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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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2월14일에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7군단장 故 이현부(육사 20기) 중장과 헬기 잔해 모습[사진=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발렌타인-데이(St. Valen-tine's Day)는 꼭 30년 전인 1992년 2월14일 오전 선산에서 발생한 헬기추락 사고로 평소 존경하던 7군단장 이현부 중장과 사랑하는 동기생 한황진 중령을 떠나보낸 날이기도 하다.


당시에 7군단장 이현부 중장은 참모들과 함께 UH-1H헬기를 타고 경기도 장호원을 출발해서 작전통제 부대인 포항의 해병 부대 순시에 나섰다.


헬기안에서 군수참모 이원일 대령은 군단장에게 헬기 아래 내려다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주변의 지형을 설명했고 탑승자 모두는 이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바로 이때즈음 탑승한 헬기가 경북 선산군 삼정산 7부 능선 상공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한 바람에 헬기가 요동쳤다. 이어 헬기의 뒷날개가 떨어져 나가더니 균형을 잃고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공포와 당혹감에 휩싸이는 순간이었다. 


추락현장을 발견한 마을주민과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때 이현부 군단장은 “부락을 피해라”고 지시했고 이에 정조종사 이지성 대위는 좌측으로 쏠리며 급강하하는 헬기가 부락을 피하도록 조종간을 잡고 안간힘을 썼다.


또한 참모들과 수행원들은 군단장을 살리기 위해 이 중장의 몸을 겹겹이 껴안았다. 그러나 결국 헬기는 인근 과수원으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배터리의 전원을 떼어내려다가 우측 문밖으로 튕겨져 나온 부조종사 이수호 대위는 헬기추락 현장에 나타난 마을 주민들에게 “빨리 배터리를 제거해라. 그렇지 않으면 기체가 폭발한다. 군단장님을 살려야 한다”고 절규한 후 실신했다.


이 사고로 탑승장병 10명 중 7명이 현장에서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끝까지 군단장을 껴안으며 지키려고 했던 작전참모 허정봉 대령, 군수참모 이원일 대령, 감찰참모 노용건 중령, 비서실장 한황진 소령, 전속부관 서상권 중위와 조규성 상병은 머리를 다친 군단장과 함께 그 자리에서 순직했다.   


군단장 지시에 따라 추락하는 헬기가 부락을 피하기 위해 조종간을 잡고 안간힘을 썼던 조종사 이지성·이수호 대위와 보조승무원 문기남 상병 등 3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지며 부상을 입었지만, 정조종사 이지성 대위는 사고 후유증으로 한달 만에 군단장 곁으로 떠났다.


육군 사고조사반은 ‘사고 원인을 기상이변에 의한 프로펠러 손상’이라고 발표했고, 순직 장병들은 영결식을 거쳐 이현부 장군은 국립서울현충원에 다른 순직자들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중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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