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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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김정은의 진정한 속셈은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와 함께, 경제제재라는 목조르기의 회피"

CNN, “미국의 단점은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 트럼프는 깁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정권에 정당성(legitimacy) 부여"

트럼프의 '과대망상'이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내부의 적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김정은이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거대한 “비핵화 쇼”에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속아 넘어갈 것인가?

북한 ‘비핵화’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이슈이기 때문에, 상기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처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초일류 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인민들을 굶겨 죽이는 깡패국가 북한에게 속아온 지난 25년간의 과오를 앞으로도 똑같이 반복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전원회의 자리에서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선언했다. 그 자리에서 비핵화의 ‘비’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도리어,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사용치 않을 것”이라거나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만방에 선포한 셈이다.

그 날 국내외 언론매체는 흥분에 들뜬 분위기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언을 환영”하고, 이에 상응하는 한·미의 조치를 촉구했다. EU는 “긍정적이며 오래 기다려 온 조치”라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미국과 북한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트위터를 날렸다. 다른 외신들도 “정치적 대사건” 또는 “놀라운 외교적 행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 이런 낙관론이 자취를 감추고, 신중론과 비관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핵심 내용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하나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과, “미북 정상회담이 초래할 후유증”그리고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 가능성” 등으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4.21일자 워싱턴포스트(WP)는 “또 다시 도널드 트럼프에게 사기 치려는 북한(North Korea Is Conning Donald Trump Yet Again)”이라는 기사에서 남북 지도자들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상회담에 어수룩한 미국 대통령을 감언이설로 끌어 들여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snookered the credulous American president into a high-profile summit that is likely to end in disaster one way or another)”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WP는 핵실험 중단 발표는 ① 북한 핵 프로그램 유지, ② 국제제재 완화, ③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회피 등 1석3조의 효과를 노린다고 보았다. 반면에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3명의 석방 정도이다.

WP는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꺼내지 않은 것과 관련된 노림수도 언급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종식을 뜻하는 “암호(a code word)”에 해당한다“며, ”핵실험 중단 같은 속임수로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을 철회시키게 되면, 남한을 협박하고 심지어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다. 즉, “북한과 평화가 달성되었다면 남한에 미군이 왜 필요하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 제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그 전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미국이 경각심을 높여 산통을 깰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WP는 트럼프의 과대망상증을 경계한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어리숙함(credulity)’을 노출시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북한정권의 속성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김정은과 한 방에 들여보내주면, 내 손으로 다 해결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탕탕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핵동결의 함정(a freeze trap)”을 경고했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했지만, 김정은은 핵무기 포기 요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선언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 의미는 전혀 없는 것으로, 김정은의 속셈은 이것을 ‘진정한 비핵화의 대용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4개월 전만해도, “내 책상에 핵 버튼이 있다”고 떠벌이던 북한 독재자가 갑자기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것은 이런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다.

NYT에 의하면, 김정은의 진정한 속셈은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와 함께, 경제제재라는 목조르기의 회피(to cement his country’s status as a nuclear state while escaping the chokehold of economic sanctions)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란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CNN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끔찍한 후유증을 남길 것(Trump's meeting with Kim will lead to an awful hangover)”이라고 우려했다. CNN에 의하면, “만일 회담의 목표가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계획되어 있는 미북 정상회담은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다(If their goal is to eliminat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threat, the planned talks between Donald Trump and Kim Jong Un are doomed before they even begin)”고 혹평했다.

CNN은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최대 약점을 가리켜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라고 지적했다. 그런 약점에도 “미국이 별다른 대가를 얻지 못하면서 북한이 수십 년간 꿈꿔오던 큼직한 선물을 안겨주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선물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한 정권에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요컨대, CNN이 지적한 대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갈팡질팡’으로 요약된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유제공과 경수로 제공, 부시(子) 행정부는 협박과 경제원조,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수수방관(‘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하에)으로 오락가락했다. 미국 대외정책의 치명적 결함은 또 “정교함의 결여”에 있다. 외교나 협상이 어려우면 마지막에는 힘(군사력)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가 그들의 DNA속에 흐르고 있다.

이런 안일함과 부주의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면서도 북한 같은 3류 국가에게 번번이 당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인류 전쟁사에서 두 가지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장기전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과 “적을 가벼이 여기고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마도 트럼프의 과도한 자신감과 과대망상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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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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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김정은의 ‘비핵화 쇼’와 트럼프의 '과대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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