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바로미터의 방향성에 나머지 2개 바로미터의 흐름도 좌우돼
첫째 바로미터는 ‘폼페이오-김영철 회담’, ‘성공’혹은 ‘성공적 유보’일 경우 희망적
둘째 바로미터는 남북고위급 회담, ‘폼페이오-김영철 회담’ 결과 나온 직후 개최돼
셋째 바로미터는 북중러 정상회담, 김정은 ‘원군’이면서 트럼프의 ‘분노 대상’이라는 이중성
(팩트뉴스=김철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3가지 바로미터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쇄적인 성격을 갖는 이들 3가지 바로미터가 어떤 눈금을 가리킬지에 따라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3가지 바로미터는 서로 무관치 않다.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첫 번째 바로미터가 부정적 방향성을 표시할 경우, 나머지 2가지 바로미터의 결과는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반면에 첫 번째 바로미터가 긍정적 양상을 보인다면 나머지 2개의 바로미터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견인하는 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북미고위급 회담이다. 31일 오전 9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31일 오후 10시)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이 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완전한 북한 비핵화(CVID)'와 ’완전한 김정은 체제보장(CVIG)'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양측이 염두에 둔 우선 순위가 달라 회담 초반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CVID 실행 플랜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 내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일부 핵무기 조기 이관’ 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김영철 부위원장은 CVID에 대한 미측의 청사진을 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은 ‘성공’, ‘실패’, ‘성공적 유보’의 3가지 방향으로 열려있다. 현재로선 ‘성공’과 ‘성공적 유보’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나머지 2개의 바로미터도 낙관적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폼페이오-김영철 만찬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우리 전에 없었던 뭔가 역사적인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오래 (싱가포르에) 머물 의사가 있음을 분멍히 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큰 틀’에 합의한 가운데 민감한 의제들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넘기는 ‘성공적 유보’로 가닥을 잡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오래 머물겠다는 것은 바로 ‘마라톤 회담’을 가져서라도 ‘민감한 의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타결을 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31일 오후 2시 13분(현지시간. 한국시간 6월 1일 오전 3시 15분) 뉴욕 팰래스 호텔 5층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국무부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그 시간쯤이면 한반도 역사의 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둘째,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의 결과가 나온 뒤인 6월 1일 오전에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된다.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수석대표로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으로 각각 나선다. 이번 회담은 남북 철도연결을 비롯한 경제협력, 아시안게임 공동참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8ㆍ15 이산가족상봉 행사, 6ㆍ15 남북 공동행사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 할 예정이다.
폼페이오와 김영철의 회담이 성공적이라면 남북고위급 회담은 남북철도 연결 및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대해 전향적인 함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북측이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 등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와 회담을 불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폼페이오-김영철 회담과 남북고위급회담이 연쇄적으로 좋은 결실을 거둔다고 해도 최종 관문은 남아 있다. 북중러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이다. 북중러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성사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에 앞서 강력한 원군을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1일 북한을 방문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강조하는 등 북한의 입장을 지원했다.
반면에 북중러 정상회담을 연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시 ‘대미 강경론’을 종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즉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다지는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동방일보는 지난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내달 9일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북중러 정상회담의 ‘양면성’을 익히 알고 있을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역시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