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문재인 김정은.jpg▲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방일보)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안보전문기자/발행인]

판문점 선언은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역사적 출발...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이제 시작

지하에 숨긴 핵무기부터 모두 밝혀야 CVID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은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역사적 출발”이라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 더는 전쟁과 핵 위협이 없으리라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한 평화선언”이라며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의 노력과 신뢰 구축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당국자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협상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제한 없는 사찰' 등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했지만, 많은 안보전문가들은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북한이 미국의 요구 수준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CVID(Complete, Irreversibl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중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물질·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이를 다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핵시설을 영구 해체한 뒤 핵 기술 인력까지 추적·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CVID를 완전 시행하려면 풍계리 핵실험장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과 다른 곳에 숨겨뒀을 것으로 의심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모두 영구 폐쇄해야 한다.

비핵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검증'이다. CVID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기술, 인적자원 목록을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시설 운영 기록, 설계 정보, 처리한 핵물질의 양 등 세부 내용까지 자세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뒤, 그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예비 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핵개발 의심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핵물질 해외 반출, 핵시설 해체를 한 이후로도 비핵화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 자진 신고로 완전한 검증 가능토록 해야

과거, 북한은 한 번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에 제대로 응한 적이 없다.
 
북한은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에서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해 5월 IAEA에 핵시설·핵물질 정보 등을 담은 최초 신고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IAEA의 사찰 결과 북한이 수차례 핵 재처리를 했으며, 신고한 것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북한은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IAEA에서 탈퇴해 버렸다. 6자회담도 결국 북한이 검증을 거부해서 실패했다.

2008년 6월 북한은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 의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미신고 핵시설과 핵물질, 관련 활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장소를 마음대로 사찰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검증의정서 요구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의 은닉한 핵 활동에 대해 CVID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결국 핵 관련성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지역에 대한 불시 사찰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 조치 이후에도 일부 핵 시설을 숨겨두거나 몰래 핵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언제 어디서든' 사찰을 허용하는 IAEA 추가의정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통큰 결심으로 경제우선 정책으로 전환하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실험 중단과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은닉된 것까지도 자진해서 신고하여 완전한 검증 가능토록 해야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진정한 역사적 출발이 될 것이다.

북한 핵시설.png
  
폐기 대상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크게 핵 시설과 핵 물질(폭탄)과 미사일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선언하고 있는 폐기 대상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크게 핵 시설과 핵 물질(폭탄), 미사일 등 세 가지다.

이 중 확인된 핵 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의 원자로 2기, 원자력발전소 3기 등 크게 15개다. 그 대부분이 영변에 집중돼 있다. 가장 우선적인 폐기 대상은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핵연료봉 제조 시설 등이 꼽힌다. 최근 가동 징후가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 핵단지의 신형 실험용 경수로도 폐기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영변의 핵 관련 건물만 39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무기/미사일 현황>
핵물질/핵무기(추정)
미사일 1000발 이상(사거리)
플루토늄
40~50kg 이상
스커드:600발
스커드-C(500km),
스커드-ER(1,000km)
고농축 우라늄
600~700kg 이상
노동:200발
노동(1,300km)
핵무기
30~40개 이상
무수단/
화성:10발 이상
무수단(3,000km),
화성/대포동(10,000km)

북한이 지금까지 확보한 핵물질은 플루토늄이 40~50㎏가량인 반면 고농축우라늄은 600~7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금도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원심분리기 2000개)과 다른 지하 비밀 장소에서 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15킬로톤·1킬로톤은 TNT 1000t 위력)과 같은 핵무기를 30~40개 이상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은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운반 수단이다. 북한은 단거리(사거리 120~1000㎞)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사거리 5500㎞ 이상)까지 총 1000여발의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태평양 괌이나 미 본토를 위협하는 화성 12형 중거리 미사일, 화성 14·15형 ICBM은 10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의 폐기 대상인 핵 시설과 핵 물질(폭탄), 미사일 중에 우선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하여 공개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핵실험장 폐쇄 현장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쇼와 기만전술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문재인 정부도 속고 있다며 보다 강경한 조치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독일 통일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아데나워 재단의 한 관계자가 말한 것 같이 "Give and Take"를 철저히 준수한다면 손해 볼 것도 없다.

단지 너무 앞서 나아가 금번의 대북 확성기 조기철거 등과 같이 일방적으로 서두르지 말고 상호간에 단계별로 한가지씩 주고 받는 식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로 국제적인 감각이 있어서 과거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며,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진정한 남북의 노력과 신뢰 구축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해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희철.png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 (현)안보팩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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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M] 판문점 선언,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출발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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