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8(금)
 

무기체계사진.png▲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5'에 설치된 국방전시관. 우리나라 '자주국방의 역사와 미래'란 주제로 무기개발 내용과 미래 국방기술을 담고 있다.
 

[한국무기 디테일] 시리즈는 총론을 통해 한국 무기체계의 개발 과정과 발전해온 특징을 짚어본 후, 소화기부터 화력·기동무기, 함정, 항공기, 유도무기 등 육·해·공군의 다양한 무기체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일화들도 곁들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중인 방산업체들의 수출 이야기도 포함할 생각이다. <편집자 주>


박정희 대통령, 최초의 무기 개발인 ‘번개 사업’ 지시 후 중화학공업과 연계시킨 방위산업 발전 추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주도하고 업체는 시제품 제작과 생산 담당, 2000년 이후 업체 개발 확대

체계종합 능력 강하고 개발 실패 드물어... 무기체계 전 분야에서 상당한 개발 및 생산능력 구비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1971년 11월 9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부장관과 국방과학연구소장에게 “즉시 국산병기 개발에 착수하여 연내에 시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최초의 무기 개발인 ‘번개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번개사업은 예비군 20개 사단을 경장비 사단으로 무장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소총, 기관총, 박격포, 지뢰, 수류탄, 3.5인치 로켓발사기 등 기본병기 중심으로 1차 시제품을 12월 30일까지 제작하고 시험 후 결함을 보완하여 2차 시제품을 이듬해 3월 1일까지 제작하도록 기한을 정했다.

사업 명처럼 번개처럼 빨리 만들어야 했던 1차 시제품 8종이 12월 16일 마침내 청와대 대접견실에서 공개되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초유의 국내 개발 병기가 진열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구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며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시작된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4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명품무기를 개발할 정도로 성장했다. 1970년대 외국 무기를 모방 개발하는 것으로 시작한 방위산업이 이제는 국내 독자기술로 세계 정상급 무기체계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중 K9 자주포, K2 전차, K11 복합형 소총, T-50 고등훈련기 등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무기체계가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배경에는 1970년대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구축했던 방위산업의 튼튼한 기반이 작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중화학공업과 연계하여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형 첨단무기체계를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산업체제와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또한 1970년 ‘자주국방의 초석’이라는 기치아래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국가가 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도록 만들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모든 무기체계에 대한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고, 방산업체는 시제품 제작과 생산을 담당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기술력이 빈약했던 시절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방산업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추진된 무기체계 개발 정책은 ‘국내개발 우선’ 또는 ‘국산무기 우선 사용의 원칙’ 등 국산화 및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모방 개발과 기술도입 생산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1990년대 말부터 기술의 깊이와 범위가 다양해지면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해온 방식에 비판이 일었다. 결국 국방과학연구소가 일부 개발의 주도권을 방산업체로 넘기면서 업체의 개발 능력은 상당히 발전하였고, 이제 시제품 제작과 생산은 물론 개발까지 업체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무기체계를 개발하다보니 핵심기술 개발 능력보다는 다양한 기술과 부품들을 결합하여 최적의 장비 성능을 구현하는 체계종합 능력이 강한 편이다. 그 이유는 절박한 안보상황에서 무기체계를 조기 확보하려면 핵심기술 및 부품들을 해외에서 구매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무기체계와 기술 개발에서 거의 실패가 없었다. 왜냐하면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것들을 따라잡는 방식이어서 목표가 분명했고 소요기술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주도의 엄밀한 기획 하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무기체계와 기술 위주로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우리나라는 무기체계 전 분야에서 상당한 개발 및 생산능력을 구비하게 되었다. 물론 첨단 정밀전자 및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기술력이 미약하지만, 재래식 무기체계의 하드웨어나 플랫폼 분야는 기술력이 뛰어난 편이다. 우리가 만든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초창기의 절박한 인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아 가급적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노력해온 결과의 산물이다.

김한경200.png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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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기 디테일] ① 총론 : 한국 무기체계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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