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K9사진.png▲ 한국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세계적인 명품 무기 K9 155mm 자주포의 위용 (사진=한화지상방산 제공)
 
K55 자주포 미국과 공동 생산 후 한국 독자기술로 최대사거리 40km의 가성비 뛰어난 자주포 개발

해외 무기시장에서 호평, 한국무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6천억 원 수출 달성, 향후 수출 전망도 밝아

(안보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자주포는 사전 상에 “차량 위에 탑재된 채로 운반되고 사격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포”로 정의되어 있다. 한국군이 창군 이후 보유했던 175mm 자주평사포와 8인치 자주곡사포가 이에 해당한다. 즉 궤도차량 위에 견인포를 올려놓은 형태로서 화포 운용은 견인포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 삼성테크윈이 기술 도입으로 생산한 K55 자주포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주포를 생각할 때 사격 과정이 자동화된 개념을 떠올린다. 실제로 자동화 개념이 포함된 자주포는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한 K9 자주포에서 비로소 구현된다.  
 
육군은 KH179(한국형 155mm 견인곡사포)를 전력화할 무렵, 화력 증강을 위해 155mm 자주포 사업도 추진하게 된다. 포병은 1970년대부터 175mm나 8인치 자주포보다 많은 탄약을 탑재하고 탑승한 상태에서 사격이 가능하며 생존성도 높은 자주포를 필요로 했다.

당시 이에 가장 부합하는 화포는 미군이 1979년부터 생산하여 32개국에서 운용하던 M109A2 155mm 자주포였다. 냉전시대에 자유 진영의 대표적인 화포로 꼽힌 이 자주포는 25톤의 중량에 최대사거리가 24km이고, 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며,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여 방호력이 우수하였다. 1990년에는 사거리를 30km로 연장한 M109A5로 발전했고, 1992년에는 반응성과 생존성을 대폭 향상시킨 M109A6가 등장했다.

1983년 12월 국방부는 M109A2를 한국에서 미국과 공동 생산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신과 포탑구조물은 미제를 수입하고 차체, 사격통제장치, 유압장치는 국내에서 생산하여 체계를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이 자주포는 M109A2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했다는 의미를 담아 ‘KM109A2’로 명명되었고, 1985년부터 삼성항공(이후 삼성테크윈)이 생산하여 전투부대에 배치하였으며, K55 자주포로 불리고 있다.

K55란 당시 삼성항공 측에서 체계 조립과 생산을 하면서 보안 유지를 위해 익명으로 부르던 명칭이었다. 이것이 전투부대에 그대로 전파되어 K55 자주포로 불리게 된 것이다.

K55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약 1,200문 가량 생산되었다. 최대사거리가 24km이지만 발사속도와 반응성이 2000년대 전장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어서, 2013년부터 삼성테크윈은 K9 자주포 기술로 K55를 성능 개량한 K55A1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K9 자주포의 문당 가격이 40억 원 정도인데, K55를 K55A1으로 성능 개량하는 비용은 10억 원에 불과해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 따라서 육군은 K55 자주포 전량을 점차 K55A1으로 바꾸어나갈 예정이며, 현재 매년 50∼100문 가량 성능 개량을 추진 중이다. 

한편, 국방과학연구소는 1989년 K55보다 성능이 뛰어난 신형 155mm 자주곡사포(일명 ‘신자포’)에 대한 개념형성 연구에 돌입했다. 이 당시 육군의 포병 지휘관들은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Team Spirit’를 통해 “포탄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멀리, 많이 쏠 수 있고, 기동성이 뛰어나며,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으로 생존성이 높은” 자주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1990년 육군은 신형 자주포에 대한 소요를 제기하였고, 1992년 국방부로부터 탐색개발 사업이 승인되었다. 이후 사업 진행 간 “선진국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사거리 40km급의 포신과 탄약을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어 한 때 사업이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의 김동수 박사가 당시 윤용남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설득함으로써 체계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K9 개발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매우 도전적인 자세를 추구했다. 첫째로, 구조물의 장갑판재를 ‘알루미늄 합금’ 대신 미국·영국·독일의 21세기형 자주포처럼 ‘강철’을 적용했다. 강철은 포항제철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 연구하여 개발했고 삼성테크윈이 생산했다.

둘째로, 자주포의 사격 충격을 지탱하는 장치로 당시 영국이 개발 중이던 유기압 현수장치를 적용했다. 현수장치는 동명중공업이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발에 성공하여 부품을 영국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이외에 자동포탄이송 시스템, 탄약의 항력감소장치 등도 핵심기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개발을 추진해 성공했다.

1998년 10월 ‘XK9 신형 155mm 자주곡사포’는 합참 무기체계심의회에서 ‘전투용 사용 가능’ 판정을 받아 시제품을 의미하는 X(experimental)를 떼어내고 ‘K9 155mm 자주곡사포’로 명명되었다. 1999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에서 생산을 시작하여  2000년에 대북 대응전력으로 제일 먼저 해병대에 배치되었다.

K9은 최대사거리가 40km이고, 2019년 신형 사거리연장탄이 개발되면 50km 이상으로 사거리가 신장될 예정이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체계와 포탄 장전장치 등을 갖춰 전 세계 자주포 가운데 최상급 성능을 갖고 있다. 사격명령 접수 후 30초 이내, 기동 중 1분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는데다, 15초 동안 3발의 급속 사격과 3분 동안 분당 6발의 최대 발사속도를 자랑한다. 사격 후 즉시 진지이동이 가능해 생존성이 우수하며, 자체 방호력도 뛰어나다.

동급의 자주포로 독일의 PzH2000가 가장 우수한 편이나 가격이 K9보다 3배 정도 비싸다. 따라서 가격과 성능을 모두 비교했을 때 K9만큼 훌륭한 자주포는 아직 출현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K9 만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무기가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해외수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터키는 2001년 K9 8대를 직도입한 후, 280문을 기술도입 생산하여 운용 중이다. 폴란드는 2014년 차제만 120문 도입하여 자국산 포신을 얹어 조립하고 있다. 인도는 2017년 면허생산 형태로 총 100대를 도입하되, 10문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90문은 인도에서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중고 K9 48문을 도입하여 운용할 예정이다. 노르웨이는 2017년 12월 K9 24문을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2001년 최초로 터키에 수출된 이래 현재까지 수출 계약이 성사된 K9 자주포는 총 500문 가량이며, 사업 규모는 14.5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에 달한다. 국내 생산된 지상무기체계로는 최대 규모의 수출 성과이며, 앞으로도 유럽이나 중동의 몇몇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수출 전망은 밝은 편이다.

김한경200.png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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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기 디테일] ⑦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명품무기,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의 K9 자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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