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QNR.png▲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해 4월 5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폭격사태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 셰이쿤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죽은 아이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패널이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 “북한이 대규모 화학무기 제조공장으로 의심되는 시리아 건물의 건축용 물자 50톤 보내”

북한, 지난 10년 간 시리아뿐 아니라 테러집단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에 매년 20~30억달러 규모 핵·미사일 기술 판매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맺어진 북한-시리아 간의 '검은 커넥셔' 지속돼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전략”에 또 하나의 '커다란 구멍' 확인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북한이 시라아의 화학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매체들이 27일(현지시간) 유엔보고서를 인용하여 일제히 보도했다.

WSJ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패널이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시리아에 대규모 화학무기 제조공장으로 의심되는 건물의 건축에 사용될 50톤가량의 물자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시리아뿐 아니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집단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이란 등에 핵·미사일 기술을 팔아넘겨 지난 10년 동안 매년 20~3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WSJ에 의하면 북한과 연계된 중국의 무역회사는 2016년 말과 2017년 초 사이 5회에 걸쳐, 대량의 고열내화 및 내산성(acid-resistant, 耐酸性) 타일, 스테인레스 파이프, 온도계, 밸브 등을 시리아로 운송했다. 이는 모두 화학공장을 짓는데 사용되는 물자들이다. 유엔 보고서는 이를 가리켜 “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 생산을 도와주는 대가로 북한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2-2017년 사이에 북한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Korea Mining Development Trading Corporation: KMID)가 복잡한 위장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리아 과학연구센터(Scientific Studies and Research Center: SSRC)로 40회에 걸쳐 각종 물자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센터는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관할하는 기구이다.

미 재무부는 상기 거래에 이용된 위장기업들은 과거에도 시리아의 미사일 및 로켓 추진체와 스커드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각종 부품 구입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했다.

NYT는 최근 시리아 정부가 다마스커스 동쪽에 위치한 구타(Ghouta) 마을에서 북한이 제공한 화학무기 중 사린가스를 반정부 성향의 민간인 공격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지난 2013년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 가입하고, 이듬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감독을 받아 화학무기 전량을 폐기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는 시리아가 여전히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민간인 공격에 사용하고 있으며, 북한의 지원을 받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리아와 북한 간의 검은 커넥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시리아는 소련 고문단만 믿다가 제3차 중동전쟁에서 6일 만에 참패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북한의 군사고문단을 초청했다. 군사작전, 전술, 공병, 특수전, 통신, 공군, 방공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북한 고문단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시리아-북한은 당시에 형성된 군사협력관계가 오늘날까지 돈독하게 지속되는 것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들어, 북한은 시리아에 탱크, 휴대용대공미사일(MANPAD), 스커드-C 미사일 발사대, 확산탄 등 각종 무기를 수출하고, 시리아의 핵·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은 영변 원자로와 동일한 규모의 원자로를 시리아에 건설했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 공군은 문제의 핵시설을 기습 공격하여 파괴시켰다. 2007년에는 사린가스와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가 채워진 탄두가 폭발하여 시리아 기술자 몇 명과 북한 및 이란의 군사 고문관들이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2013년에는 북한 조종사 15명이 비밀리에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그 해에 터키 정부는 북한을 출발하여 시리아로 향하던 화물선을 검색한 결과, 북한제 소총, 권총, 탄약, 방독면 등을 발견하여 압수했다. 2016년에는 시리아 평화회담에 참석한 반군 대표단이 “철마(Chulma)”로 알려진 북한군 2개 부대가 시리아 정부군 편에서 싸우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는 북한의 군대가 시리아 내전에 용병으로 수출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상기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전략”에 또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시리아 내전이 “엄청난 횡재(a windfall)”를 가져다 준 셈이 되었다.

정작 북한산 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제조용 물자 및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금을 지불하는 국가는 시리아가 아니라 이란이다. 최근 들어 이란은 2015년 핵합의 타결 이후부터 시작된 경제제재 완화와 꾸준히 유지되는 석유가격 덕분에 외화 사정이 나아졌다. 그래서 WSJ에 의하면, 시리아 내전기간 내내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던 이란은 시리아 정부의 북한산 무기와 물자 구매를 위해 뒷돈을 대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시리아는 중동지역 진출의 견고한 발판을 제공한다. 북한은 시리아를 통해 이란, 헤즈볼라, 하마드 같은 불량정권 및 테러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에게 군사지원 및 협력을 제공하여 신뢰를 쌓았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게 일종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북한이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획득한 기술자료와 무기훈련, 미사일 수명연한 연장, 유도체계 개선 등의 실전적 데이터들을 넘겨주는 것이다. 인도가 대륙간탄도탄(ICBM) 1발을 시험 발사하는데 약 3천만 달러가 드나, 북한은 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시험 발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엔 보고서는 대량살상무기, 해상수송 및 검역, 불법적 무역행위 등에 정통한 8명의 전문가들이 작성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은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2010년 이후부터 북한에 의한 국제제재 위반 사례들을 조사하여 매년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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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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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유엔 보고서로 밝혀진 북한-시리아 간 대량살상무기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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