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이 글은 현역대령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3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다. 이들은 한 걷기 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당시 전역을 앞둔 56세의 안철주 대령과 60대 1명, 70대 2명이다. 2013년 8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2일 동안 걸으면서 이들이 느낀 6·25 전쟁의 아픈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와 따스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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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주 대령이 이끈 ‘DMZ 종주단’이 3일간의 사전답사를 통해 확정한 약 330㎞의 종주 코스. 지도에 그려진 적색선(서부·동부전선)과 흑색선(중부전선)이다. [사진=안철주 박사]

 

[시큐리티팩트=안철주 박사] DMZ를 따라 함께 걷기로 한 ‘DMZ 종주팀’을 구성 후 몇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먼저 출발지는 문산 임진각, 최종 도착지는 고성 통일 전망대로 정했다. 코스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한반도의 허리를 걷는다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휴전선 가까이 위치해 있어 분단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DMZ 종주 출발일은 8월 19일, 기간은 12일로 정했다. 아주 더운 혹서기를 피해 걷기에 좋은 계절을 선택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내가 전역하는 날이 9월말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기간을 정했다. 그리고 별도의 지원 차량이나 인원 없이 오롯이 4명이 배낭에 필요한 짐을 휴대하고 걷기로 했다.

 

잠자는 장소는 종주 코스 주변의 민간 숙박시설을 이용하되 그런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군 숙박시설을 협조해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 초코파이 또는 에너지 바 같은 것을 준비하고, 점심과 저녁식사는 그날 걷는 코스에서 만나는 음식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본적인 방향을 정한 이후 실제로 매일 걸어야 하는 구간을 확정하기 위해 2013년 6월 13일부터 3일간 차량을 이용해 종주 구간을 사전 답사했다. 전 코스를 12일로 구분하여 하루하루 걸어야 할 이동로를 직접 확인하고 묵을 숙소를 찾아 예약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구체적인 이동로를 판단할 때에는 지역 행정관서에서 만든 관광지도를 사용했다. 걷는 길이 자세히 표시돼 있지는 않았지만 국도와 지방도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데다 지역의 명소들과 숙박, 음식점 등 관광과 관련된 정보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경기도 지역은 미개통 구간이 여러 곳 있기는 했지만 걷기 전용도로인 ‘평화누리길’을 주로 택했고, 강원도 지역은 경기도처럼 걷기 전용도로가 아직 없기 때문에 국도 및 지방도를 걷기로 했다. 어떤 구간에는 음식점이 아예 없는 지역도 있었다. 이런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초코파이나 에너지 바 등으로 점심 요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간 숙박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군에서 운용하는 숙박시설을 이용했다. 당시 나는 전역을 40여일 앞둔 현역이었기에 군 숙박시설을 협조하기에 유리했다. 군 숙박시설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걸어서 DMZ 종주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민족을 분단한 휴전선 155마일(약 250㎞)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약 330㎞에 달했다.

 

결국 하루 걷는 코스는 가용한 숙박시설의 위치를 고려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동거리를 좀 길거나 짧게 잡을 수밖에 없는 곳도 몇 군데 생겼다. 이동거리가 긴 곳은 걷기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걸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정할 수밖에 없었다. DMZ 종주단을 상징하는 표식도 만들어서 배낭 뒤에 부착했다.

 

30여년이 넘는 군 복무를 하면서 수많은 훈련계획을 수립했었지만, DMZ 종주 계획을 만들면서 더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걷는 사람들의 나이와 체력 상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등 여러 변수가 많았음에도 DMZ 종주 계획은 완성됐다. 단원들은 계획을 공유하고 걷기에 대한 의기를 투합했다.

 

단장을 맡은 나는 모든 계획이 실행 과정에서는 계획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부딪히는 상황에 유연히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도 단원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어떠한 결정도 단장이 혼자서 할 수 있다는 확답도 받았다.

 

안철주 심리경영학 박사 ▶ 예비역 육군대령. 대한민국 걷기지도자로 100㎞ 걷기대회를 7회 완보한 ‘그랜드슬래머’이며, 스페인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걷기 애호가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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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대령의 DMZ 종주기(2)] 사전 답사 통해 330㎞ 종주 계획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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