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우위’ 상징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기차 외교’ 선택
특사인 장성택·최룡해 때와 격이 다른 ‘국가 정상급’ 경호 및 의전 제공받아
중국 당국, 김정일 방중 때처럼 ‘언론 보도’ 통제하고 ‘최고위급 인사’ 실명 확인 안해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중국 당국은 26~27일 방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조부인 김일성과 부친인 김정일에 준하는 외교적 예우를 제공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 최고 지도부가 김정은 체제에 대해 갖는 시각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우선 김 위원장은 녹색 특별열차인 ‘1호 열차편’을 통해 단둥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 1호 열차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방중할 때 사용하던 교통편이다. 일반적인 외교관행상 국가정상은 외국을 방문할 때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김 위원장은 국내 현지지도 등을 할 때 항공기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열차를 선택하는 것은 그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식 외교의 관점에서 열차는 ‘대중국 우위관계’의 상징이라는 해석이 흥미롭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열차는 중국의 국공내전 때 북한이 중국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라며 “중국 당국은 모든 관련 기차 노선을 정지시켜야 하는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자에게만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특별한 대우를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일성은 1호 열차에 오른 후 중국에 방중 사실을 통보함으로써 북중 관계상의 우위를 부각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집권 기간중 7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매번 특별 열차를 이용했다. ‘신세대’인 김정은이 이번 방중에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특별 열차를 선택한 것은 선대와 동급의 정치체제라는 점을 확인하는 행사의 성격도 갖는 것이다.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중국 당국이 제공한 동선, 경호, 의전 등도 모두 국빈급이었다. 김정은이 파견했던 특사인 장성택·최룡해의 방중 때와는 격이 다른 ‘국가 정상급’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일행은 26일 오후 오후 3시 북한 1호 열차를 타고 베이징 역에 들어왔다. 중국 국빈호위대는 베이징역을 완전 통제한 가운데 김 위원장 등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 등은 검은 리무진을 타고 사이드카 수십 대의 호위를 받으며, 최고 수준의 경호 속에 국회의사당 격인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밤 10시경에는 국빈들의 숙소인 댜오위타이(조어대)로 이동했다.
따라서 26일 오후부터 인민대회당과 댜오위타이(조어대) 부근은 공안과 무장경찰의 삼엄한 감시 아래 놓여졌다. 또 시간 간격을 두고 인근 10차선 도로가 완전히 봉쇄됐다. 김 위원장의 이동을 위한 조치였다.
김일성, 김정일이 방중할 때 적용됐던 ‘언론 통제’도 재연됐다. 중국당국은 26일부터 각 언론사에 ‘북한 관련 보도 금지’를 지시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지칭하는 '진싼팡(김씨 일가 3대 뚱보)' 단어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 당국의 방중한 최고위급 인사의 신원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는 것도 김정일의 방중 때와 동일하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방중’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아는 바가 없으며 만약 말할 게 있으면 적절한 때 발표하겠다고"고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