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한 체제 보장’ 약속 불신한 북측의 ‘벼랑끝 전술’ 구사
격분한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전격 발표 이후 김정은의 긴박한 움직임 주목
24일 밤 트럼프 ‘회담 취소’ 발표-25일 오전 김계관의 ‘회담 재추진 용의’ 담화-25일 오후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요청-26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북한 비핵화 및 체제보장 모두 ‘CVID'원칙 적용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 미 의회 비준 받아 실천력 담보 방침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추진 소동의 전말을 관찰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체제’ 보장 약속을 분명하게 얻는 게 최대 관심사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면적인 북한 비핵화를 단행할 경우, 미국이 태도를 돌변해 ‘체제 붕괴’를 시도할 개연성에 대한 공포감으로 인해 ‘미국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는 평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을 촉발시켰던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 부상과 최선희 부상의 도발적인 언사는 모두 이 같은 ‘의구심’의 소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언 이후 드러난 북한 측의 행보와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이 점은 확인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김정은 체제 보장’을 이행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밤(이하 한국시간) 김정은 앞으로 쓴 공개서한을 통해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김정은을 지목해 “마음이 변한다면 주저없이 전화하거나 서한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역대 북한 권력자중 누구도 보이지 못했던 ‘민첩성’을 보였다. 다음 날인 25일 아침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회담 재추진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트럼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취소 서한에서 “회담을 재개하려면 김정은이 직접 연락하라”라고 밝혀둔 트럼프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정은은 당황했던 것 같다. 회담이 진짜 무산되면 트럼프의 분노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치학적으로 ‘관용’은 무서운 얼굴이다. 더 큰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명분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토록 인내하고 사랑을 베풀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를 죽도록 두들겨 팰 수 있다. 트럼프는 취소 서한에서 그런 ‘무서운 관용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김정은에게 암시했다.
김계관 담화에 반응이 없자, 영민한 김정은은 25일 오후 황급히 문재인에게 연락해 남북정상회담을 갖자고 요청했다.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는 대신에 문재인이라는 인편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은 즉각 수락했다. 문재인을 통해 전달되는 김정은의 육성은 트럼프가 수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실제로 25일 밤 트럼프는 돌연 김계관의 담화 내용이 건설적이라면서 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생존의 위기에 처한 김정은이 문재인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김정은은 문재인을 만나 “핵을 포기한 이후 트럼프가 실제로 북한정권의 안전을 보장할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개최된 상원 외교위 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을 조약 형태로 의회에 제출, 의회의 동의를 받겠다”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북한의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가능한" 비핵화(CVID)의 반대 급부로 북한에 비핵화와 똑같은 방식, 즉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가능한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안전에 대해서도 CVID 원칙을 적용해 미 의회의 비준을 받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복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