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노동신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9일 2차 방북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최종 조율 성공' 관측
회담 의제 및 장소 합의점 도달 관측 속 북한은 억류 미국인 3명 전격 석방
트럼프, “미국인 석방은 한반도 비핵화 노력의 일환”이라며 김정은에게 ‘감사’ 표명
김정은, “새로운 대안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높게 평가하고 사의 표명”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유력속, ‘평양’도 급부상...트럼프의 '정치적 야심'이 회담 성공의 최대 원동력 분석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의 북미정상회담 기류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이 북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에서 생화학무기를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 전체에 대한 '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라는 새 기준을 북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때 ‘비관론’이 부상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2차 방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와 시기 및 장소 등에 대해 성공적으로 최종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다시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특히 북측이 이날 김동철, 김학송, 김상덕(토니 김) 씨 등 북한 억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전격적으로 석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하는 등 양측에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2시 45분쯤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기에서 귀국한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을 직접 맞이하는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김정은과 폼페이오가) 만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정말로 그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엇인가를 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를 진짜 세계(real world)로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인 3명 석방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은 북미정상회담의 사전정지작업이 성공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해석인 셈이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 방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언젠가(one day)엔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따라서 이번 북미정상회담 장소로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평양이 낙점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급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높게 평가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것도 주목되는 극적인 변화이다.
조선중앙TV는 10일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전날 회동 영상을 보도하면서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들으시고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셨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새로운 비핵화 기준인 PVID 대신에 기존의 CVID로 회귀하는 비핵화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평양행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CVID’를 다시 거론하기도 했다.
또 ‘북한 비핵화 및 경제적 보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두 차례 회동에서 강조한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수렴하는 새로운 절충안을 폼페이오 장관이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비핵화-후(後) 경제적 보상’이라는 기존의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경제위기에 처한 북한을 유인할만한 보상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의 ‘불량국가’인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자신의 역사적 과업으로 만들려는 열망에 불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북미정상회담이 근본적으로 내포한 난제를 해결하는 최대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 매체의 주장대로 폼페이오가 트럼프의 '새로운 대안'을 전달하고 그 대안에 김정은이 만족했다면,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트럼프의 '정치적 야심'이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과 존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의 이 같은 정치적 야심을 지원하는 입장을 취하는 반면에 또 다른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정권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고수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