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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무기 디테일] ③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복합형 소총 K11...S&T 모티브, 이오시스템, 풍산 및 한화 등의 합작품
    ▲ 한국 최초의 복합형 소총 K201 유탄발사기(위쪽 좌측)와 연발 사격이 가능한 K4 고속유탄발사기(위쪽 우측) 그리고 세계 최초로 한국이 개발에 성공한 차기 복합형 소총 K11(아래쪽) 한국 최초의 복합형 소총은 K2 소총에 부착하는 K201 유탄발사기...이후 연발 사격 가능한 K4 도 개발 차기 복합형 소총 개발에 도전, 2008년 세계 최초로 K11 개발에 성공했으나 일부 결함 발생으로 보완 중 총기는 S&T 모티브, 사격통제장치는 이오시스템, 탄환은 풍산 및 한화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참여해 2008년 개발에 성공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복합형 소총이란 소총의 기능에 다른 용도의 화기를 복합시킨 소총을 의미한다. 최초의 시도는 소총과 40mm 유탄발사기의 복합화였고, 이어 20mm 공중폭발탄을 사용할 수 있는 ‘차기 복합형 소총’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전장에서 군인들은 수류탄과 박격포 사이의 화력지원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정확하고 간편한 휴대용 화기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수류탄을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더 멀리 날려 보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그 결과물로 개발된 것이 M79 유탄발사기이다. 1950년대 개발된 M79는 베트남 전쟁에 투입되어 맹활약을 했다. 정글에 매복해 있다가 갑자기 기습하는 베트콩을 상대로 고전하던 미군에게 40mm 유탄을 사용하는 M79는 수호신이나 다름없었다. 혁혁한 전과를 세웠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살상 반경이 5m에 달하는 40mm 유탄은 사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15m 이상 날아가지 않으면 신관이 터지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근접전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M16 계열 소총의 총열 아랫부분에 부착하는 유탄발사기 M203이 등장하면서 해결되었다. 한국군도 M16A1 소총이 국내 생산되면서 1978년 M203 유탄발사기 개발에 성공하여 보병분대 화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M203은 K2 소총 개발과 이에 맞춰 등장한 K201 유탄발사기에 자리를 내주었다. 40mm 유탄을 사용하는 K201은 M203을 완전히 국산화한 것으로 1984년부터 '대우정밀(현 S&T 모티브)'에서 생산하여 전 군에 보급됐고, 보병분대 당 2정씩 운용되고 있다. 한편, 미 육군은 1983년부터 M79나 M203처럼 단발로 사격하는 유탄발사기 대신 고속유탄발사기를 구비하게 된다. 실제 전장에서 단발 화기를 고속으로 연속 발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미군은 이 요구에 따라 MK19 Mod 3 40mm 고속유탄발사기를 개발했다. 한국군도 고속유탄발사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발을 요구하였고, 국방과학연구소는 1984년 미군의 장비를 참고하면서 한반도의 전장 환경에 적합한 무기를 설계하게 된다. 군이 개발을 요구한지 9년이 경과한 1993년 K4 고속유탄발사기가 개발됐다. 'S&T 모티브'가 생산하는 K4는 40mm 이중목적탄을 1,500m까지 보낼 수 있어 보병대대의 기본 편제화기가 되었다. 분당 최대 375발까지 사격이 가능하여 적 보병이나 경장갑 차량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 두 번째 시도는 ‘차기 복합형 소총’이란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과거 미군에서 연구되었던 ‘차기 복합형 소총(OICW: 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을 벤치마킹하여 2000년 4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에 착수하였는데, 총 185억의 개발비가 투입되었다. 총기는 S&T 모티브, 사격통제장치는 이오시스템, 탄환은 풍산 및 한화 등 주요 방산업체들이 참여해 순수 국내기술로 2008년 개발에 성공하였고, K11 복합형 소총으로 명명되었다. K11 복합형 소총은 기존 K2 소총에 쓰이는 구경 5.56mm탄과 구경 20mm 공중폭발탄을 쏠 수 있도록 ‘이중총열 구조’로 고안되어 하나의 방아쇠로 전투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사격통제장치는 열상검출기에 의한 표적 탐지 및 레이저 거리측정과 탄도계산을 통해 조준점을 자동으로 유도해줌으로써 주·야간 정밀사격이 가능하다.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면 공중폭발탄에 거리가 자동으로 입력되면서 발사되어 목표물 3∼4m 상공에서 자동으로 폭발한다. 공중폭발탄은 파편으로 적을 제압함으로써 밀집병력이나 은폐·엄폐된 표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지연폭발 기능과 직접 충격에 폭발하는 기능도 있어 시가지 전투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5.56mm탄 사격에도 조준경과 사격통제장치가 동일하게 적용되어 원거리의 적을 정확히 제압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가격은 소총이 1,600만원이고 탄환도 16만원이나 되어 보병편제 화기로는 매우 비싸다. 이 때문에 분대 당 2정인 K201 전량을 대체할 계획이었으나, 분대 당 1정만 대체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K11은 초기 양산 제품에서 폭발사고와 품질 결함이 발생하여 전면 재설계 과정을 거쳤고, 2017년 9월 개량형이 공개되었다. 총열덮개, 사격통제장치의 광학장비 등이 변경되었고 측면에 레일이 추가되었으며 무게도 1kg이 줄어 5.5kg 정도라고 한다. 전자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시험과정에서 확인된 20mm 공중폭발탄도 개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차기 복합형 소총’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연구가 시작되었고, 유럽 각국도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단가, 중량, 살상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여 실전 배치한 것이다. 따라서 K11 복합형 소총은 무기체계 개발사 측면에서도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 무기체계를 따라잡으며 개발해 왔는데, K11 복합형 소총을 통해 이제 이론적으로 제시된 신개념 무기체계를 우리가 먼저 실현하는 국가가 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도입된 정밀 공중폭발탄 개념은 상당한 기술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여 해외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4-20
  • [팩트분석] ‘킬 체인’ 핵심 정찰위성 또 진통, LIG넥스원에서 KAI로 계약 변경 유력
    ▲ 우리 군의 정찰위성사업이 1순위 우선협상대상업체인 LIG넥스원의 '성능 목표치' 변경 요청으로 또 다시 난항하고 있다. KAI가 새로운 계약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찰위성사업이 목표한대로 2013년까지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방부와 국정원간 주도권 다툼으로 지연됐던 군 정찰위성사업, LIG넥스원의 ‘성능 조건 하향’ 요구로 난항 LIG넥스원, 선정당시 제시했던 정찰위성의 영상 획득 수량 및 품질 목표치 하향 조정 요청 김종대 정의당 의원, “초고해상도 영상 획득 수량이 5분의 1로 감소해 ADD의 특혜 제공 의혹” 주장 한화시스템, ‘지상전술지휘통제체계(C4I) 2차 성능개량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순탄하게 선정돼 (안보팩트=전승혁 기자)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간의 갈등으로 2023년으로 발사가 지연된 군 정찰위성사업(425사업)이 ‘성능 미충족’ 문제로 우선협상대상업체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해 무력화시키기 위한 우리 군 ‘킬 체인’ 전력의 핵심인 정찰위성사업은 1조 78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무기체계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1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군 정찰위성 확보사업인 ‘425사업’의 추진현황에 대해 “방위사업감독관의 검증 결과를 고려해 1순위 업체와 협의를 하고, 최종 합의가 안 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2순위 업체와 협상하겠다고 보고했다. 1순위 우선협상대상업체인 LIG넥스원과 기술 및 조건협상이 결렬될 경우 2순위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즈 컨소시엄으로 계약 주체가 변경될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사업 공고 당시 제시했던 정찰위성의 기능과 관련된 개발 목표를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지난 달 초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이번 사업의 주관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협상 과정에서 방사청 사업 공고 당시 자사가 제출한 제안서보다 개발목표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 제출한 성능 기준을 낮춰달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면서 “국방부와 방사청이 변경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LIG넥스원은 그간 ‘특혜설’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조건 변경’까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미 2순위 업체였던 KAI와 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월 “LIG넥스원이 변경을 요청한 항목은 129개 중 22.5%인 29개에 달한다” “영상 획득 수량, 영상 품질 기준, 기동 속도 등과 같이 정찰위성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초고해상도 영상 획득 수량이 5분의 1로 줄었다는 점에서 ADD가 LIG넥스원에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초 군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군사용 정찰 인공위성 5기를 연구 개발하기로 했다. 발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차례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국방부와 국정원 간으 운영주체 갈등으로 사업착수 시기가 2023년으로 연기된 상태이다. 더욱이 우선협상대상자가 LIG넥스원에서 KAI로 변경될 경우에 2023년 이라는 변경된 시한도 지켜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방산업체들이 방사청 수주전에서 ‘성능 부풀리기’를 관행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IG 넥스원 뿐 아니라 다른 응찰업체들도 수주를 따기 위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능을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9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지상전술지휘통제체계(C4I) 2차 성능개량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한화시스템을 잡음 없이 선정했다. 방사청은 한화시스템과 기술 및 조건 등의 협상을 거쳐 오는 6월 중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4-09
  • [한국무기 디테일] ① 총론 : 한국 무기체계의 어제와 오늘
    ▲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5'에 설치된 국방전시관. 우리나라 '자주국방의 역사와 미래'란 주제로 무기개발 내용과 미래 국방기술을 담고 있다. [한국무기 디테일] 시리즈는 총론을 통해 한국 무기체계의 개발 과정과 발전해온 특징을 짚어본 후, 소화기부터 화력·기동무기, 함정, 항공기, 유도무기 등 육·해·공군의 다양한 무기체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일화들도 곁들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중인 방산업체들의 수출 이야기도 포함할 생각이다. <편집자 주> 박정희 대통령, 최초의 무기 개발인 ‘번개 사업’ 지시 후 중화학공업과 연계시킨 방위산업 발전 추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주도하고 업체는 시제품 제작과 생산 담당, 2000년 이후 업체 개발 확대 체계종합 능력 강하고 개발 실패 드물어... 무기체계 전 분야에서 상당한 개발 및 생산능력 구비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1971년 11월 9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부장관과 국방과학연구소장에게 “즉시 국산병기 개발에 착수하여 연내에 시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최초의 무기 개발인 ‘번개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번개사업은 예비군 20개 사단을 경장비 사단으로 무장하는데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소총, 기관총, 박격포, 지뢰, 수류탄, 3.5인치 로켓발사기 등 기본병기 중심으로 1차 시제품을 12월 30일까지 제작하고 시험 후 결함을 보완하여 2차 시제품을 이듬해 3월 1일까지 제작하도록 기한을 정했다. 사업 명처럼 번개처럼 빨리 만들어야 했던 1차 시제품 8종이 12월 16일 마침내 청와대 대접견실에서 공개되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초유의 국내 개발 병기가 진열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구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며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시작된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4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명품무기를 개발할 정도로 성장했다. 1970년대 외국 무기를 모방 개발하는 것으로 시작한 방위산업이 이제는 국내 독자기술로 세계 정상급 무기체계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중 K9 자주포, K2 전차, K11 복합형 소총, T-50 고등훈련기 등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무기체계가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배경에는 1970년대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구축했던 방위산업의 튼튼한 기반이 작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중화학공업과 연계하여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형 첨단무기체계를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산업체제와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또한 1970년 ‘자주국방의 초석’이라는 기치아래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국가가 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도록 만들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모든 무기체계에 대한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고, 방산업체는 시제품 제작과 생산을 담당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기술력이 빈약했던 시절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방산업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추진된 무기체계 개발 정책은 ‘국내개발 우선’ 또는 ‘국산무기 우선 사용의 원칙’ 등 국산화 및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모방 개발과 기술도입 생산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1990년대 말부터 기술의 깊이와 범위가 다양해지면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해온 방식에 비판이 일었다. 결국 국방과학연구소가 일부 개발의 주도권을 방산업체로 넘기면서 업체의 개발 능력은 상당히 발전하였고, 이제 시제품 제작과 생산은 물론 개발까지 업체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무기체계를 개발하다보니 핵심기술 개발 능력보다는 다양한 기술과 부품들을 결합하여 최적의 장비 성능을 구현하는 체계종합 능력이 강한 편이다. 그 이유는 절박한 안보상황에서 무기체계를 조기 확보하려면 핵심기술 및 부품들을 해외에서 구매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무기체계와 기술 개발에서 거의 실패가 없었다. 왜냐하면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것들을 따라잡는 방식이어서 목표가 분명했고 소요기술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주도의 엄밀한 기획 하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무기체계와 기술 위주로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우리나라는 무기체계 전 분야에서 상당한 개발 및 생산능력을 구비하게 되었다. 물론 첨단 정밀전자 및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기술력이 미약하지만, 재래식 무기체계의 하드웨어나 플랫폼 분야는 기술력이 뛰어난 편이다. 우리가 만든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초창기의 절박한 인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아 가급적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노력해온 결과의 산물이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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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분석
    2018-04-05
  • [전문가 분석] 방산비리 '멍에'진 통영함의 수심 1,000미터 속 '구조 활약상' 전말과 그 의미
    ▲ 부산 근해에서 항해 시연을 하고 있는 해군의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 모습 2016년 9월 26일 야간에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이던 Lynx 헬기가 동해상에서 실종, 수심 1000미터 넘어 추락지점 수색작업 난항 사고 현장 도착한 통영함, 수중무인탐사기(ROV)를 이용한 수중 탐색 통해 추락 헬기 동체 발견하고 승무원 3명 시신도 수습 통영함은 시험평가 과정에서 구조관련장비 성능 미흡으로 세월호 사고 당시 출동 못해 이후 '방산비리 대명사' 낙인 찍혀 해군은 통영함의 성공적 구조작업 홍보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언론사들이 방산비리 연루 함정이라 '난색'표명하며 거절 통영함 활약상 전말은 시험평가 및 초기 운영 간 각종 결함들을 보완해 완성되는 '무기체계' 개발 과정을 명징하게 드러내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출동하지 못해 비난받았던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이 2년간의 보완 과정을 거쳐 구조능력을 완비한 해군의 핵심 함정으로 새롭게 태어나 활약했던 상세한 내용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동안 통영함이 Lynx 헬기 인양에 참여한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상세한 활약상은 전해진 바가 없었다. 해군 함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5일 기자와 만나 “2016년 9월 통영함이 수심 1,000미터가 넘는 심해에서 가라앉은 Lynx 헬기의 동체 인양 및 조종사 3명의 시신 수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2016년 9월 26일 야간에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이던 Lynx 헬기가 동해상에서 실종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훈련 중이던 해군 7전단장은 곧바로 수상 탐색을 실시하여 통신 두절 후 49분 만에 부유 중인 헬기 잔해물을 회수하였고, 해군작전사령관은 통영함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식통은 “사고 해역은 수심이 1,000미터가 넘는 지역인데다 실종된 위치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해군은 부유중인 헬기 잔해물의 회수 지점과 해류의 흐름을 고려하여 예상 추락위치를 추정하고 통영함이 현장에 도착하자 수중무인탐사기(ROV)를 이용한 수중 탐색을 실시하였다”면서, “ROV 탐색 결과, 다행히 예상 추락위치 인근에서 헬기의 동체가 발견되었고 승무원 3명의 시신도 모두 찾을 수 있었으며, 이후 ROV의 로봇 팔을 이용하여 시신을 훼손 없이 수습하였고 헬기 동체의 인양도 성공했다”고 전했다. 구조 전문가들은 “수심 1,042미터 해저에서 가라앉은 헬기 동체를 안전하게 인양하고 주변에 널려진 시신을 훼손 없이 수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당시 해군은 1,000미터가 넘는 심해에서 구조 작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 잔해물 탐색 및 회수작업을 먼저 실시하여 실전 경험을 쌓은 후 시신 수습과 동체 인양을 시도했고, 이 모든 과정을 5일 만에 완료했다고 한다. 통영함은 방산비리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해군 구조함이다. 건조 후 시험평가 과정에서 수중무인탐사기(ROV) 및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등 핵심 구조관련 장비가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해 한 때 해군이 인수를 거부했던 함정이기도 하다. 특히 실무자들이 서류를 조작해 2억 원짜리 구형 수중 음파탐지기(소나)를 41억 원짜리 HMS로 둔갑시켰고,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시절 관련된 혐의가 있어 구속 기소되면서 유명세를 탔던 함정이다. 그 후 황 전총장의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명되었지만, 국민들에게 통영함은 방산비리를 상징하는 함정처럼 여겨졌다. 당시 성공적인 구조작업을 수행한 해군이 이 사실을 홍보하려고 언론사들을 접촉했으나 통영함이 구조작업의 주인공인 것을 알고는 대부분 난색을 표명했다. 그 이유는 방산비리의 대표적 사례처럼 알려진 통영함이 문제가 되었던 장비들을 보완하여 구조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했다는 사실을 다시 기사화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Lynx 헬기가 훈련 중 추락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조작업을 잘한 것이다 보니 해군을 칭찬만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대다수 언론의 보도가 통영함의 구조작업보다 Lynx 헬기 추락에 맞추어져 있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사실 통영함은 당시 시험평가 과정에서 이미 구조관련 장비들의 문제가 드러나 해군이 인수를 거부한 상태였고, 문제가 보완되면 다시 정확한 시험평가를 거쳐 이상이 없어야 최종 인수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만 없었더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인수되어 구조능력을 발휘할 함정이었다. 지금처럼 잘못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될 함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통영함이 방산비리에서 벗어나 해군 구조함으로서 탁월한 구조작업 능력을 보유했다는 사실과, 실전에서 충분히 구조역량을 발휘한 사례가 있었음을 인지하였기에 늦은 감은 있지만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언론의 의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3-16
  • [방산비리 대해부] ⑨ 결론 : 비리 척결을 넘어 방위산업 도약의 기회 창출해야
    ▲ 전제국 방위사업청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이철희 의원 등이 2017.12.20.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방사청-민주당 간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협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디페노믹스(Defenomics)’ 역설 안보경영연구원, "매출 10억 원당 취업유발계수는 일반 제조업이 6.90명, 방위산업은 8.12명" 분석 디페노믹스 실현하려면 국내방산업체의 '실패'와 '실수'를 다독이고 '분발'을 격려해야...실무자 선의 방산비리 방지 위해 제도 보완도 필요 방산기업들을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형 체계종합업체' 중심으로 통·폐합해 '내수'보다 '수출' 비중 늘려야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오던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 등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면서 높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위산업이 미래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방위산업이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방위(Defenc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디페노믹스(Defenomics)’란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서울 ADEX 2017’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더 많은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고, 방위산업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안보경영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매출 10억 원당 얼마나 많은 취업자를 창출하는지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는 일반 제조업이 6.90명인데 비해 방위산업은 8.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10억 원당 고용을 유발하는 고용유발계수도 방위산업이 6.30으로, 일반 제조업의 5.32 보다 높았다. 제조업은 대체로 대량생산을 위한 자동화가 이루어져 고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방위산업은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형태로 자동화가 덜 이루어져 고용 창출이 꾸준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페노믹스를 실현하려면 해결해야 할 방위산업 과제들이 적지 않다. 먼저 방산종사자들부터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방산비리는 ‘해외무기도입비리’이며, 국내 방산업체의 문제는 대부분 기술 부족으로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이지 비리가 아니다. 오늘날 최고 기술을 가진 방산 선진국들도 과거에 모두 겪어온 과정이다. 따라서 이런 결함 때문에 한 때 비리 집단처럼 인식되었다고 해서 방산종사자들이 스스로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실무자선에서 발생하는 비리들이 있었으므로 비리 발생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제도적 보완은 강구되어야 한다. 국방개혁자문위 관계자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비리 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많도록 제도화하며, 관련 업무 종사자 및 참여업체의 업무 효율성과 책임성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음은 방산 패러다임을 내수 위주에서 수출 위주로 바꿔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방위를 위해 정부가 육성해온 산업이기에 그동안 국방 수요 위주로 성장해온 것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방에 필요한 무기체계가 거의 구비된 상황이고, 업체도 국방 수요만 바라보고 유지하기는 어려운데다 우리의 무기체계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6년 기준 방산 총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16% 정도이다. 이제는 수출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와 간섭은 축소하고, 수출형 방산 패러다임으로 혁신할 때다. 무기체계 개발 초기부터 이스라엘처럼 수출까지 고려되어야 하고, 무기체계 수입 및 수출 시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절충교역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방산 수출이 활성화되려면 무기체계의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 무기체계의 경우 대부분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방산 전문가들은 “군이 높은 성능의 무기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수출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김영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군이 세계 최고수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목표로 무기체계를 요구하니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적기에 전력화되지 못한다. ‘진화적 무기개발’과 ‘점진적인 성능개량’을 거쳐 최종적으로 최첨단 무기를 확보한다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화적 무기개발’이나 ‘점진적인 성능개량’이 현행 법규에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표현되다보니 실무자들은 책임 문제 때문에 적용하길 꺼리게 된다. 따라서 ‘∼해야 한다’라는 의무적 표현으로 법규를 개정해서 실무자들이 “하지 않으면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하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무기체계의 소요를 결정하는 과정에 타 정부부처와 과학기술자 위주의 민간 전문가들이 대폭 참여하는 ‘개방형 의사결정 체계’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국내 연구개발은 방산업체가 전담하여 민간의 앞선 기술이 국방에 적극 유입되도록 하되, 국방과학연구소는 국가가 비밀리에 수행할 사업이나 실패 위험이 큰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첨단 무기를 사오는 나라에서 만드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형 체계종합업체를 중심으로 통·폐합하면서, 기술력 있는 중소업체들의 방산 참여를 보장하는 방위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정부가 대행하는 국외구매를 국내 방산업체가 전담하여 계약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산비리로 인해 촉발된 방위사업의 제반 문제들은 민간역량 발휘가 가능하도록 개방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와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방위사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앞서 제기된 다양한 견해들이 실현되어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방산비리 대해부] 시리즈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3-16
  • [방산비리 대해부] ⑧ 방위산업 초석다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결기’ 필요해
    ▲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의 남유진 시장이 2017.12.1.금오산 호텔에서 개최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 1970년 밝힌 '방위산업 구상' 실천하고 자주국방 위한 '핵 무기' 개발도 추진 정통성 부족한 전두환 대통령은 미국눈치 보면서 방위산업 축소, 이명박 대통령은 '방산비리 프레임' 씌워 방산업체 압박 북핵 위기 등으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속 박정희식 방위산업 리더십과 결기 요구돼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1970년 1월 국방부를 순시한 고 박정희 대통령은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구상을 밝힌다. 이 당시 “방위산업의 육성과 국방과학기술의 연구가 시급”함을 강조하고 “국방부에 방위산업 육성 전담부서를 설치하라”고 지시하면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시작되었다. 그 해 4월 “민간업체의 산업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방위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되, 군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관리한다”는 추진 전략이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8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창설되었고, 해외에서 우수한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도 했다. 1971년 11월 방위산업 추진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박대통령은 청와대에 방위산업을 관장할 경제 제2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여 국방과학연구소에 지시한 초창기 무기개발 사업을 청와대가 직접 감독하고 통제했다. 박대통령은 1972년부터 1978년까지 국방과학 연구소를 12번이나 공식 방문했다. 당시 근무했던 연구원들은 “항상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셨고, 시험장 건설 현장을 둘러볼 땐 일꾼들 먹는 임시 식당에 불쑥 들러 밥 한 그릇 달라고 하여 다들 놀랐으며, 식사 자리에서 ‘무기 만들어야 힘 있는 나라 된다’고 늘 말했다”고 회고했다. 박대통령은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개발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주었고,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이행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매년 1∼2회 대통령이 주재하는 방위산업 육성회의를 개최했다. 또한 당시 정부의 예산 규모로는 방위산업 지원이 힘들어 방위성금을 모금하고 방위세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한 박대통령은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집행을 일일이 따진 후에 결재했고, 1975년 최초로 감사원이 감사를 하게 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에 대한 감사관의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군사기밀 유지에 취약한 점이 드러났다. 박대통령은 이를 보완하고자 군 특명검열단에게 방위사업을 감사하도록 지시했다. 박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공약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은밀하게 핵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5년에 공개된 미 CIA 보고서는 박대통령이 1974년 12월 핵무기 개발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박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차린 미국의 압박과 방위지원 약속이라는 반대급부로 인해 결국 핵개발은 계속 추진되지 못했다. 하지만 안보전문가들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적 자립을 추구하려던 박대통령의 결기만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점차 하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했고, 당시 미국이 불편하게 여겼던 국방과학연구소의 핵·미사일 개발이 '타깃'이 되었다. 전대통령은 1978년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미사일 ‘백곰’을 엉터리라고 평가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를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연구 인력이 30%이상 줄어들었고, 미사일 개발부서를 포함하여 전체 부서 중 1/3 이상이 사라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그동안 성역처럼 존재하던 율곡사업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했다. 이회창 감사원장 지시로 시작된 감사원의 율곡사업 감사는 감사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일부 잘못 지적된 부분도 있었지만 전직 국방장관과 해·공군총장의 뇌물수수가 밝혀지면서 율곡사업의 투명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전직 국방장관과 품질관리소장의 군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방위사업에 대한 군 수뇌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방위사업청을 신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위산업에서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의 20%가 절감된다”는 말 한마디로 방산비리 프레임을 만들면서 국민들이 방위산업을 비리의 온상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 프레임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어지면서 무기 개발 과정에 결함만 발생해도 방산비리로 인식되어 방위산업 종사자들을 오늘 이 순간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이 다른 대통령들은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주로 감사나 비리 척결의 대상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여길만한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간간이 발생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반면, 박대통령은 청와대가 방위사업의 컨트롤타워가 되어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한 후 필요한 것을 찾아서 적극 지원함으로써 방위산업의 토대를 확고히 구축했다. 이와 같은 박대통령의 방위사업에 대한 남다른 리더십과 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방위산업 종사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은 전차, 자주포, 미사일,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만드는 방위산업 강국이 되었다. 북한이 핵과 ICBM(대륙간탄도탄) 개발을 완성했다고 전 세계에 알리면서 미국과 우리에게 위협과 평화 공세를 펴고 있는 때다. 우리는 핵무기로부터 우리를 지킬 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전쟁은 안 된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다는 게 다수 국방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초창기 방위산업의 초석을 다지던 강력한 ‘리더십’과 안보의 자립을 위해 과감히 핵개발을 추진하던 ‘결기’가 다시금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3-13
  • [전문가 분석]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사업, 정부부처 간 갈등으로 5년째 진통
    ▲ 서울 ADEX 2017 전시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가 탑재된 정찰위성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군용 정찰위성' 5기 개발사업, 국방부와 국정원 간의 '수신관제권' 갈등으로 지연 2016년 국방부와 국정원이 공동 운용 합의했으나 개발기관 선정이 새로운 불씨로 떠올라 정찰위성 개발 주체두고 국방부의 국방과학연구소와 과기정통부의 항공우주연구원 간 '적합성' 대결 진행중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국방부는 2013년 킬 체인의 핵심 감시자산인 군용 정찰위성 다섯 기를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하에 연구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북한 및 주변국 동향에 대한 신속한 정보 수집과 위기상황 발생 시 최단시간 내 경보 발령을 위해 꼭 필요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시제품 개발업체 선정을 목표로 야심차게 진행되던 군용 정찰위성 개발 사업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벽에 부딪히게 된다. 국정원이 군용 정찰위성의 수신관제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수신관제권이란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받아서 관리하는 권한으로서, 위성이 수집한 핵심 정보를 국정원이 사실상 독점하겠다는 의미다. 국정원의 이러한 행태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 개발과 맞물려, 안기부는 권영해 부장을 앞세워 군과의 경쟁 끝에 수신관제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다목적 실용위성이 촬영한 북한 핵심시설 영상들은 국정원이 독점 사용하게 되었고, 군은 국정원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받아야만 했다. 국정원은 다목적 실용위성처럼 군용 정찰위성에 대해서도 수신관제권을 갖기 위해 국방부와 주도권 다툼을 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국방부는 국정원과 군용 정찰위성을 공동 운용하는데 합의했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가 “전력화 시기를 늦추더라도 기술력이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에 맡기자”며 끼어들어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렸다. 그로 인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될 예정이던 정찰위성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 4기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자광학체계(EO/IR)를 탑재한 위성 1기는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하는 방식으로 일부 조정되었다. 게다가 효과적인 킬 체인 작전을 수행하려면 군이 온전한 수신관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정찰위성 개발 사업이 국방부와 국정원 및 과기정통부 간 갈등으로 인해 시제품 개발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채 장기간 파행이 계속되자,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하였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북한 미사일 탐지를 위한 사업이고 전력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으니 애초 계획대로 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전담하도록 지난 해 교통정리를 했다. 그 후 11월 29일 개최된 제10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군 정찰위성 개발 사업을 심의한 결과, 쎄트랙아이·LIG넥스원·에어버스 컨소시엄이 시제품 개발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정해졌다. 한편, 금년 3월 4일 한 방송사가 “감사원이 6개월간의 감사를 마무리하면서 항공우주연구원의 기술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청와대가 결정한 국방과학연구소 대신 항공우주연구원이 군용 정찰위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감사원이 청와대의 교통정리를 지적하고 나선 셈이었다. 감사원은 다음 날 해당 방송사의 보도와 관련하여 “정찰위성 사업에 대해서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감사결과 처리를 위한 내부 검토 중으로 감사원이 ‘정찰위성을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위성사업 분야에 밝은 소식통은 “감사원 감사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항공우주연구원의 개발 능력보다는 ① 국방부와 국정원 중 어느 부서가 수신관제권을 갖는 것이 합당하며, ② 정찰위성을 양 기관이 공동 운영하면 킬 체인의 효율성이 저하되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했다”고 주장한다. 감사원의 최종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향후 청와대가 국방부와 국정원 중 어느 기관에 더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군용 정찰위성 개발사업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3-07
  • [방산비리 대해부] ⑦ 이제는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
    ▲ "투명성을 넘어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이 방산업체 CEO들과 간담회하는 모습 2006년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외청으로 신설, 국방부장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투명성 제고 취지 개청 이후 비리사건 분석 결과, 대부분 중령급 장교 및 사무관급 공무원들의 재취업 및 생계가 목적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방위사업의 미래를 위해 투명성을 넘어 효율성과 전문성 지향해야 " 강조 군과 방산업체 모두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방위사업 발전을 추구해 나가야 할 시점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들어섰고, 그 해 12월부터 전직 국방부장관 및 국군품질관리소장 등이 군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태가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국방획득제도 개선을 지시하였고, 그 결과 탄생한 조직이 방위사업청이다. 방위사업청은 국방부의 ‘외청’ 조직으로 신설되어 2006년 1월 1일 개청하였다. 기존의 국방부 획득실, 합참 시험평가 부서, 육군 전력발전단, 해군 조함단, 공군 항공사업단, 조달본부 등으로 분산 운영되던 8개의 획득관련 부서와 기관을 모두 통폐합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법을 제정(2006.1.2. 공포)하여 국방부 훈령으로 수행하던 방위사업 업무체계가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획득제도 개선은 방위사업의 효율성·전문성·투명성 향상과 방위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맞춰졌다. 특히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 민간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민원사항을 조사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효율성이 떨어져도 해군사업을 공군이, 육군사업을 해군이 관리하는 인력운영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신설 조직을 국방부 내부 조직이 아닌 ‘외청’으로 선택한 이유는 사업관리의 자율성 확보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자율성 확보란 장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독립성을 유지하여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당시 일각에서는 “분산되었던 모든 조직과 권한이 방위사업청으로 집중되어 업체 입장에서는 로비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방위사업 주기를 감안할 때 향후 5년 정도 경과하면 비리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예측과는 별개로,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방산비리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정권이 바뀌면서도 방산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는 계속되었다. 그 후 재판이 진행되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났다. 특히 황기철 해군총장, 최윤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여타 장군 및 일부 대령 등 고위직 피의자의 방산비리 혐의는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방위사업청 직원 및 퇴직자의 비리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 26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비리는 사업 및 계약 부서에서 발생하였고 모두 남성으로서 현역 군인은 영관급(특히 중령급), 일반직은 사무관급이 가장 많았다. 비리 유형은 ‘뇌물 수수’ 외에도 ‘내부정보 및 기밀 유출’이 상당수를 차지했고 ‘공문서 위조’도 일부 발견되었다. 한편, 한국투명성기구는 2015년 방위사업청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도 저해요인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현역 군인의 경우 인사권이 소속 군에 있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고, 기수 문화와 군 상호간 배타적인 관행 타파가 필요하며, 공무원보다 빠른 퇴직 구조가 방산비리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퇴직 후 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수준은 높지 않으며, 재취업을 하는 주요 이유는 개인의 인생이나 생계 때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방산비리 재판과정에서 비리사실이 밝혀져 실형을 받은 피의자들은 대부분 실무자들로서 전역을 앞둔 현역 중령과 사무관급들이었다. 이와 관련,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대다수 방산비리는 생계형 비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정치권과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방산비리의 속내를 살펴보면, 방위사업청 개청 이전에는 국방부장관 등 고위직이 관련된 대형 비리가 많았고, 개청 이후에는 실무자들이 퇴직 후 취업이나 생계 수단으로 저지른 소소한 비리가 많았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전재국 방위사업청장은 금년 1월 방위산업학회가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방위사업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투명성을 넘어 효율성과 전문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은 “투명성은 효율성과 상충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투명성을 강조하면 효율성이 저해됨으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국대 서우덕 교수는 “투명성 이슈가 발생하는 원인이 지나친 정보 차단, 사업 참여기회 제한, 폐쇄적 의사결정, 자료검증 부실, 평가의 주관성 등에 있으니 원인 치료의 관점에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방위사업 투명성 원칙에 관한 연구에서 밝히기도 했다. 과거 방위사업 개혁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국방개혁자문위원회 이창희 위원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산비리’라는 용어는 현 상황을 적절히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실제는 해외 무기도입 비리이고, 국내 방산업체 문제는 대부분 기술이 부족하여 연구개발 간 발생하는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비리를 예방하려면 업무 종사자 및 참여업체의 업무 효율성과 책임성을 증진시키고, 전문성 강화 및 조직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재국 방위사업청장과 이창희 위원의 주장처럼 이제는 군 및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들이 잘못된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방위사업 발전을 추구할 때가 도래하였고, 언론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의 노력을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3-05
  • [방산비리 대해부] ⑥ 법규에 명시된 ‘성능개량’ 및 ‘진화적 개발’ 시행으로 비리 의혹 해소해야
    ▲ 최근 파워팩 국내 개발의 문제로 '진화적 개발'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K2 전차의 기동하는 모습 K21 보병 전투장갑차, K2 전차 등 명품무기로 대대적 홍보했으나 실제 운영간 결함 발생으로 신뢰 하락 방위산업진흥회, 미국 등 선진국처럼 단계적 성능개량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개발' 적용 주장 현행 방위사업 법규에 성능개량 및 진화적 개발이 명시되어 있지만 비리 오해 우려하여 실제 시행 미미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건군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명품무기 10가지를 선정했다. K-9 자주포, K21 보병 전투장갑차, K2 전차, K-11 복합형 소총, KT-1 기본훈련기, 청상어(경어뢰), 신궁(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해성(함대함 유도무기), 현무(지대지 유도탄), URC-700K(군위성통신체계) 등으로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다. 이 가운데 K21 보병 전투장갑차, K2 전차, K-11 복합형 소총 등은 실제 운영 중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다. K21 보병 전투장갑차는 2차례의 침수 사고가 발생했고, K-11 복합형 소총은 약실 내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 또 K2 전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복합된 파워팩의 국내 개발이 성공하지 못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 개발한 무기체계는 사용 초기 여러 가지 결함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실전 테스트 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히 야전부대에 배치하였고, 명품무기라며 대국민 홍보를 앞세운 것이 문제였다. 실례로, K-21 보병 전투장갑차의 경우 2009년 12월 첫 침수사고의 원인을 조종수 과실로 덮어버린 탓에 2010년 7월 2차사고 시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로 이어졌다. 이후 세밀한 사고조사가 이루어져 무게중심 설계 오류 등 설계 결함이 드러났고, 실전 테스트가 부족했음이 밝혀졌다. K-2 전차는 최초 파워팩의 국산화가 어렵다는 ADD 의견이 있었지만 국내 개발을 추진하였고, 시험평가 도중 결함들이 속출한데다 아직까지 결함이 해결되지 않아 생산 일정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진화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K-11 복합형 소총은 2008년 전투적합 판정 이후 2010년 208정을 생산하여 곧바로 실전 배치되었다. 미군의 유사장비인 XM25가 2년간의 실전 테스트를 거친 후 양산 여부를 결정키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K-11도 실전 테스트 부족으로 배치된 후 여러 차례 폭발사고와 품질 결함이 발생하여 결국 보급이 중단되고 전면 재설계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명품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이 앞서야겠지만 초기에 발생하는 각종 결함들을 잘 보완하고, 이어서 지속적으로 성능개량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발이 완료되면 시제품을 시험 평가하는 과정이 미흡한데다, 초기에 소량만 생산하여 운용하다가 결함이 발생하면 성능개량을 통해 단계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생각보다 하루빨리 대량 생산하여 야전부대에 일괄 배치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명품무기 1호로 내세운 K-9 자주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1998년 실전 배치된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한 번도 성능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미군의 M1 탱크는 1980년대에 실전 배치된 후 3차례나 성능개량을 하였고, 향후에도 3차례나 더 성능개량 계획이 잡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첨단 제품을 요구하여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개발이 완료되면 낙후된 기술로 전락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방위산업진흥회는 “결함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처음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작전요구성능(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목표로 한 무기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면서 “단계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무기 품질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개발’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저비율 초도생산’(LRIP: Low-Rate Initial Production) 제도가 있다. 개발 후 초기에는 최소 물량을 생산하고, 이 때 결함이 발견되면 다음 단계 설계와 제작에 반영해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전천후 이동식 방공시스템(Iron Dome) 개발에 미국과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였다. 2007년 12월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최종 목표성능의 약 70% 수준만 충족한 채 2011년 실전 배치하였고, 이후 2년 동안 성능을 계속 높여갔으며, 최종적으로 미사일 요격율을 95%까지 향상시켰다. 우리는 무기체계 개발 시 최초 목표한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전 배치조차 할 수 없다. 또한 개발된 무기를 처음부터 대량 생산하다보니 ‘결함’이 발견되면 실전 배치는 중단되고,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 개발은 무수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업체가 개발에 실패하면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보다 잘못한 것으로 낙인찍어 페널티를 물린다. 게다가 결함이 자주 발생하면 방산비리 누명까지 뒤집어쓰기도 한다. 현행 방위사업 법규에는 성능개량과 진화적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방산비리 수사 여파로 그런 시도를 할 경우 혹시 비리와 연관된 것처럼 오해를 받을까 우려하여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업체들은 기술력을 쌓을 기회를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초도 생산 이후 추가 물량이 없어 생산 라인을 계속 유지하기도 힘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위산업에서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의 20%가 절감된다”는 말 한마디로 잘못 시작된 ‘방산비리 프레임’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계속됨에 따라 법규에 명시된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 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방위산업
    • 전문가 분석
    2018-02-28
  • [방산비리 대해부] ⑤ 무기체계 개발 과정의 ‘결함’과 방산비리는 구별돼야
    ▲ 한 때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감사원이 발표하여 방산비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수리온 헬기 모습 최초의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사업, 방산비리 낙인 찍혔지만 보완돼야 할 '기술적 결함'인 측면도 장성섭 KAI 부사장, “운영 초기 발생하는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로 보고 회사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 참담한 심정" 토로 검찰 수사에서 KAI관련 납품 비리 사실등 드러난다 해도 수리온 사업 전체를 매도하면 국내 방산 발전 불가능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 “방산비리 척결은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실전 배치된 수리온 헬기의 각종 ‘결함’에 대해 그동안 감사했던 결과를 종합하여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시점이었다. 이로 인해 수리온 헬기는 현 정부에서 밝혀진 방산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무기체계는 연구개발을 통해 시제품이 완성되면 시험평가 과정을 거치는데, 항공기의 경우 시제기의 비행 안전성을 정부가 보증하는 '감항 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까지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실제 제품이 생산되어 실전에 배치된다. 배치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결함들을 계속 보완하게 되며, 완전한 무기체계는 이와 같은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탄생되는 것이다. 수리온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6년 개발에 착수하여 2012년 12월부터 실전 배치한 다목적 헬기다. 배치 이후 기체내부 빗물 유입, 전방유리 파손 등 다양한 결함들이 나타났고 두 차례의 추락사고도 발생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결함이 보완되어 비행 안전성 문제는 없는 상태이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3개월이 지난 작년 10월 ‘서울 ADEX 2017’(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의 첫 시범 비행은 수리온 헬기였고, 고난도의 비행을 선보이면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행사에 참석한 문대통령도 박수를 보내며 전시된 헬기에 직접 앉아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장성섭 KAI 부사장(직무대행)은 ‘ADEX 2017’ 현장에서 열린 ‘항공전문가 포럼’에서 “운영 초기 발생하는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로 보고 회사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더 이상 개발자들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마음으로 질책과 더불어 사랑도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최기영 교수는 “감사원이 인증을 거친 제품인 수리온에 왜 결함이 생기냐고 하지만, 항공기 인증이란 새로운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면서 “정부가 지금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면 이미 상용화 된 선진국 군용기들도 불량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수리온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방산업체가 방산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언론에 기사화되는 내용 중에는 실제 비리사실도 있지만,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 또는 기술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능 미달이나 생산 단계에서 나타나는 품질 불량 등 ‘결함’이 비리처럼 잘못 인식되어 보도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수리온 헬기 외에도 K2 전차(흑표)의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K11 복합형 소총의 결함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비리 의혹이 높아졌다. 하지만 결함은 방산 선진국들도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무수히 발생하였다. 그들은 결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성능을 개량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무기체계로 발전시켜왔다. 최기영 교수도 “개발 종료가 완벽한 항공기의 제작 및 생산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결함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들은 방산업체가 마치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인식하고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방산 선진국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함 발생과 관련하여 시험평가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개발 후 전장 환경에서 성능을 시험 및 평가하는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업 및 품질관리 전문가들은 “생산 단계에서 나타나는 품질 불량은 사업관리와 품질관리의 전문성 미흡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시험평가, 사업관리, 품질관리 등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발 및 생산 과정의 ‘결함’까지도 방산비리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보니 업무관계자들이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첨단기술 개발 자체도 어려운데, 자칫하면 방산비리 누명까지 뒤집어쓰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실체도 불명확한 방산비리를 근절한다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사라져야 하고,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대다수 방산 종사자들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 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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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분석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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