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0(화)
 
기자회견사진.png▲ 지난 6월 12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직후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시사...중대한 전략적 의미 담겨 있어

30년 전에 3대 일간지에 자비로 “왜 미국이 부유한 동맹국 지키는데 예산 허비하나”란 광고 실어

일본과 한국이 주둔비용 대폭 늘이지 않으면 미군 철수 용의 밝혀...스스로 핵무장해서 방어 언급도

한반도 안보지형 대격변 본격화 시작,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 동맹 없는 상황 대비해 나가야


(시큐리티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끝났다. 간결하고 소박한 4개항의 합의문은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과 함께,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적 과제의 보따리도 남겨 놓았다. 난해한 도전적 과제의 일부이자 발등의 불처럼 화급한 사안은 다름 아닌 주한미군 문제이다. 이 사안은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홀로 참석한 단독 기자회견 때 기자들과 질의·응답과정에서 제기되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모두(冒頭) 발언이 끝나고, 첫 번째 기자(NBC News)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급적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발언들을 있는 그대로 살펴봐야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갖고 있는 속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 원문과 함께 정리했다.

NBC News 기자의 질문은 “김정은에게 구체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해 줄 수 있나요? 그러한 보장에는 군사작전 감소도 포함되나요?”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트럼프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 어떤 시점이 되면, 내가 대선유세 당시에도 이미 말한 바 있어 여러분들도 잘 알겠지만, 나는 우리 군인들을 데려나오고 싶다. 나는 우리 군인들을 귀국시키고 싶다. (I want to get our soldiers out. I want to bring our soldiers back home.)”
“한국에는 3만2000명의 군인들이 있다. 나는 이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We have 32,000 soldiers in South Korea. I would like to be able to bring them back home.)”

“나는 어느 시점에선가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엄청난 워게임을 중단시켜, 엄청난 돈을 절약할 것이다...우리는 엄청난 돈을 절약하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건 매우 도발적이다. (At some point, I hope it would be. We will stop the war games which will save us a tremendous amount of money...We will be saving a tremendous amount of money. Plus. It is very provocative.)”

다른 질의-응답이 이어지다가, 어느 기자가 다시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끄집어내며 이렇게 물었다. “워게임 중단에 대해서 분명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한국과의 훈련을 중단시키려는 것인가요? (Can you clarify you are stopping war games? You are stopping exercises with South Korea?)”
이 질문에 대하여 트럼프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우리는 한국과 오랫동안 훈련을 했다. 우린 그걸 워게임이라고 부른다. 워게임은 엄청나게 비싼 거다. 우리가 그것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 We have done exercises working with South Korea for a long time. We call them war games. I call them war games. They are tremendously expensive. The amount of money we spend on that is incredible.)”

“우리 폭격기는 괌에서 날아간다. 내가 물었다, 폭격기들이 어디서 날아가느냐고. 그랬더니 근처의 괌이란다. 근처라고, 6시간 반이 걸리는데. 엄청나게 큰 비행기가 한국으로 날아가 훈련장에 폭탄투하 연습을 하고 다시 괌으로 돌아가는데, 6시간 반은 매우 긴 시간이다. (We fly in bombers from Guam. I said where do the bombers come from? Guam. Nearby. I said great. Where is nearby. Six and a half hours. That’s a long time for these big massive planes to be flying to South Korea to practice and drop bombs all over the place and go back to Guam.)”

“내가 앞서 말했듯이, 내 생각에 그건 도발적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건 도발적인 상황이다. 내가 보기에 바로 옆에 (북한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포괄적이고 완전한 거래를 위해 협상하는 거다. 따라서 워게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첫째, 우린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은 그런 조치를 매우 고맙게 여길 거다. (What I did say is and I think it is provocative. I have to tell you, Jennifer, it is a provocative situation. When I see that and you have a country right next door. Under the circumstances we are negotiating a comprehensive and complete deal. It is inappropriate to have war games. Number one, we save money. A lot. Number two, it is really something they very much appreciated.)”

다소 장황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가 발언했던 내용의 거의 대부분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의 발언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① 워게임(한·미 연합훈련) 중단, ② 북한에게 도발적인 워게임의 중단으로 막대한 예산절감 가능, ③ 적절한 시기에 주한미군 철수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우리는 이 메시지에 실로 중대한 전략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주한미군(어쩌면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한·미 동맹관계도 포함하여)은 머지않은 장래에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대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기의 발언은 분위기에 도취된 일회적 또는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트럼프의 심중에 담겨있는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87년 9월 2일, 잘나가는 사업가이던 도널드 트럼프는 돌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톤글로브 등 3대 일간지에 9만 4801달러를 들여 전면광고문을 실었다. 제목은 “왜 미국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가진 국가들의 방어를 위한 비용 지출을 중단해야 하는가? (Why America should stop paying to defend countries that can afford to defend themselves?)”이다.

이 광고문의 핵심은 일본, 사우디 등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겨냥하여, “왜 이윤기계(profit machine)로 성장하여 미국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부유한 동맹국들을 지켜주느라 미국 예산을 허비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 트럼프는 무려 10만 달러 가까운 엄청난 자비를 들여 비분강개의 메시지를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무렵에 이미 트럼프는 막연하나마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뜬금없이 막대한 사비를 털어 대문짝만한 광고문을 게재할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대선유세 기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특히 일본, 독일, 사우디, 쿠웨이트 등)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당시 발언을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막대한 수익(무역수지 흑자)을 올리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지만, 이는 아무런 대가도 못 받는 “미친 짓”이다. △ 우린 한국 같은 부자나라를 방어해 주지만, 기껏해야 푼돈(peanuts)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 2만8000명의 주한미군으로 미치광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줘도, 경제 괴물(economic behemoth)인 한국에게서 받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돈버는 기계(money machine)인 한국은 우리에게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 △ 한국이 주둔비용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킬 용의가 있다. △ 일본과 한국은 북한이라는 미치광이에 맞서, 스스로 핵무장하여 자신들을 방어하기 바란다. △ 북한과 한국 및 일본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끔찍하겠지만 행운을 빈다.

요컨대, 트럼프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겉으로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맹국이자 우방국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등골을 빼먹는 염치없는 ‘무임 승차자(free-rider)’에 불과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사업가 또는 장사꾼이다. 그래서 그의 세계관에서는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이 지배적이다. 모든 것을 오직 ‘돈’으로 환산한다는 뜻이다. 그에게 동맹의 가치, 혈맹관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동반자관계 등은 실속 없는 껍데기 같은 것들에 불과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트럼프는 주한미군,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미 동맹관계에 ‘적대적’이다. 그런 트럼프는 김정은과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훈련부터 중지하는 용단”을 촉구한 김정은의 요구를 덥썩 받아들였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명분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동맹국인 한국의 안전보장에 치명적 위험이 되리라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비록 일시적이더라도)은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와 더불어 주둔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결정이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 것도 큰 문제다. 이 시점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햇볕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 또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공고했던 한·미 동맹관계는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은 생물체이므로 영구불변하는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 그걸 증명한다. 그래서 탄생과 성장, 쇠퇴와 사멸의 과정을 밟게 되어 있다. 이제 동맹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군은 한·미동맹의 그늘 아래 전시작전통제권을 포함한 국가안보의 기둥을 주한미군에게 아웃소싱하며, 동반자(또는 방관자)로서의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꾸려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장기간 지속되어 ‘정상’인 것처럼 간주되었던 ‘비정상’의 모습이 머지않아 끝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군대가 “Fight tonight”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그 일을 담당하는 장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트럼프發 한반도 안보지형의 대격변이 미·북 정상회담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전작권 전환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주한미군(또는 한·미동맹)이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편이 더 옳을지 모르겠다. 이제 북한 핵의 CVID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다.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송승종_200픽셀.jpg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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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미·북 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격변의 서곡'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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