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온 불시착 사고로 수리온 계열 170여대 헬기 운항 중단
3년전 해병대 마린온 사고는 원형 헬기인 수리온 부품 결함, 이번 메디온 사고 원인 규명 착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12일 10시35분경 경기 포천시 이동면 육군항공대대 활주로에서 응급 의무수송헬기의 불시착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기 탑승자 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12일 응급 의무후송 헬기 ‘메디온’이 착륙 도중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오전 11시10분부로 사고 헬기와 같은 수리온(SURION·KUH-1) 계열 전 기종에 대해 운항중지 조치를 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운항중지 대상은 육군과 해병대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메디온, 마린온 헬기 등 수리온 게열 전체가 해당되며 총 170여대로 알려졌다.
일단 군이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만큼 해경과 소방청, 산림청 등 다른 기관에서 운용 중인 수리온 계열의 다른 파생형 헬기 운항도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육군은 항공작전사령관을 위원장으로 육군본부와 군수사, 항작사, 국군 의무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앙항공기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비행 과정과 장비정비 분야 등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불시착한 메디온은 최대 6명까지 동시 후송할 수 있으며 기상 레이더와 지상 충돌 경보장치 등을 탑재해 악천후 기상이나 야간 임무 수행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온은 제자리 비행 능력이 뛰어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외부장착용 환자인양 장치인 ‘호이스트(hoist)를 추가 장착해 응급환자 후송 전담용으로 개발한 의무수송헬기로 착륙이 어려운 산악지형과 도서 지역에서도 원활한 의무후송을 할 수 있도록 현재 7대가 개조돼 운용되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육군항공대대 활주로에서 환자를 태우기 위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헬기가 불시착하면서 꼬리 부분이 일부 파손됐다고 밝혔으나, 현장 사진을 보면 꼬리날개가 달린 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지상과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간 것인지 애초 제작상 결함으로 공중에 있을 때 파손된 것인지는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육군은 현재 메디온이 착륙 도중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비행 과정 및 장비정비 분야 등 전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현재 원형 헬기인 수리온은 소방과 경찰, 해양경찰에도 납품돼 있다. 군은 메디온 헬기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제작사인 KAI는 의무후송 헬기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수리온은 에어버스헬리콥터스(옛 유로콥터)의 쿠거와 슈퍼 퓨마의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재설계됐다. 핵심 부품도 유럽산, 미국산, 국산 등으로 뒤섞여 있다.
그러나 메디온과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은 여러 국가의 제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구조적 결함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수리온과 이를 토대로 만든 헬기들의 사고는 간간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7월 경북 포항공항에서 수리온을 개조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시험비행 중 프랑스 제조업체가 만든 ‘로터마스터’라는 부품의 결함으로 추락했다.
로터마스터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인데 이를 제조한 프랑스의 오베르듀발사가 열처리를 제대로 안 해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2월에도 훈련 중이던 수리온 4호기가 전북 익산 인근에서 추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