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현대전의 승패는 더 이상 가장 큰 포성을 울리는 쪽이 결정하지 않는다. 적보다 먼저 듣고, 적 통신을 먼저 가로막으며, 아군 정보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쪽이 전장의 주도권을 쥔다. 보잉 폭격기가 포효하고, 스페이스X 로켓이 대기권을 뚫을 때,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망을 설계하는 기업이 있다. 2019년 L3 테크놀로지스와 해리스 코퍼레이션 합병으로 출범한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다. 합병 당시만 해도 '전자장비 통합 업체'라는 평가가 뒤따랐지만, 2026년 현재 L3해리스는 통신·전자전·정보·감시·정찰(ISR)·우주 시스템을 아우르는 네트워크 중심 방산 기업으로 재편됐다. 전투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전투기가 싸울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기업에 가깝다. 합병으로 탄생한 고부가가치 방산 기업 L3해리스의 출발점은 명확했다. L3는 정보·감시·정찰(ISR) 장비와 전자광학 센서, 특수 임무 항공기 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해리스는 군용 통신, 전술 무전기, 위성 통신 분야의 대표 기업이었다. 두 회사 결합은 플랫폼 제조사가 아닌, 전자·네트워크 중심 고부가가치 방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 이후 2023년, L3해리스는 미국 로켓 엔진 제조사인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를 인수하며 추진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미사일 추진체, 우주 발사체 엔진, 전략무기용 고체 모터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현재 L3해리스는 약 4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 매출은 20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한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주잔고는 300억 달러(약 43조 원) 중후반 수준으로, 중장기 수익 기반도 안정적인 편이다. 크리스토퍼 쿠바식(Christopher Kubasik) 회장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 중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대형 플랫폼 제조사와 차별화된 전자·센서 중심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통신…미 육·해·공군과 나토서 운용 L3해리스의 핵심은 통신이다. 이 회사의 팔콘(Falcon) 계열 소프트웨어 정의 무전기(SDR)는 미국 국방부를 포함한 다수 국가 군대에 공급되고 있다. SDR은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주파수와 암호 체계를 적용할 수 있어,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미 육·해·공군은 물론 나토(NATO) 회원국 군대가 해당 장비를 운용 중이며, 병사 개인 장비부터 전투기·지상 차량·함정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전 영역 통합 지휘통제(JADC2·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구상에서도 L3해리스는 통신·데이터 링크·센서 통합 분야에서 핵심 협력사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과 연동되는 전술 네트워크 기술은 최근 우주 기반 방위 체계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보이지 않는 방패,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 통신이 '혈관'이라면, 전자전은 '보이지 않는 방패'다. L3해리스가 개발 중인 F-16용 통합 전자전 체계 '바이퍼 쉴드(Viper Shield, AN/ALQ-254(V)1)'는 적 레이더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자동 대응 전파를 방출하는 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미 공군 현대화 사업과 맞물려 있다. 또한 L3해리스는 미 해군과도 전자 스펙트럼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항공기·함정 탑재 전자 방해 장비는 스텔스 플랫폼과 결합해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무인기와 인공지능(AI) 기반 무기 체계가 확대될수록 전자기 스펙트럼 통제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센서, 우주 분야서 돋보이는 존재감 L3해리스는 센서와 항공기 개조 분야에서도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해상 감시 레이더, 특수 임무 항공기 개조 패키지 등은 미 특수전사령부와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민간 항공기를 정찰·감시 플랫폼으로 개조하는 사업 역시 이 회사의 강점 중 하나다. 이는 전통적 무기 제조사와 달리, 플랫폼 내부의 '두뇌와 감각'을 설계하는 영역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L3해리스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회사는 군사용 위성 탑재체와 미사일 경보 센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NASA 및 미국 우주군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 이후에는 전략무기 추진체와 우주 발사체 엔진 분야까지 포함되면서 사업 스펙트럼이 확대됐다. 이는 통신·센서 중심 기업에서 추진체까지 아우르는 구조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한국 항공통제기 사업자 선정 L3해리스는 한국 시장에서도 통신·항공전자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9월 방위사업청이 추진한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 글로벌6500 기반 기체가 최종 선정되면서, 한국 공군의 공중 감시·항공통제 역량 강화 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사업 규모는 약 3조 원대로 알려졌다. 공중 조기경보통제기(AEW&C)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공중 지휘통제 자산으로, 탐지·식별·지휘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회사 측은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 임무 시스템을 통해 향후 업그레이드와 동맹 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보다 데이터 통합 능력이 평가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기의 '디지털 신경망' 구축하는 기업 L3해리스는 군사용 위성 탑재체와 미사일 경보 센서 사업에도 참여하며 미국 우주군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진체 사업 편입 이후에는 전략무기와 우주 발사체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며 감시·통신·경보 체계를 항공에서 우주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전투기와 미사일이라는 플랫폼을 상징한다면, L3해리스는 그 플랫폼을 연결하고 보호하는 디지털 구조에 가깝다. 통신, 전자전, 센서, 우주, 자율 군집 운용. 눈에 보이는 무기가 아니라, 무기가 작동하는 체계를 설계하는 기업. 현대전이 다영역·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L3해리스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난 수십 년간 방위산업의 경쟁 축은 무기의 화력과 플랫폼의 성능이었다. 탱크는 더 강력해지고, 전투기는 더 빠르게 비행하며, 군함은 더 정교한 센서를 장착해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전장의 또 다른 축이 점점 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데이터를 포착하고 AI로 해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이 영역을 선점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다. 팔란티어는 "전쟁에서 승패는 단순히 화력보다 정보의 흐름과 이해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이 회사의 기술은 마치 전장의 예언자처럼 작동한다. 숫자로 보여주는 팔란티어의 방산·AI 영향력 팔란티어는 2003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특히 AI와 빅데이터 플랫폼의 상용화 이후 그 영향력은 방위와 정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미국 및 연합군의 정보기관과 군대에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대테러 작전부터 현대 다영역작전(MDO)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팔란티어의 주요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 하나인 '고담(Gotham)'은 각국의 정보, 감시, 정찰 데이터를 통합해 위협 요소를 식별·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제품인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은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AI 기능을 통합해 패턴 탐지와 의사결정 보조를 강화한다. 최근에는 미국 육군과의 최대 규모 계약(최대 100억 달러, 약 1조 4600억 원)이 체결되며, 향후 10년간 군사 데이터 분석·AI 도구를 제공하는 프레임워크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계약은 데이터 주도의 전쟁 기술이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전장의 눈 '고담(Gotham)'과 데이터 전쟁의 현실 팔란티어의 양대 플랫폼은 각각 다른 목적과 기능을 지닌다. 고담은 국방 및 정보 기관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군사·정보 데이터를 통합·가시화·패턴 분석해 전술적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설계 초기에는 미국 정보기관 및 대테러 분석 등 정보 전장에 집중했으며, 지금은 다국적 군대의 전장 분석 도구로도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고담은 수많은 센서, 위성, 통신, 보고 체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연결해 위협 요소를 빠르게 식별하고 군사 작전을 계획하는 데 쓰인다. 그 결과, 정보 분석과 전술 계획 속도가 전통적 접근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팔란티어의 기술은 군사 외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의료·금융·공공 안전 등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Foundry 플랫폼도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CIA, FBI 등과 협력해 정보 분석 플랫폼 개발 팔란티어는 미국 IT 업계에서 '빅데이터의 선구자'로 불린다. 회사 이름 자체는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속 '팔란티르(Palantír)'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구슬을 의미한다. 이런 비유는 회사의 비전, 즉 "멀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는 방향성을 상징한다. 현재 팔란티어의 CEO는 알렉스 카프(Alex Karp)이며, 공동 창업자로는 피터 틸(Peter Thiel) 등이 있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CIA, FBI 등 미국 정보기관과 협력해 정보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러한 배경은 팔란티어 기술이 단순 데이터 정리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을 위한 도구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통 방산 vs 데이터 중심 방산, 새로운 분기점 팔란티어의 부상은 군사력 경쟁의 축이 하드웨어 성능 경쟁 → 데이터·AI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 무기 체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정보의 속도와 정확성은 무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장 자산이 되었다. 이는 단지 미국만의 변화가 아니다. 영국, 우크라이나 등 여러 동맹국들이 팔란티어 기술을 채택하거나 연계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방위관계자들은 AI 기반 데이터 분석 능력을 전장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중심 기술은 정치·사회적 논쟁도 불러온다. 고담 같은 플랫폼이 예측 분석이나 치안 데이터에 활용될 때 프라이버시 논쟁과 통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전쟁의 예언자, 현실이 되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다. 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AI 전쟁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이는 물리적 전력과 함께 정보 전력이 전쟁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전통 방산이 여전히 중요한 시대에, 팔란티어는 전술과 전략의 중심을 데이터로 재정의하고 있다. 전장의 승부는 단순한 화력의 대결을 넘어, 데이터의 통합 능력과 AI 기반 예측력의 경쟁이 되고 있다.
.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약 7조 8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가 올 상반기 내에 결정될 전망이 다. 방위사업청은 11일 방사청 입찰실에서 KDDX 사업의 예비설명회를 개최해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선체, 레이더(Radar), 무장 등 핵심 기술을 모두 국산화한다. 당초 이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를 마친 뒤 상세설계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통상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무기체계 등을 선체에 배치하기 위한 정밀 설계), 선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개념설계는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다. 그동안 함정 사업은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이력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관례적인 '수의계약' 대신 '공정한 경쟁입찰'을 요구했다. 방사청은 고심 끝에 작년 12월 '경쟁입찰' 방식을 최종 결정했다. 방사청은 이번 예비설명회를 통해 공고 및 계약 시기 등 추진 일정을 공유했다. 특히 업체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주요 사업문서도 사전에 열람하도록 했다. 방사청은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7월까지 최종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정재준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해군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지연된 일정 만회가 시급하다"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2032년 말까지 선도함(새로운 함형의 구축함 중 가장 처음 건조되는 배)을 해군에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난 수십 년간 방위산업의 문법은 명확했다. 더 크고, 더 단단하며, 더 비싼 무기를 만드는 쪽이 승리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방산 거인'들은 이러한 철갑의 질서 속에서 군림해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설립한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다. 그는 "무기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장의 우위는 철강의 두께가 아니라, 코드와 알고리즘의 속도에서 갈린다는 주장이다. 안두릴의 등장은 새로운 무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전장의 판단과 통제라는 핵심 권한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방산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숫자가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방산'의 성장 속도 안두릴의 성장세는 자본시장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이 회사는 2025년 6월 시리즈 G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약 305억 달러(약 44조 원)를 인정받았다. 이후 추가 투자와 계약 확대를 반영해, 2026년 초 시장에서는 300억 달러 중후반대(약 43조~55조 원)의 가치로 평가하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 공시라기보다는, 최근 투자 흐름과 계약 규모를 토대로 한 시장의 평가에 가깝다. 실적 성장 역시 가파르다. 안두릴은 2024년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통 방산기업들이 수년 단위의 개발·납품 사이클에 묶여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안두릴은 정부 예산으로 개발비를 보전받는 전통적인 '비용 가산(Cost-plus)' 방식 대신, 민간 자본을 투입해 제품을 먼저 완성하고 성능으로 계약을 따내는 '상업적 R&D' 전략을 택했다. 리스크는 기업이 부담하지만, 속도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이 방식은 펜타곤 내부에서도 "빠른 실전 적용이 가능한 대안"으로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장의 '뇌'가 된 라티스, 손발이 된 자율 무기들 안두릴의 모든 체계는 라티스 OS(Lattice OS)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라티스는 전장 곳곳에 흩어진 센서와 무인체계의 정보를 한 화면으로 묶어내, 지휘관이 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가깝다. 이 '뇌'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이는 하드웨어들은 기존 무기의 개념을 비틀어 놓는다. 로드러너-M(Roadrunner-M)은 대표적인 사례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 요격기로, 임무 수행 후 회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상황에 따라 요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기지로 복귀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가의 일회용 미사일 중심 방공 개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퓨리(Fury, YFQ-44A)는 미 공군이 추진 중인 협동전투기(CCA) 구상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무인 항공기다. 2025년 말 첫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인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정찰·교란·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는 무장 통합과 운용 개념 검증 단계에 있다. 알티우스(Altius) 계열 소형 무인기는 발사관에서 사출된 뒤 장시간 체공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필요 시 자폭 공격도 가능하다. 특히 다수 기체를 동시에 운용하는 군집 개념은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실전 성과에 대해서는 시험 운용과 제한적 사례가 혼재해 있으며,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팔머 럭키 "전쟁은 알고리즘의 경쟁이 된다" 팔머 럭키 안두릴 설립자는 오큘러스 VR을 창업해 페이스북에 매각한 뒤 방산업계로 뛰어든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공개 발언에서 전통 방산을 향해 "수십 년 뒤를 가정한 무기를 설계하는 동안, 전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가 강조하는 개념은 'Affordable Mass(감당 가능한 물량)'다. 극소수의 초고가 플랫폼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율 무기와 이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가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6년 초 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의 전쟁은 철강의 충돌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술적 선언이자, 기존 방산 질서에 대한 도전장이다. K-방산에 던지는 질문, '철갑 이후'를 준비했나 안두릴의 부상은 한국 방산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K-9 자주포와 같은 세계적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안, 그 체계를 통합하고 자율적으로 운용할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은 충분한가라는 물음이다. 2026년 현재 한화,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기업들이 소프트웨어·AI 통합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를 연결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전장의 뇌'가 없다면, 미래 전장에서 효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전장 중심축, 소프트웨어로 이동 중 안두릴이 방산의 승자를 바꿔놓았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이 회사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이 정교한 단일 플랫폼을 만드는 동안, 안두릴은 복제와 확장이 가능한 '전투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판이 바뀌는 순간, 승자의 기준도 달라진다. 미래 전장은 강철 위에만 세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비트(Bit)와 코드 위에 동시에 구축된다. 앤두릴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리야드에서 2월 8일(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세계 방위 박람회(World Defense Show)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차세대 수상 전투함 프로그램 입찰을 겨냥해 'HDF-6000' 프리깃함을 핵심 플랫폼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외신 아미레코그니션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한 함정 설계 제안을 넘어, 현지 조선과 기술 이전, 사우디 내 장기 유지·운영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협력 구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 조선·방산 기업 HD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의 차기 호위함 사업을 겨냥해 제안한 'HDF-6000'은 이런 전략의 중심에 놓인 플랫폼이다. 고성능 다목적 전투함이라는 하드웨어적 성격과 함께, 현지 건조와 유지·보수, 산업 협력을 결합한 패키지 제안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해군 현대화 사업의 성격을 감안하면, HDF-6000은 하나의 '무기 체계'를 넘어 '산업 프로젝트'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플랫폼이란 단일 무기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무장과 센서, 운용 개념을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는 기본 전투함 설계를 의미한다. '사우디 차기 호위함'은 어떤 사업인가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의 차기 호위함 사업은 단일 함정 도입이 아닌, 중장기 해군 전력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 대규모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부다. 사우디는 홍해와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이라는 세 개의 전략 해역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노후화된 수상 전투함을 대체하고 원해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수의 신형 호위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식적인 발주 수량과 총사업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복수 척 도입을 전제로 한 수조 원대 규모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함정 성능뿐 아니라 현지 건조 비율 확대, 유지·보수·정비(MRO), 인력 양성, 기술 이전 등 산업 협력 요소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을 통해 방산 산업의 자립과 제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우디 차기 호위함 사업은 군사 전력 증강과 산업 육성을 결합한 전략 사업으로, 공급국 입장에서는 무기 수출을 넘어 장기적 산업 파트너십을 제시해야 하는 고난도 수주 경쟁으로 평가된다. 6000톤급 대형 호위함… 프리깃과 구축함 사이 전략적 체급 HDF-6000은 6000톤급으로 분류되는 대형 다목적 호위함으로, 만재 배수량은 약 6500톤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배수량과 크기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프리깃함 범주를 넘어, 구축함 하위급에 가까운 체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함정의 전장은 약 150m로 알려졌으며, 최대 속도는 29노트 수준으로 제시됐다. 최대 45일간의 장기 작전과 약 7,000해리의 항속 거리를 목표로 설계된 점은 사우디 해군이 홍해와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 같은 제원은 연안 방어에 국한된 함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원해 작전과 연합 해상 작전을 염두에 둔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프리깃함과 구축함의 경계에 위치한 체급 선택은 전력 효율성과 운용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전 영역 해상전을 겨냥한 무장과 센서 구성 임무 스펙트럼 역시 광범위하다. HDF-6000은 대공·대수상·대잠 작전을 기본으로 전자전과 비대칭 위협 대응까지 포함한 전 영역 해상전 수행을 전제로 설계됐다. 해상 통제와 전력 투사 임무는 물론, 평시 해상 순찰과 차단, 해상 교통로 보호,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수색·구조 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무장 구성의 핵심은 48셀 규모의 수직발사체계(VLS)다. 이 체계는 방공 미사일을 중심으로 임무 요구에 따라 다양한 무장 구성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설명된다. 수상전 대응을 위해서는 각각 4발의 대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경사 발사기 2세트가 배치된다. 주포는 선수에 설치되며, 근접 방어를 위해 CIWS와 함께 20mm 원격무장체계, 다수의 중기관총 진지가 포함된다. 이는 소형 고속정이나 무인체계 등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 다층 방어 개념을 반영한 구성이다. 대잠수함 작전 능력도 강조된다. 3연장 어뢰 발사기 2기와 함께 선체 고정형 소나(HMS), 예인형 소나(TASS) 운용을 전제로 한 구조가 제시됐다. 여기에 전자전 장비와 기만체계, 레이저 경보 수신기 등이 통합돼 생존성을 보강한다. 항공·추진·생존성… 장기 작전을 고려한 설계 항공 운용 능력은 HDF-6000 설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함정에는 MH-60R급 해상작전 헬기 1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가 마련되며, 최대 3대의 무인항공기 운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이는 대잠 작전 반경과 해상 감시 범위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추진 체계는 작전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본안은 CODLOG 방식으로, 가스터빈과 전기 추진 모터를 결합해 고속 기동과 연료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다. 대안으로는 CODOG 방식도 제시된다. 승조원은 약 110명 규모를 기준으로 하며, 장기 배치를 고려한 거주성과 정비 편의성도 설계에 반영됐다. '함정 수출'을 넘어선 패키지 전략… 사우디가 주목하는 이유 HDF-6000 제안의 핵심은 함정 자체에만 있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은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현지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인력 양성, 공급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통합 패키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방산 분야에서 현지 생산 비율 확대를 요구하는 사우디 정부 정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와의 합작으로 설립된 국제해양산업(IMI) 조선소를 활용해, 향후 HDF-6000의 현지 건조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MI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사우디 정부가 해군 전력과 산업 기반을 동시에 육성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대표 사장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의 조선소인 IMI를 활용한 현지 건조 및 산업 협력 전략으로 사우디 차기 호위함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HDF-6000 제안이 단순한 함정 공급을 넘어, 사우디의 방산 현지화 정책과 장기 산업 육성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해군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력 증강과 동시에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조·방산 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 전략 속에서, HDF-6000은 하나의 군함이 아니라 산업 협력 모델로 기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기이자 산업 프로젝트… 수주 경쟁의 분수령 전문가들은 HDF-6000이 사우디 해군의 작전 환경과 요구 조건을 비교적 정밀하게 반영한 설계라고 평가한다. 중동 해역에서의 미사일 위협과 비대칭 도발, 원거리 해상 작전 수요를 감안할 때 대형 다목적 호위함은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유럽 일변도가 아닌 한국산 플랫폼이라는 점은 사우디 입장에서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HDF-6000은 하나의 함정을 넘어, 사우디 해군의 미래 전력 구조와 산업 전략을 동시에 겨냥한 제안이다. 이 사업의 향방은 단순한 방산 수주 성패를 넘어, 한국 조선·방산 산업이 중동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LIG넥스원이 차세대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위성 5호(GK5)’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LIG넥스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포트웨인에서 L3해리스와 ‘GK5 기상탑재체 개발사업 착수회의’를 공동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차세대 위성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공식화했다. 파트너사인 미국 L3해리스는 글로벌 우주·방산 기업이다. 특히 위성 기상탑재체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양사는 개발 일정과 현황을 면밀히 공유했다. 실무 워킹그룹 구성과 기술 인터페이스, 품질관리 체계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확정했다. 나아가 미래 우주 사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GK5 사업은 과거 정부와 출연연구소 중심의 방식에서 탈피한 민간 주도의 첫 위성 개발 사례다. 민간 기업이 설계, 제작, 시험, 통합 등 전 과정을 직접 주관하며 개발을 수행한다. 신형 기상탑재체는 기존 2A호(GK2A)보다 예보 정확성과 시의성이 크게 향상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관측에 특화된 성능을 갖춘다.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 현상을 실시간으로 추적 관측할 수 있다. 역할 분담도 명확히 했다. L3해리스는 기상탑재체의 핵심 설계와 개발을 담당한다. LIG넥스원은 국내 품질관리, 성능시험, 수락검증과 위성체 체계통합을 수행한다. LIG넥스원은 이번 사업으로 위성 탑재체 핵심 분야의 기술 역량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광학, 전자, 열제어, 데이터 처리 기술을 확보해 독자적인 국산 탑재체 개발 기반을 마련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GK5 사업을 계기로 국가 전략위성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체계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위성과 탑재체, 데이터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 우주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