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리선권.png▲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9월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선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면전에서 ‘모욕 발언’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남북경협 사업에 새로운 적신호가 켜졌다. 소위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재계 총수들에 대한 ‘냉면 모욕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관계 속도조절 요구가 외부의 압력이라면 리선권 발언 파문은 한국 내부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의 남북경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형성쪽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며 핀잔을 줬다는 사실을 공개한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

정 의원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불쑥 나타나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했다“면서 ”(장관은)보고받았느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리 위원장이) 불쑥 온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다"고 대답했다.

정 의원은 "리 위원장이 총수들에게 왜 그런 핀잔을 준 것이냐"고 추궁했고, 이에 조 장관은 "북측에서는 남북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북측에서는) 경제인들이 경제협력 얘기도 하고 그런 걸 기대한 것 아니냐. 그렇게 추정하느냐"라고 재차 물었고 조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리선권, 재계 총수들의 남북경협 노코멘트에 노골적인 불만 토로

지난 9월 19일 당시 평양 옥류관에서 리선권과 한 테이블에서 냉면을 먹었던 재계 총수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다. 리 위원장이 모욕적인 발언을 던진 것은 방북한 총수들이 남북경협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재계 총수들은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견고한 상태에서 남북경협이나 대북투자를 거론할 수 없는 처지였다. 청와대의 요청으로 방북한 것이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욕 받은 재계 총수들, 남북경협 위한 상호 신뢰에 물음표 던질 듯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관계를 전담하고 있어 남한의 통일부에 해당되는 부서이다. 위원장인 리선권은 우리 통일부 장관에 해당되는 인물로서 북한 내 대표적인 ‘대남통’으로 평가된다. 재계 총수들의 처지를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동원해 남북경협 추진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재계총수들로서는 경협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무례한 언행을 보인 북측을 신뢰하기 힘들게 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남한 재계와 북한 당국간의 상호신뢰 구축의 측면에서 리선권은 자충수를 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대표의 재벌총수 확인전화는 ‘입단속’ 논란으로 비화

냉면 모욕 발언 파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는 추세이다.

31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리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또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리 위원장의 발언 논란이 재연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를 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기업 총수들에게 입조심을 하라고 반협박을 한 것"이라며 "홍 원내대표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질타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정부 시절 기업총수를 대면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는데 지금 재벌총수를 협박하는 것인가"라는 지적도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다만 서훈 국정원장은 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언론을 보고 알았다"면서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고위 인사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서 원장만 ‘냉면 모욕 발언’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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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 남북경협 새 악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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