다. 미국 내 유학생들 중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숫자다. 그런데 CSSA는 현지 대사관 및 영사관과 연결되어 있다.

2016년 중국 문교부는 특별지침을 통해 해외 유학생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헌신과 애국심을 고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대사관·영사관들이 총동원되어, CSSA를 통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시진핑을 찬양하는 기사와 논문을 게재하고, 중국 공산당에 기여하는 선전활동을 벌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요컨대, 상기 내용에 의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에 소속된 군인 유학생들을 포함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의 국가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투원이자 첩보원이며 선전선동요원들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습득한 최첨단 기술과 학술지식들은 중국으로 반입되어 핵심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FBI 국장이 이들을 “전사회적·전국적 위협요인”으로 평가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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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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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미국 대학가에 뿌리내린 중국 인민해방군의 2500개 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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