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로템이 2016년 개발에 성공한 8륜형 장갑차 'K808'(위쪽)과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해외수출 및 파병용 4륜형 장갑차 '바라쿠다'(아래쪽)의 모습. (사진=업체 제공)
한화디펜스, 4륜형 ‘바라쿠다’와 6륜형 ‘타란툴라’ 해외 수출 및 해외파병용 운용
현대로템, 600 대 규모 차륜형 장갑차 사업자 선정돼...6륜형과 8륜형 개발 성공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국제방위산업전시회인 ‘디펜스 아시아(Defense Asia) 2006’이 2006년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되었다. 이 당시 전시장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기동 및 화력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현 한화디펜스),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 로템(현 현대로템) 등 3사였다.
3사가 생산하는 전문 무기체계는 각각 장갑차, 자주포, 전차이지만, 이 때 3사가 공통적으로 소개한 차륜형 장갑차가 특히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3사는 2년 전 ‘디펜스 아시아 2004’에서도 차륜형 장갑차 기본형 모델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중기관포나 유도무기, 박격포 등을 탑재한 계열화 장갑차를 대거 전시하고 기동시범도 실시했다.
3사가 제시한 차륜형 장갑차는 바퀴 및 구동방식에 따라 4륜형, 6륜형, 8륜형 등 3가지 형태였다. 4륜형은 수색·정찰용으로, 6륜형은 병력수송용으로, 8륜형은 중화기 탑재용으로 적합하다. 4륜형은 두산인프라코어만 전시했다.
4륜형은 이미 ‘바라쿠다’라는 이름으로 2001년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20대를 수출한 실적이 있고,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도 수대를 납품했다. 2005년 이라크에도 12대가 수출됐고, 2009년 말레이시아 경찰도 20대를 사갔다. 2013년 이후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에서도 잘 운용하고 있다.
사실 차륜형 장갑차는 궤도형 장갑차가 주류인 한국군에 익숙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1970년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CM6614를 기술협력으로 국내 생산한 4륜형의 K900 장갑차가 있었으나, 후방의 일부 부대에만 편제되었고 노후화되어 도태되던 상황이었다.
대다수 무기체계는 수명주기가 도래하면 개량형 또는 대체 무기체계를 강구하지만 1990년대 말까지 차륜형 장갑차에 대한 전력보강 논의는 별로 없었다. 소요량도 적은데다 신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험한 야지에서 주행성능, 방호력, 전차와의 협동성 등이 궤도형 장갑차보다 불리하여 한반도 전투환경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차륜형 장갑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육군 교육사가 주관하는 세미나에서 차륜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문이 발표되고, 2003년 5월에는 계룡대에서 공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육군은 차륜형 장갑차 확보 계획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2005년 9월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후방 사단의 부대구조를 개편하면서 그에 맞춰 기동성이 있는 차륜형 장갑차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연구개발도 국방과학연구소는 핵심기술만 담당하고 일반 무기체계는 업체가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된데다, 2009년부터는 전문화·계열화 정책이 폐지되면서 방산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장갑차, 자주포, 전차 전문업체인 3사가 유사한 생산 인프라를 구비한 상황에서 차륜형 장갑차 개발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2012년 말 현대로템이 600여 대 규모의 차륜형 장갑차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와는 별개로, 이미 2010년에 두산 DST(현 한화디펜스)는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90mm 포를 탑재한 6륜형 장갑차 22대를 ‘타란툴라’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했고, 2013년 제품 선적이 완료됐다.
2014년 5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차륜형 장갑차를 기반으로 30mm 대공포 탑재용과 지휘소용 장갑차 사업의 추진을 확정했다. 향후 사단수와 병력이 크게 감축되는 군 구조개편에 따라 보병의 기동화를 위한 차륜형 장갑차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주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로템은 전차 전문업체였는데, 전문화·계열화 정책 폐지로 장갑차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한 케이스다. 2016년 5월 6륜형과 8륜형 모델이 시험평가를 통과해 개발에 성공했고, K806 및 K808이라는 제식 명칭도 공개되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600대를 배치할 계획인데, 6륜형은 후방지역 시가지작전과 광범위한 지역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며, 향토사단 및 공군비행단 등에 배치될 예정이고, 8륜형은 전방지역에서 신속한 전투 및 수색·정찰 임무를 위해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술타이어와 공기압 조절장치, 조종수 열상잠망경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지상에서 신속히 기동할 수 있고 수상 운행도 가능하다. 또 임무에 적합한 중화기가 장착됐고, 적 기관총 공격도 방호할 수 있다. 8륜형 기준으로 대당가격은 약 12억 원 정도이고, 지상속도는 100km/h, 수상속도는 8km/h 이상이며, 총 탑승인원은 조종수를 포함해 11명이다.
현대로템은 2016년 12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50억 원 규모의 초도 양산 물량을 수주했으며, 2017년 12월에는 2차 양산 물량까지 수주해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갖춘 상태이다.
시큐리티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