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0(목)
 
3.png▲ 대북전광판은 북한의 권위주의체제을 안으로부터 붕괴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최근 개봉된 영화 '강철비'가 입증해주고 있다. 사진은 '강철비' 중의 한 장면. ⓒ뉴스투데이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발행인)


대북 확성기 방송 중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다함께 차차차”트로트

2016년 1월 다시 시작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대북확성기방송은 재개된 지 1년 만에 북한군 4명을 포함한 15명의 탈북 귀순자를 유도하는 성과를 올렸다.

방송내용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북한 정치보위부 요원들이 대북방송은 허위 거짓날조라고 아무리 교육시켜도 매일 전달되는 일기예보가 정확히 일치되고, 북한 내부에서 알려지기 전에 북한 내부의 대규모 홍수 등 사건, 사고나 북한 선수들의 국제경기 결과를 사실대로 알려주면 나머지 내용도 신뢰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부담없이 듣고 흥얼거릴 수 있는 유행가 하나가 억압된 북한 사회엔 강력한 심리전 무기가 될 수 있다.

국방위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6월 대북방송이 중단되기 전 가장 방송을 많이 한 노래 “베스트 5”는 “꿈에 본 내 고향”, “머나먼 고향”, “고향역” 등 가수 나훈아 전성시대가 1980년 대였고, “팔도사나이”, “멸공의 횃불” 등 일부 군가도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네 꿈을 펼쳐라”, “날개”, “애모” 등 이었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사랑의 미로”, “대동강 편지”, “영일만 친구”, “독도는 우리땅” 등으로 선정 되었다.

금년 연말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강철비’에서는 주인공 북한 정찰국 소속 군관역의 정우성의 딸이 “지 드래곤”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한류 문화가 북한의 철옹성 장벽을 타고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북 FM방송에서는 아예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가요 184곡을 선정해 방송하는데 가장 인기있는 노래는 트로트“다함께 차차차”, “또 만났네요”, “칠갑산”, “아파트”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세대들에게 유행했던 “어머나”, “무조건”, “곤드레 만드레”와 아이돌의 “심쿵해”,“하늘바라기”, “아츄”, “그런날엔” 등도 전파를 타고 있다고 한다.


대북 전광판은 날아가는 총탄보다 무서운 마음속의 핵폭탄, 대북 사면초가(四面楚歌) 전략

북한 측도 멍청하진 않았다.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우리의 대북확성기와 같은 방향인 북쪽으로 돌려놓고 방송하는 것이 최근 군 당국의 감시에 포착됐다. 더 멍청한 짓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배치하면 대북방송이 북측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측은 예측할 수 없도록 불규칙하게 대북방송을 하고, 또 차량에 장치한 이동식 확성기로 장소를 바꾸어가며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만큼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확성기방송보다 더 확실하게 효과적인 대북 심리전 방법이 있다.

2004년 남북합의에 의해 중단하기 전까지는 대북전광판 심리전을 전개했었다. 영상을 송출하기 보다는 6개의 대형 전광판 안에 글자들을 조합하여 대북방송을 하는 장비이다. 6~8미터 높이의 글자라 1~3Km거리에서도 보일뿐더러 밤에도 밝아 탈북자에겐 등대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겐 밤에도 환하게 반짝거리는 대북 전광판은 날아가는 총탄보다 더 무서운 마음속의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다.

게다가 일기예보, 때 마침 한·일 월드컵 속보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중계해주는 역할로 대북 심리전의 최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전광판 심리전을 재개하면 확성기 방송과 함께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광판 심리전은 조선초기에도 “대 야인 전광판”으로 북방 여진족과의 국경 대립 시에도 적용했다고 한다. 여진족의 국지적인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평안도-함길도 국경지대에 커다란 판(3~4m)을 세우고 여진 문자를 익힌 사람을 통사로 임명하여 판에 글귀를 썼다고 한다.

대표적인 선전 문구는 “조선에 귀순한 야인들은 따뜻한 쌀밥을 먹고 지낸다.”, “귀순한 야인은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조선엔 미녀가 많다.” 등 이었고. 밤이 되면 화톳불을 지펴 야인들이 볼 수 있게 하니 굶주린 야인들에게 조선 쌀밥을 통한 심리전은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지속적으로 ‘전광판’ 철거를 요구해 왔고 조정에서는 야인들의 노략질이 반복될 때마다 설치와 철거를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작금의 실태를 볼 때, 효과는 지대하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가? 날아가는 총탄보다 무서운 마음속의 핵폭탄 심리전의 역사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김희철.png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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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M] 대북심리전 전광판은 ‘강철비’가 입증한 사면초가(四面楚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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