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국산헬기 수리온을 해병대용으로 개조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17일 시험 비행 도중 지상 10m 상공에서 추락하여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그동안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수리온 및 마린온 헬기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① 미국 GE사의 ‘T700’ 엔진을 일부 개량해 만든 ‘701K’ 엔진 관련 문제=미국 GE사의 ‘T700’ 엔진을 일부 개량해 만든 ‘701K’ 엔진과 관련된 문제이다. 미군의 UH-60 헬기도 GE사 엔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엔진은 트랜스미션과 일체형으로 결합되었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
반면 수리온은 개발 과정에서 벤치마킹한 유로콥타사의 엔진 대신 미국 GE사의 엔진을 바탕으로 국내업체가 개발했고, 트랜스미션은 유로콥타 제품을 써서 상호 호환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출력 감소, 진동 발생 등 여러 문제가 개발 과정에서 야기되었다고 한다.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해 “701K가 그 형상이 T700과 다르기 때문에 호환이 원활한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701K는 T700과 다르게 엔진을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가 적용되어 비상시 조종사의 수동 조작을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으나, 헬기 조종사들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동 조작할 여유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② 동체에 장착하는 보조연료탱크 등 장비 추가로 임무 중량이 늘어난 문제=동체 내부에 장착하는 보조연료탱크 등 장비 추가로 임무 중량이 늘어난 문제이다. 수리온은 한 번 연료를 채우면 2-3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린온은 상륙기동헬기이므로 더 많은 비행시간이 요구된다. 그래서 필요시 동체 뒷좌석에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해 비행시간을 1시간가량 늘릴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엔진의 문제로 출력이 감소된 상태에서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하면 임무 중량이 증가하여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적과 조우 시 회피 기동이 제한된다. 더구나 마린온은 보조연료탱크와 유사시 해상 탈출을 위한 비상 부주(浮舟) 등 장비를 5개나 추가하여 임무 중량이 더욱 늘어난 상태여서 엔진 출력이 약할 경우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③ 10m 상공에서 떨어졌는데도 인명 피해가 매우 컸던 안전성 문제= 10m 상공에서 떨어졌는데도 인명 피해가 매우 컸던 안전성 문제다. 일반적으로 수리온 같은 헬기는 충격을 이겨내는 완충장치가 있어 10m 높이에서 추락해도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야 한다. 헬기 전문가들은 “UH-60은 100m에서 무동력 상태로 떨어져도 조종사는 죽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얘기한다.
이에 대해 헬기가 땅에 떨어지자마자 화염에 휩싸였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보조연료탱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했는지, 장착했다면 연료를 주입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오히려 헬기 전문가들은 전기 과부하로 스파크가 발생했거나 연료계통에서 기름이 흘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④ 주 날개인 메인 로터가 떨어져 나가 헬기 동체가 곤두박질친 문제=주 날개인 메인 로터가 떨어져 나가 헬기 동체가 곤두박질친 문제이다. 현장 사진을 보면 헬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고 완전히 불에 탄 상태로 보인다. 목격자 증언도 일치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헬기 제작 시 주 날개와 동체를 고정하는 접합부에서 볼트가 잘못되었거나 어떤 이상이 생긴 것이다.
금년 1월에 인수한 신형 헬기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생산된 기체 자체의 결함이거나 정비 결함일 수 있다는 시각과, 엔진 문제로 발생되는 진동이 기체에 영향을 미쳐 균열이 생긴 결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마리온의 엔진이 두 개여서 한 쪽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엔진으로 비상 착륙이 가능하다는데, 전문가들은 “두 개의 엔진이 동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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