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04(월)
 

이 글은 현역대령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3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다. 이들은 한 걷기 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당시 전역을 앞둔 56세의 안철주 대령과 60대 1명, 70대 2명이다. 2013년 8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2일 동안 걸으면서 이들이 느낀 6·25 전쟁의 아픈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와 따스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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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24㎞ 종주 후 숙소에서 휴식하며 다음 코스를 논의하는 안철주 단장과 단원들 모습. [사진=안철주 박사]

 

[시큐리티팩트=안철주 박사] 오늘 걸은 거리가 약 24㎞ 정도이다. 이른 새벽 집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왔고 임진각부터 숙소가 있는 감악산 펜션까지 장거리를 더운 날 걸어와서 인지 단원들 모두가 아주 힘들어 했다. 그래서 숙소 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때 근처 가게의 아주머니가 우리들에게 걷는 사연을 물었다. 단원 한 명이 걷는 취지와 오늘 임진각부터 걸어왔다고 설명하면서 시원한 물을 좀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커다란 양푼에 얼음물을 가득 갖다 주셨다.(아마도 냉장고에 있는 얼음을 다 꺼내 가져온 것 같았다). 시원한 물을 마시며 그 아주머니의 훈훈함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이 종주 첫째 날이어서 원래 계획은 숙소에 도착하면 근처 음식점에서 단합을 다지는 의미로 성대한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했을 때 모두들 지쳐서 음식점으로 이동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저녁식사는 숙소 주인이 권하는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었다.

 

저녁식사 후 단원들의 발바닥 상태를 포함한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제일 젊은 나에게도 오늘은 무척 힘든 하루였다. 출발 전에 우리들을 엄청 아끼고 사랑하는 주위의 여러분들로부터 진심 어린 우려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나이가 70이 넘은 사람들이 300㎞가 넘는 먼 거리를 12일 동안 장기간 걷는 것은 무리다. 또 만약에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아주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걱정을 하신 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걷기로 했고, 이렇게 시작된 대장정의 첫날이 지나면서 화살은 시위를 떠나 목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힘든 하루였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완주하겠다는 의지와 소망을 서로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걷기의 궁극적 목표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평상시 신념과 함께 고령인 단원들의 피로가 젊은이들과 다를 것이라 여겨져 “내일 단원들의 걷는 모습을 세밀히 지켜보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목표 지점인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도착하기 전이라도 단원 중 누군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판단되면 아무런 미련 없이 즉시 모든 일정을 중단하겠다”라는 종주 가이드라인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오늘 걸으면서 금년(2013년) 초 아내와 함께 약 4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여정이 기억났다. 한겨울에 걸었기 때문에 길은 몹시 미끄러운데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겨울임에도 비가 자주 내렸다. 날씨가 추웠고 잠자리도 불편해 순례길 걷기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앞서면서 계획대로 목적지까지 걸을 수 있을지 약간의 걱정도 됐다.

 

그러나 며칠을 걸으면서 환경에 적응됐고 처음의 후회와 걱정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리고 추위와 불편함에도 즐거울 수 있었다. 그러자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친절함과 훈훈함이 느껴지면서 행복했다. “그동안 내가 반복된 일상에 감각이 무디어져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너무 두꺼운 옷을 입고 다녀서 주변 사람들의 훈훈함과 친절함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었겠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종착지가 가까워오면서 순례길에 머무는 것이 너무 좋고 곧 끝나는 것이 아쉬워 10㎞도 되지 않는 거리를 걷고 숙소를 정했던 기억도 났다. 순례길을 걸은 후 나는 “과거는 감사, 현재는 행복, 미래는 설레임”이란 문구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고 있다.

 

오늘 DMZ 종주단의 첫날 걷기는 매우 힘들었다. 단원들의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여 걱정도 됐다. 그러나 평화누리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준비해준 얼음물이 시원함과 함께 훈훈한 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번 DMZ 종주도 어려움은 있을 테지만 걷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라고 막연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래서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환경에 순응하면서 즐겁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첫날 비록 힘은 들었지만 계획대로 잘 걸은 것처럼 마지막 날까지 모두 잘 걸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단원들은 모두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안철주 심리경영학 박사 프로필 ▶ 예비역 육군대령. 대한민국 걷기지도자로 100㎞ 걷기대회를 7회 완보한 ‘그랜드슬래머’이며, 스페인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걷기 애호가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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姿鳦巸

스페인순례길..인내와 역경,끈기기 없으면 해 낼수
없는 힘든 코스입니다.마음의 각오와 함께가는 동료가
힘이 됩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추억이 아닙니다.
해 보겠다는 의지가 지금 제가 읽고있는 목록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내 인생의 좌화상.인생목록의
큰 보물책"역사를 엮으시는 겁니다.

步生臥死=걸으면살고~누우면 죽는다.
積水易腐=고인뮬이 썩는다, 움직이은 사람에겐
삶의 의욕까지 생긴다. 역사기록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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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대령의 DMZ 종주기(4)] 첫날 종주 힘들었지만 어려움 극복하고 완주하겠다는 의지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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