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9(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123.png▲ 한화지상방산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의 모습. (사진=한화지상방산 제공)
 
KAAV, 미 해병대의 AAV를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에서 기술도입 생산

원조 제작사인 미 BAE시스템 누르고 필리핀에 수출할 정도로 성능 인정받아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아이젠하워는 “히긴스의 상륙주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상륙할 수 없었고 전체 전략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히긴스가 1926년 강 하류나 얕은 해변에서 사용하도록 제작한 ‘유레카(Eureka)’라는 보트에서 비롯된 상륙주정은 당시 상륙작전에서 병력과 장비들을 해안으로 수송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 해병대가 주목한 것은 상륙주정보다 도널드 로블링이 개발한 ‘악어(Alligator)’라는 수륙양용 트랙터였다. 실제로 이 트랙터가 상륙장갑차(LVT: Landing Vehicle, Tracked)를 거쳐 현재의 상륙돌격 장갑차(AAV: Assult Amphibious Vehicle)로 발전했다.

로블링의 악어는 1928년 플로리다 지방에서 잦은 태풍 때문에 희생자가 발생하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육상, 해상, 늪지대 등을 두루 다닐 수 있는 장비를 만들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상륙돌격’을 위한 장비에 골몰하던 미 해병대는  1937년 ‘라이프(Life)’지에 실린 악어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 해병대는 상륙주정이 병력과 장비를 해안까지 수송하는데 매우 유용하나 파도와 해안의 조건에 따라 취약성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1940년에 적극적으로 ‘악어’의 획득을 요구했다. 1941년 ‘악어’는 군의 요구사항을 좀 더 반영한 후, 미 해군에 의해 ‘궤도형 상륙차량’인 LVT1이란 이름으로 취역했다.

LVT1은 미 해병대에서 수륙양용 트랙터로 불렸다. 18∼20명의 병력을 태우고 해상에서 7.4km/h, 육상에서 24km/h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었다. LVT1은 1942년 태평양 전쟁 최초의 상륙작전인 과달카날 상륙작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LVT1은 함정에서 해안까지 보급품을 수송하는 용도로 쓰이다가 효용성을 인정받아 성능 개량을 거치면서 병력수송 및 공격용으로 재탄생했다. 육상에서 40km/h의 속도를 내고 경전차의 37mm포로 무장한 LVT1A1에 이어, 현수장치와 엔진을 보강한 병력수송용 LVT2와 LVT2A가 연이어 등장했다.
 
LVT1과 LVT2는 탑승한 병력이 곧바로 하차할 수 있는 램프가 없어 뛰어내려야 했다. 1943년 램프를 달아 신속한 이탈이 가능한 LVT3가 등장했고, 상륙군 보호를 위해 상부에 접철식 방호문을 설치한 LVT3C(C는 Covered를 의미)가 나왔다. 6·25 전쟁 중 인천상륙작전과 한강도하작전에서 크게 활약한 것이 LVT3C다.

1949년 4월 창설된 한국군 해병대는 1951년 10월 최초로 상륙장갑차 소대를 만들고 미국의 군사원조로 받은 LVT3C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해병대가 사단 규모로 증편되면서 1955년 상륙장갑차 소대도 대대로 확대됐고, LVT3C를 주력 장비로 운용했다. 이후 60∼70년대를 거치면서 미 해병대는 LVT7까지 개발했고, 한국군은 1974년에 이 장비 61대를 군사원조로 인수해 운용했다.

 LVT7은 승무원 3명, 수송병력 25명, 길이 7.94m, 폭 3.27m, 높이 3.26m, 전투중량 22톤으로 구경50 중기관총 1정도 갖췄다. 육상에서는 궤도로 기동하나 해상에서는 별도의 해수추진장치를 사용하는 최초의 상륙장갑차로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차체는 알루미늄 구조물로 제작됐다.

1980년초 미군은 LVT7의 성능을 개량해 위치식별장치를 탑재하고 2개의 연막탄발사기와 주야간 겸용 잠망경을 구비한 LVT7A1(Sea Dragon)을 만들었고, 이 장비는 1985∼86년에 한국군 해병대에도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미 해병대는 함정에서 해안으로 상륙하는 전통적 개념에서 함정에서 내륙 목표까지 ‘강습 상륙 및 기동’을 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이에 따라 상륙장갑차 운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상륙군을 해안으로 이동시킨 후 계속되는 육상작전은 단순한 병력수송 임무만 수행했으나, 이제는 상륙 후 적 공격이 가능해야 했다. 미 해병대는 단순한 병력수송장갑차 개념에서 탈피하여 수륙양용의 돌격형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상륙장갑차를 희망했고, LVT7A1의 2차 성능 개량이 시작됐다.

이 장갑차는 40mm 고속 유탄기관총을 추가해 화력을 보강하고, 측면에 부가장갑을 부착해 차체 방호력을 강화하면서 이름도 새롭게 부여했다. ‘LVT’란 기존 이름을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를 의미하는 ‘AAV(Amphibious Assault Vehicle)’로 바꾼 것이다. AAV는 LVT7A1과 함께 1991년 걸프전에 투입되어 기습작전의 선봉 역할을 했다. 

한국군은 전력 증강의 일환으로 미 해병대의 AAV를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에서 미국 BAE시스템과 계약해 기술도입 방식으로 생산했다. 1998년부터 KAAV라는 이름으로 전력화하기 시작했고, 주력 상륙 전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 해병대에서 2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KAAV는 미 해병대의 AAV와 동등한 성능을 갖고 있다. 해상에서 13km/h, 육상에서 72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함정과 육지를 연결해 상륙군을 수송할 수 있다. 게다가 알루미늄 차체와 부가장갑 부착으로 14.5mm 직사화기 및 155mm 포탄 파편까지 방호가 가능하다. 자동 화재진압 장치와 화생방 방호 시스템도 구비했고, 공격수단으로 40mm 유탄기관총(K4)과 구경50 중기관총(K6)이 장착됐다.

특히, KAAV는 국방기술품질원 주도로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개발업체가 참여하여 무월광 하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열영상 방식의 사수 조준경, 포탑을 신속 정확하게 구동하는 일체형 포탑구동장치, 위성 항법장치(PRE) 등을 국내기술로 개발해 장착함으로써 육상 및 해상 전술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KAAV는 미국 방산업체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장갑차지만 원조 제작사를 누르고 해외에 수출할 정도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2016년 4월 당시 한화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은 600억 원 규모의 필리핀 상륙돌격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KAAV의 원 제작사인 미국 BAE시스템을 누르고 공급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미국 AAV의 한국 개량형인 KAAV를, BAE시스템은 KAAV의 원형인 AAV를 제안했다”면서 “필리핀 국방부는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군은 기존 KAAV를 대체할 차기 KAAV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전력화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지상방산이 201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10년 뒤인 2028년에 전력화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한경200.png
 
시큐리티팩트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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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기 디테일] ⑰ 한화지상방산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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