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발사대의 궤도식 구조물이 해체되는 모습(왼편)과 같은 날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상부구조물 철거가 완료된 모습. [Pleiades ⓒ Cnes 2018, Distribution Airbus DS/38 North=연합뉴스]
4가지 선물한 김정은 vs 받기만한 트럼프
억류 미국인 송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미군유해 송환 시작 등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 ‘일괄타결’ 프레임 유지하면서 젊은 김정은에게 ‘핵 탄두 이관’등 압박
북한의 ‘일방적 굴복’이 아니라 ‘주고 받기식’ 외교 교섭으로 전환돼야 성공 가능성 높아
CNN,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 폐기 이후 미측에 상응하는 화답 기대할 듯" 보도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외견상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미국 측이 터야 할 차례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의 폐기는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의 이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한반도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미 손익계산서가 미국이 여러 가지 실익을 챙긴 반면에 북한은 선물만 내준 ‘기울어진 운동장’이므로 그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는 북한의 핵탄두 미국 이관, 핵물질 생산시설 폐기 등과 같은 본격적인 비핵화조치가 선행돼야 북미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라 주목된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4일 시큐리티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외의 주요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이후 북한 비핵화 후속협상이 지연되자 노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농락당했다는 식의 비판적인 보도가 이어졌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난 5월 이후 북미간의 협상에서 실리를 챙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인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는 상태”라면서 “이는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 혹은 ‘일괄타결’이라는 트럼프의 프레임에 김정은이 갇힌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이미 4가지의 실제적인 선물을 안겼으나 돌아온 것은 립서비스 뿐”이라면서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송환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졌고 정상회담 이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장 해체가 단행됐고 금명간 미군유해 송환이 시작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전선언 채택 등도 당초 한미 양국이 북측에게 비핵화 이전의 시나리오로서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북한이 종전선언을 애걸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양측의 손익계산서는 한 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와의 줄다리기에서 내준 것이 적지않다. 지난 5월 10일 북한에 억류돼온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씨 등 3명을 미국으로 송환했다.
북미정상회담을 2주 정도 앞둔 5월 24일에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발시킴으로써 폐쇄시켰다. 이 실험장은 북한이 6번의 핵실험을 단행했던 주요한 핵시설 중의 하나이다.
또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장소이다.
38노스는 이날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판독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평가했다.
이 매체는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핵심 시설들로, 김 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CNN은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신뢰구축 조치'일 수도 있지만 협상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화답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미 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미국이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탈피, ‘주고받기’라는 전형적인 외교 교섭으로 그 성격을 전환시켜야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