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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8)미생들은 자신의 ‘특기·강점’을 최대 활용하라
    ▲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봄에 “생도의 날”, 가을에는 “화랑제”가 열린다. 이 때 생도들운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성친구 또는 여자친구를 축제의 꽃인 쌍쌍파티에 초청한다. 위 사진은 “생도의 날”을 맞이해 쌍쌍파티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파트너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미생이 알아야 할 무능함·유능함·탁월함의 차이점 갓 입사한 ‘미생’이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당면하는 업무들이 그동안 학업을 통해 쌓아온 스펙(학력, 자격증 등)이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늘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입사 초기에는 보편타당한 상식을 적용하는 것이 용이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달, 6개월, 1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신입동기들은 상급자와 동료들에 의해 무능·유능·탁월한 직원으로 구분되면서 그 결과가 앞으로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럼, 유·무능을 구별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필자는 4가지 특성을 통해 구분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그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신입직원은 아무리 정신없고 바쁘더라도 그 회사조직에 관한 법규를 숙지해야 한다. 법규를 숙지하지 않고 선배의 관례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본인에게 화(禍)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의 정관과 규정 규칙을 빠른 시일 내 숙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인의 스펙은 그 다음 순서이다. 두 번째는 ‘적시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으로 법규를 숙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리포트(Report)를 작성한다고 해도 그 업무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기획서와 보고서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적시적으로 방안을 제시할 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창의성’이다. 전문성과 적시성을 갖고 있는 직원은 단지 유능한 직원일 뿐이다. 탁월한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창의란 모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발명가 에디슨과 같은 세계를 놀라게 할 발명품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타회사나 타부서에서 적용되고 있는 방안을 벤치마킹해서 본인 것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더 용이하게 창의성을 인정받아 탁월한 직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 네 번째는 ‘현장성’이다. 아무리 전문성, 적시성, 창의성을 갖추었어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안 되면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되고 만다. 따라서 실제상황에 꾸준히 적용·시행할 수 있는 업무를 위해서는 현장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편타당한 기본상식과 도덕성을 견지한 가운데 전문·적시·창의·현장성 등을 견지한 직원은 탁월성을 인정받고 승승장구 할 것이다. 워크샵·축제 등은 미생들의 자기 PR 기회 새로운 조직에서 신입사원의 존재는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한동안 인기 방영된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비정규직과 인턴 등 초보사원들의 처지를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바둑용어 “미생”에 빗대어 표현하며 2014년에 돌풍을 일으키는 드라마가 되었다. 회사별로 임원·부서·직책별·신입사원 등 다양한 워크숍을 개회한다. 사관학교도 유사하지만 특별히 춘·추계 축제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행사들은 조직원들 간의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지만 사기양양과 그 조직이 한뜻으로 지향하여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 생도시절 필자(김희철)의 작품들 ⓒ김희철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봄에 “생도의 날”, 가을에는 “화랑제”가 열린다. 학술세미나와 미술작품전시회, 음악발표회, 웅변대회, 육체미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생도들은 중대별 대항 축구, 배구, 농구, 격투기, 마라톤 등에 도전하고 또 예술에 재능 있는 생도들은 색소폰, 기타 연주회 등에 참가한다. 그래도 각 축제의 꽃은 쌍쌍파티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친교를 갖던 이성 친구를 초청할 수도 있고 싱글인 생도는 쌍쌍파티를 위해 사전에 미팅에서 짝을 만나 초청한다. 개중에는 졸업 후 결혼까지 성공한 생도들도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많은 상도 받아보았다. 그래서 육사입교 전에는 미대를 지원할 생각도 잠시 했었다. 덕분에 이러한 봄가을 축제를 통해 필자의 특기를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림을 단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은 몹시 제한된다. 설사 완성했다 하더라도 수준이 떨어지면 전시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필자는 생도 4년 생활동안 계속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축제기간 전시회를 통해 상도 받았다. 이렇게 4년을 미술실에서 살다보니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그림을 잘 그리는 생도로 알려졌고 종국에는 그림실력도 늘었지만 그 덕도 톡톡히 보았다. 축제를 앞두고는 자유시간, 과외활동시간 등 모든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나의 특기도 살리고 인정도 받으면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미생들은 워크샵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워크샵 기간 중 회사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건의사항을 준비하거나 본인의 예능적 장기를 발표함으로써 상하동료들에게 본인을 알리면 워크샵 이후 업무추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음지 속 인재 발탁”은 이상...“Ount of sight, out of mind”가 현실 반영 물론 많은 CEO와 임원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승진시키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같은 성과위주의 인사제도는 당연한 진리이고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결코 그렇지는 않다. “Out of sight, out of mind(안보면 잊혀진다)”는 격언이 더 현실적이다. 묵묵히 일하는 숨은 인재는 끝내 '잊혀진 보석'이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역사에 길이 남는 이순신 장군(1545~1598)도 늦깎이로 32세 나이에 무과 급제하여 군관이 되었고, 미관말직으로 지내다 쉰살이 다되어 정읍현감이 되었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곱 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로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었다. 그것도 어린 시절 서울 한양에서 이웃에 살던 유성룡이 임진왜란 총지휘를 맡았고 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진왜란을 통해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도 함경 녹둔도에서 여진오랑캐를 무찌르는 공도 많이 세웠지만 쉰살이 다되도록 미관말직에서 능력을 인정 못 받다가 유성룡에 의해 발탁되어 23전 23승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 시대는 자기 PR시대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승진을 하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려야 한다. CEO와의 친분에 따라 또는 학·혈·지(學․血․地)연에 의해 승진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 워크숍, 위원회, 각종회의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4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지식을 통해 업무를 분석하고 창의성과 현장성을 견지한 가운데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명하거나 워크숍 축제를 통해 예능을 발휘하여 적시적으로 자기 자신을 알려야한다. 이때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자신의 특기와 강점을 최대 활용하여 준비하고 적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손자병법 허실편의 무소불비 무소불과(無所不備 無所不寡)처럼 모든 것을 지키려 할 때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때 버릴 것은 과감히 내려놓고 나의 특기와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미생”이 되길 기원한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 오피니언
    2017.03.12 10:1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7) ‘성매매’ 육사생도의 졸업 하루 전 퇴교조치의 의미
    ▲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육사 졸업식'에서 졸업성적 1등을 기록한 이은애 생도(왼쪽 두 번째부터)와 2등 김미소 생도, 3등 이효진 생도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각각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방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여생도로 육사에 여생도가 입학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1등이 여생도에 돌아간 경우는 그간 2차례 있었지만, 1∼3등을 모두 여생도가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2만 명을 배출한 육사도 여성 상위시대 도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24일 태릉골 화랑대에서 육군사관생도 73기 248명의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그동안 육사에서는 1998년에 여생도가 첫 입학한 이래 여생도가 1등으로 졸업한 경우는 두 차례(2012, 2013년) 있었지만 이번에는 1등 대통령상에 이은애(24) 생도가 2등 국무총리상에 김미소(22)생도, 3등인 국방부장관상에 이효진(23) 생도가 각각 수상하여 육사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생도가 졸업성적 1~3등을 휩쓸었다. 이번에 졸업생중 여생도는 모두 24명으로 전체의 10% 정도이다. 지난 1946년 5월 1일 육사의 전신인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가 태릉에서 개교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올해로 2만 번째 졸업생이 탄생했다. 육사 1~10기 졸업인원은 5180명이며, 1951년 경남 진해에서 정규 4년제 학교로 재개교 이후 현재까지 졸업인원은 1만4656명이다.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부여된 군번에 따라 2만 번째 졸업의 주인공이 된 이하연(25) 생도는 “육군 장교의 꿈을 이루게 된 오늘 큰 선물을 받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하는 73기 생도들은 다음 달 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 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하며, 각 병과학교에서 초등군사교육을 이수한 뒤 야전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계약직인 생도시절을 끝내고 정규직인 장교로 임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제73기 졸업식에서 사관생도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육사생도 3명 성매매 형사입건, 졸업 하루 전 퇴교 그런데 졸업식 하루 전인 지난 23일 육군사관학교는 ‘육사생도 3명이 성매매 혐의로 형사입건 됐으며 이와 별개로 오늘 사관학교 교육위원회에서 퇴교를 심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육사 4학년 생도 3명 중 일부가 지난 4일 정기외박을 나간 후, 강남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명의 생도 중 A씨는 성매매를 인정했으며, B씨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C씨는 B씨에게 계좌이체로 돈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육사 측은 성매매를 인정한 A씨 외에 2명에 대해서도 상황 증거, 진술 등을 토대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형사입건했다. 아울러 육사 자체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퇴교’ 조치를 했다. 성매매 정황 포착은 지난 17일(금요일) 국방망 인트라넷의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만 볼 수 있는 무기명 게시판에 제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월요일) 제보를 접한 육사 측은 제보 내용에 생도 3명의 인적사항과 성매매 일시, 장소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돼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의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퇴교’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육사 측이 20일 제보 인지 이후 이날 퇴교를 결정할 최종 징계위원회 개최까지 3일 남짓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육사 측이 제시한 증거 또한 3명 생도의 엇갈린 진술에 의존해 있다. 성매매 업자와의 대면조사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될 수 있고, 유죄가 아닌 무죄로 드러날 경우 '퇴교' 조치를 되돌릴 방법이 제한적이다. 사실상 퇴교 결정을 내린 육사 측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하는 생도 졸업생으로서는 결격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국방부는 “육사는 2월 23일 성매매 및 비용제공 혐의로 금년 졸업예정인 4학년 생도 3명을 형사입건하고, 오후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퇴교조치 할 예정”이라며 “생도훈육과 관련한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규정에 의해 엄정처리하고 있으며,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one ou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관생도신조와 3금제도 현재 개정된 사관생도신조는 다음과 같다. 하나, 우리는 조국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둘,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킨다. 셋, 우리는 인내와 용기로 책임을 다한다. 매일 아침 저녁 점호 시 전생도는 머리와 가슴 속 깊이 새겨놓기 위해서 늘 암송을 한다. 이번에 3명의 성매매 생도 퇴교 결정을 내린 육사는 사관생도 신조에 명시된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한다.”고 강조하며 졸업 즉 장교 임관결격 사유라고 밝혔다. 또한 사관학교에는 3금제도가 있다. 금주, 금연, 금혼(禁酒, 禁煙, 禁婚)이다. 이중 금주는 학교 밖에서 사복 착용 시에는 가능하다고 완화되었으나 그대로 3금제도는 존재한다. 필자가 ‘81년도에 육사 37기로 졸업할 때에도 졸업을 며칠 앞두고 동기생 1명이 퇴교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기초군사훈련이 시작되면 4학년 졸업예정자들은 ‘양로원’이라고 불리는 별도 공간에 모여 장교임관 전 교육을 받고 졸업준비를 한다. 그 시절에도 마지막까지 인내하지 못한 A동기생은 흡연을 했고, 그것을 야간에 순찰을 돌던 선배교수에게 적발되었는데 A동기생은 흡연을 안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종국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3금제도 위반과 거짓말을 한 것이 생도명예에 저축된다고 퇴교로 결정되었다. 그 사실을 인지 못한 A동기생의 부모님과 친지들은 졸업식 당일 행사에 참석했는데 아들이 퇴교 당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황당한 상황이 벌어져 애통해했다고 한다. 당시 동기생들의 의견도 양분되었었다. 장교 임관 후에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사항이고 졸업을 며칠 앞둔 상황인데 퇴교 조치는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과 인내와 용기로 책임을 다하고 명예와 신의를 매일 암송했는데도 위반한 것은 장교자질에 저해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 81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필자의 제37기 졸업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하고 있다. [사진=김희철] 육군사관학교의 ‘엄격함’은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풀어갈 해법의 방향 사관생도 신조와 3금제도는 타 일반 대학교에는 없다.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쳐 헌신하는 국가 간성이 될 사람은 반드시 견지해야할 사항이다. 신조와 3금제도를 위반한 사관생도에 대한 조치 결과는 1951년 진해에서 정규 4년제 육군사관학교로 개교한 이래 변함이 없다. 필자가 졸업한 81년도이나 36년이 지난 2017년 육사 73기 졸업생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퇴교를 당했다. 어쩌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성매매 금지법을 위반한 범법 사항이었으나 필자의 A동기생의 흡연과 거짓말에 대한 퇴교는 더 더욱 가혹한 것이었다. 손자병법 시계(時計)편에 장군의 덕목이 나온다. 바로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이다. 전문지식을 포함한 지혜가 우선이지만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신뢰와 인자함과 용기 그리고 엄격함을 갖추고 있어야 장군 등 국가의 간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엄격함이 있어야 작금의 정치 사회적 혼란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오피니언
    2017.02.27 14:5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6) 계약직을 떼고 나니 ‘빈대와 놀부’가 득실
    ▲ [사진=김희철] 기업의 계약직과 육사의 가입교 생도는 모두 괴로워!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거의 모든 사업체는 직원을 채용하면 바로 정규직으로 임용하지 않고 일정기간 계약직으로 운용하다가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규직원으로 정식 채용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신입직원들 중 20~40% 정도는 1~3년 근무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사에 큰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스펙이 뛰어난 직원은 타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좋은 조건으로 전직을 제시할 때 그것을 거부할 직원은 많지 않다. 올챙이시절을 개구리가 잊어버리듯이 채용 시 “애사심(愛社心)을 갖고 평생직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던 다짐은 잊어버리고 눈앞의 이익을 쫓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약직 신입사원들은 이러한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이리저리 채이면서 업무를 숙달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관학교 입교 시 가입교생으로 정식 사관생도가 되기 위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기간은 어쩌면 일반 회사의 계약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기초군사훈련 교관생도로 경험을 했지만 우수한 학업성적과 높은 지능지수를 갖고 있는 후배들을 교육시키다보면 어쩔 때는 "이렇게도 한심한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한 언행을 하는 가입교생도들을 볼 수 있었다. 계약직, 가입교생도 시절은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 [사진=김희철]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 통상 1년 정도 계약직으로 불안하게 근무하다가 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는 능력을 인정받아 6개월만에 되는 경우도 있고 능력 검증이 미흡할 때는 6개월 또는 1년씩 연장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무튼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정식 직원이 되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날아갈 듯 기쁘지만 잠깐이고 산 너머에 더 큰 산이 있는 법이다. 가입교생들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3월 초에는 정식사관생도가 된다. 입교식에서는 부모님을 초청해 생활관까지 개방을 한다. 모든 피복은 가입교 초기에 체촌을 하고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면 개인에게 지급되는데 일부생도들은 훈련기간 체중이 10kg이상 줄어든 경우가 있어 정복을 착용하면 헐렁하게 몸보다 큰 옷을 입게 되는 우스운 광경도 벌어진다. 1학년 생도의 별명은 “두더지”이다. 힘들고 고생도 많이 하면서 빛도 못 보며 땅굴을 파고 다니며 겨우 생존하는 시절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생도의 별명은 “빈대”이다. 하급생도로서 힘들게 인내하는 두더지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빈대로 칭하는 뜻이다. 왜냐면 1학년생도의 학업, 군사학, 내무생활 등을 모두 지도하는 책임이 2학년에게 있기 때문이다. 3학년 생도는 “DDT”라고 한다. 두더지에 기생하는 빈대를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4학년 생도의 별명은 재미있게도 “놀부”이다. 흥부를 괴롭히는 놀부처럼 하급생도들을 갖고 놀며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책임지고 업무를 추진해야한다. 그때가 되면 무시는 했지만 친절했던 대리, 과장, 본부장은 돌연 안색을 바꾸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뿐이고 고난의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빈대’와 ‘놀부’와 같은 존재들은 육사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일반 기업내에서도 많은 상사나 선배들은 후배 직원들에게 ‘빈대’나 ‘놀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태는 인간사회의 숙명이다. ▲ [사진=김희철] Carpe Die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렇다면 ‘빈대’나 ‘놀부’에게 시달리는 직장 초년병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년 30만 명 가까운 인원이 군에 입대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조교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하이얀 백지와 같은 신입생들에게 국가관과 인생관을 올바르게 심어주기 위해서 선배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후배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명예심에 가득 찬 군인다운 군인을 만들기 위해 퍼붓는 잔소리와 얼차려 속에 선후배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만든다.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직업군인은 전쟁의 승리를 목적으로 또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훈련을 하기 위한 담금질이라면, 일반 기업체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Risk를 최소화시키면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배와 상급자의 잔소리는 가중되고 신입사원들의 원성도 듣게 된다. 그들에게는 빈대, DDT, ‘놀부’라는 호칭이 붙혀진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허나, 신입생과 하급자에게 퍼부어지는 잔소리와 스트레스는 결정적인 상황 직면시에 보약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잔소리의 주인은 훌륭한 멘토로 재탄생한다.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보약이다. 이 보약은 쓰기 때문에 거부감은 있으나 잘 먹어야 한다. “Carpe Diem(오늘을 즐겨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자주 들었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명심하며 선배들로부터 가해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 업무와 덕행 등을 배우고 닦음을 이르는 말)를 달게 받아먹어야한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오피니언
    2017.02.22 14:3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5) 바보가 된 신입사원(Recruit) 인재들과 ‘직각식사’의 공통점
    ▲ 필자(김희철)의 육군사관학교 입학식 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김희철] 신입사원이 잔심부름에 익숙해지는 바보 인재가 되는 이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100: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Recruit)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인재'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참으로 놀랍다. 필자가 군인공제회에서 2년 동안 선발한 12명의 인재들은 모두 국내 회계사·세무사, 미 CFA, 영 ACCA, 국제 FRM, 증권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건축기사, 도시계획사 등과 같은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한 두개씩 갖고 있었다. 대학 졸업성적도 A급이다. 게다가 SKY대 출신이 4명, 시립대, 한양·홍익·중앙·경희대 등 수도권 대학과 기타 한동대, 영남대 등으로 지방대학교도 명문대이다. 한마디로 스펙, 학벌, 학점의 3박자를 빠짐없이 갖춘 인재들이다. 최종입사는 못했지만 예비합격자 4명도 SKY대 출신들이다. 물론 자격증은 모두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산 너머 더 큰 산이 있다고 하듯이, 인재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에 수행하는 업무를 살펴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각 팀에 배치 받은 이 인재들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까지는 바보가 된다. 그동안 쌓아 온 스팩은 발휘를 못하고 문서전달, 복사, 자료수집, 발표내용 기술 등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업무 관련 토론 시 한마디도 못하는 벙어리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잔심부름에 익숙한 바보 인재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 인재들이 실제로는 바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직장에서 필요한 통과의례이다. ▲ [사진=김희철] 갓 입사한 인재들이 섯부른 판단으로 투자사업을 직접 주도하다가는 선배들이 앞서 겪었던 리스크(Risk)에 대응 못하고 큰 손실을 초래 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선배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단순 심부름을 하는 바보로 전락되는 견습생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본'을 제대로 익힌 신입사원들은 진정한 인재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이 정말 필요한가? 육군사관학교에도 비슷한 풍경이 존재한다. 기초군사훈련(Beast Training)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한 1학년 사관생도들은 1학기 중반까지는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하도록 통제한다. TV예능프로에 부사관학교에서의 직각식사가 방영되자 불필요한 일종의 얼차려(기합)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많았다. 군 간부 초년생의 직각에 관한 개념은 신세대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비합리적인 교육통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 입교 전까지 책상에 구부리고 앉아 공부하던 습관이 배어있는 일부 생도들에게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는 쉽게 숙달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직각 보행과 직각 식사 행동은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인재들을 바보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 생도는 직각보행을 요구받으면서 어떤 시간·장소에서 어떠한 언행을 하더라도 이것이 바른 것인지 맞는 것인지 판단을 못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바보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 (좌측)생도들의 직각식사와 (오른쪽)필자의 육군사관학교 1학년 때 직각보행 모습 [사진=김희철,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통해 항상 휘지 말고 꼿꼿한 심신(心身)을 견지하여 판단이 어려울 때에는 기본에 충실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원칙을 교육한다는 의미가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에는 담겨 있다. 더욱이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은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요구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므로 필요한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세수를 할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얼굴에 물을 묻혔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사람들이 “아니 선생님 어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세수를 하십니까? 그러면 옷이 다 젖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옷이 젖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어디를 봐도 일본땅이니 다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을 따름이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허리를 곧게 펴는 바른 자세와 머리를 비겁하게 조아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직각보행을 통해서 쉽게 지름길로 굽어서 가기보다는 직각과 직선으로 나아가는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한 마음자세를 갖기 위한 일련의 훈련 과정이라 생각한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요즈음 정치·경제 상황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개인과 집단의 이기적 판단이 앞서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여겨진다. 위정자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고사성어이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오피니언
    2017.02.10 14:17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4) 험난한 정의의 길에는 Beast Training이 있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입사 첫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Beast Training(짐승훈련)'이 기다려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각 군 사관학교는 정식입교 한달 전부터 기업체의 신입사원 위크숍 처럼 기초군사훈련을 한다. 3·4학년 생도들을 주축으로 교관편성을 하고 4주 동안 신입생도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군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시키는데, 일명 'Beast Training(짐승훈련)'이라고 불린다. 각자의 성장과정은 상이하겠지만 20년 전후 가정과 학교에서 누적된 사회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로 심신을 정화시킨 뒤, 사관학교에 정식으로 입교하여 자신의 멋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통상 신입생들은 이 기초군사훈련에서 체력부족과 의지박약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가입교 생도”라고도 불리운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대부분 신입생들은 국가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질 각오가 된 상태로 정식 입교식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모 동기생은 입교 첫날은 등록만 하고 정식 입교식에 다시 오는 것으로 알고 슬리퍼를 끌고 등록하려 했다가 급하게 집에 다시 가서 준비를 하고 재입교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입교 첫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 입교안내서를 숙지하고 행동해야한다. ▲ [사진제공=김희철] 벼랑에 떨어진 새끼사자 중 기어올라 온 새끼만 키운다 필자는 절차에 맞춰 등록하고 생활관에 들어서자 하얀 백색줄이 선명한 화이버(철모)를 쓴 군인들이 친절하게 설명하며 사복을 갈아입도록 안내를 해주었다.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 친절하여 마음을 잠시 풀어놓았다. 몸에 잘 맞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입어보는 군복에 신입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군복으로 갈아입고 생활관을 나오자, 그 친절한 백테 화이버의 군인들은 성난 짐승들로 변해있었다.(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선배 생도로 신입생을 지도하는 교관들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처음부터 존대말을 하면서 자상하게 안내하던 모습은 언제그랬냐는 듯 없어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더니 잡아먹을 듯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면서 열과 오를 맞추고 고함지르고… 저녁을 먹고 광장에 집합했다. 당시에도 구타는 불허했으나 양손으로 가슴을 치는 풋싱은 허용이 되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라며 여기서 퍽.. 저기서 퍽.. 가슴에 충격을 못이겨 뒤로 밀리면 의지가 약하다고 힐책을 하니 오히려 앞으로 튕겨 나가도록 버티다보니 가슴이 얼얼할 정도가 되었다. 석양이 떨어지고 칠흑같이 어두워지자 가로등이 켜지면서 사열대에는 사관생도 예복을 입은 선배 생도들이 열을 맞춰 부동자세로 서 있었고, 그 밑에 대열을 갖춰 모여있던 신입생들은 바짝 긴장을 하게 되었다. 가장 높은 것 같은 선배 생도가 매서운 눈매로 내려다보면서 카랑카랑한 쇳소리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해 댄다. “어미사자는 새끼를 벼랑 아래로 떨어뜨린 후, 혼자 힘으로 기어올라 온 새끼 사자만 키운다… 참아라, 참아라, 그리고 또 참아라..!” Beast Training(짐승훈련)에서 살아남는 신입생 만 정식 입교가 가능하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힘든 기초군사훈련을 앞두고 장엄한 분위기에서 선배 생도들의 당부를 들으며 강인한 각오를 다지게 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지성·인격 등이 모두 빠져나간 백지상태가 되다 2월 늦겨울의 눈보라와 삭풍은 볼을 때리고 손발은 꽁꽁 얼지만 등줄기와 이마에 송송 맺히는 땀방울은 추위를 녹여버렸다. 군인이 되기 위한 제식훈련과 집단생활을 위해 열과 오를 맞추고 하는 단체적인 것에만 신경쓰다보니 나 개인은 없었다. 동트기 전 새벽 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문을 차고 들어오는 교관생도의 고함소리에 혼이 나간 몽롱한 상태로 군복을 입고, 침구와 신발들을 정렬한 뒤 광장에 나와 애국가를 제창할 때는 이미 목이 쉬어있었다. 아침 세면시간도 통제해서 비누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집합하여 식당에 가면 처음 해보는 직각식사 때문에 흘린 밥알과 국물이 군복을 적시고, 직각보행을 하다 발을 못 맞추면 연병장을 구르고 선착순을 하다 보니 다리에는 알이 배기고…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는가 싶었는데 피곤함에 기회만 되면 졸고, 계속된 체력단련속에 식사 때만 되면 정신없이 배고픔을 채우다보니 고교시절 지성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것, 심지어 종교생활하며 쌓아온 인격 등은 모두 심신에서 빠져나가고 오직 교관생도들에게 지적을 받지 안으려고 노력하는 잘 훈련된 짐승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 백지가 되어버린 머릿속에 교관생도들은 국가관, 군인관을 심어주고 있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란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끝나 갈 즈음, 신입생도들은 어엿한 군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소총사격, 수류탄 투척, 각개전투…이러한 과정이 지나가면서 신입생도들은 국가가 지금 당장 북한으로 침투해 김일성의 목을 따오라하면 무모하지만 거침없이 달려나갈 마음가짐이 되새김질되며 굳어졌다. 또한 군복과 총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므로 내 생명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것임을 각인시켰다. 교관생도가 소총을 빼앗으려고 하면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소총을 지켰다. 총기 관리를 소홀이하여 빼앗기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매국노로 취급되었으며 엄청난 얼차려(기합)를 받아야 했다. 또한 취침할 때도 껴안고 자야하는 벌을 받기까지 했다. 함께 입소한 신입생도 중에는 이러한 과정들을 너무 힘들어 했고, 멋있게만 보였던 사관생도 생활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 두명씩 탈락하여 집에 가는 생도들이 생겼다. 탈락자가 생기면 동기생을 떠나게 만든 단결심이 결여되어 동기애(同期愛)가 부족하다고 하여 남은 생도들은 또 얼차려(기함)을 받았다. 이때 생사고락을 함께한 관계로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초 군사훈련과 같은 생활관을 함께 했던 동기들은 생명을 나눈 친구처럼 되어있다. 하얀 캔버스 위에 국가(國家)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말로만 외치던 애국(愛國)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서는 이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질 수 있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험란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며 멋있게만 보였던 사관생도가 되려고 왔다가, 1차적 욕구만을 생각할 정도의 짐승(자연적이며 순수해진 동물)으로 변하면서 오히려 진정한 국가관을 갖게 만들었던 Beast Training(짐승훈련) 덕택에 가입교 생도들은 안중근 장군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 각인되어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진정으로 택하게 된 것이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오피니언
    2017.01.13 10:27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3) 채용시험 합격 후 입사준비는 어떻게?
    ▲ 육사 입교 후 생도들은 승마수업을 받는다. 오른쪽은 필자의 육사 1차합격 통지서 ⓒ육군사관학교/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 요즘 세태, 취업에 성공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死)한다? 필자가 육군사관학교 합격 후 보냈던 한 달 정도의 준비기간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그들이 원하던 기업의 공채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은 뒤 입사하기 전까지 어떻게 보냈는지를 조사해보았다. 취준생 중에 취업이 확정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 한다.”는 말이 꼭 맞았다. 주로 같이 취업 준비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 축하와 위로주를 마셨다고 한다.혹, 이미 취업한 친구와는 점심시간에 만나 취업 후 노하우를 듣다가 저녁에는 시험에 탈락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로 매일 계속이었다. 특히 점심미팅 후 저녁까지 짜투리 시간이 애매해 찜질방, 영화관 등으로 시간을 때운 후 저녁모임에 참석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숙취가 남아 고생하였다가 점심미팅에 또 나가는 일정을 반복하다보니 화려한 백수의 과로사(死)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사관학교 합격자 발표는 조간신문에 게재되다.필자는 1977년 1월 6일(목요일) 조간신문에 합격자명단을 보았다. 하루 전날 TV에는 육사·공사 수석 합격자 발표는 있었지만 병무청에도 합격자 명단은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치면서 새벽5시, 6시 라디오 뉴스를 틀어도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헌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때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방문을 두드리며 부산말투로 말씀하셨다.“희철아, 니 합격했데이...”라며 한국일보를 들고 오셨다.신문을 펼쳐보니 주인 아저씨가 내 이름에 파란볼펜으로 네모를 그려 넣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과 친지들의 기대서렸던 얼굴들이 스쳐갔다. 또 1차 필기시험 전날 학교 운동장 스탠드로 불러내어 큰 엿을 주면서 합격을 기원했던 고3짝꿍 친구 일성이 얼굴도 떠올랐다.그런데 걱정이 또 생겼다.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약속을 못 지킨 학생이 '수제자' 되다담임선생님이 육사시험 응시를 허락하실 때 조건을 서울대학교 미술대 원서를 내고 응시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당연히 대학 입시원서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교실에 모여 있던 동창들은 모두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대입시험의 지옥 속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과의 약속보다는 합격한 육사에 들어가 그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 싶었다.헌데 교실에 들어오신 담임선생님(故이경은)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당해년도 입시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필자에게 “오, 수제자 왔어!…” 하시면서 육사응시 전 약속했던 것을 잠깐 잊어버리시고 즐거워하시는 것이 아닌가?필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학입시원서를 몰래 꾸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선생님과 약속을 어긴 학생이 졸지에 “수제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 필자는 육사합격 후 교회선생님의 조언으로 세브란스병원 재활원에서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가장 보람 있고 유익한 입사 준비는 무엇인가?음주가무보다는 봉사활동과 사전지식 구축에 힘써야그해 1월 31일(월요일)이 육사에 입교하는 날이고 그때부터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신병교육)을 받는다는 통지가 왔다. 합격자 발표 후 입교까지는 25일간의 시간이 있었다.요즈음 기업에서도 채용발표 후 짧게는 3일에서 약 한달 가까이 입사준비기간이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입사 후 적응시간을 단축시키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키우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필자는 교회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교회선생님은 사회공헌 봉사활동을 추천해 주셨고 세브란스병원 재활원까지 동행하여 수간호사를 소개시켜주셨다.그때부터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전신마비가 되어 손발은 따로 놀아 걷지 못하고 굴러다니면서도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웃는 이성우가 내가 도와줄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물리치료 받을 때 보좌를 하며 책을 읽어주고, 식사시간에 밥을 먹여주고, 세수도 시켜주며 같이 놀아주는 것을 통해 그들이 위로를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자신에 안식과 보람이 차고 넘치며 엔돌핀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오줌을 싸고 옷에 똥을 지릴 때에는 직접 갈아입혀야 한다. 처음에는 속이 불편해 구역질을 느꼈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자 능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앞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하여 어떤 힘든 훈련을 받더라도 재활원 친구들을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지가 멀쩡한 내 자신에 대해 신(神)께 감사드렸다.요즘 취준생이 합격이 되면 그 즐거움에 입사 전까지 화려한 박수로 과로사 직전까지 간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과로가 '음주가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봉사활동'과 입사할 회사의 정보를 미리 알고 '사전 지식'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때, 보람 있는 입사준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즉 입사 준비 기간은 정신무장과 직무지식으로 사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먼저 이겨놓고 싸운다손자병법 군형(軍形) 편에 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이라고 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해놓고 나서 승리를 구하려고 한다는 뜻이다.채용시험 합격 후 활용할 수 있는 입사준비기간은 그 회사원으로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취준생으로 힘들게 버티다가 얻은 취업의 기회를 자신의 취약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어공부, 체력단련, 혹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정신무장 등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하는 직장인이 될 것이다.많은 취준생들에게 선승구전(先勝求戰)을 기대해본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안보팩트 발행인
    • 밀리터리
    2017.01.12 21:2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2)면접시험에는 ‘정답’이 없다
    ▲ 면접시험장 ⓒ뉴스투데이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발행인)신입사원 채용 면접 시 명문대·자격증 등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현재의 모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발굴 채용하는 것이 회사 미래와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대학생들은 '인재의 객관적 조건'으로 생각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늦추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해외연수를 택한다.필자가 소속된 군인공제회는 6년 전부터 매년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기 시작했다. ‘15년 신입사원 공채 시에는 5명 선발에 523명이 지원하여 104.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6년에도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채5기가 선발되었다.많은 지원자를 모두 면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각 대학별로 1~5명씩 학교 성적 등을 참고로 컴퓨터로 돌려서 뽑았다. 이렇게 뽑힌 사람들을 다시 서류로 심사하여 5배수 정도로 압축시켰다. 이때까지는 스펙이 필요했다. 졸업성적도 B+ 이상이 되는 지원자들로 추렸다. 1차 면접은 본부장·팀장급이 심사위원이었다.면접에 나온 서류전형 합격자들은 공인회계사, 건축 및 토목 기사에 토익은 850점 이상 등과 같은 탁월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각 학교에서 1명씩 뽑았으니 지방대 출신이라도 그 능력은 탁월했다.허나 면접을 하면서 우열이 가려졌다.명문대 출신의 교만은 패착, '절실함'이 면접위원 마음 사로잡아가장 중요한 것은 “절실한 사람”이었다.보통 다섯 번 이상 채용시험에 응시했던 지원자들이라 자기소개시간에 발표는 흠잡을 때가 없었다.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SKY 출신들의 자세에서는 우월의식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으나,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자신을 채용할 것이라는 교만감은 패착이었다.모든 기업은 애사심(愛社心)을 갖고 회사를 위해 평생을 함께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공채 1~3기는 주로 명문대 출신위주로 선발했으나, 결국 2~3년 경력을 쌓고는 다른 업체로 옮겨갔다. 그래서 “절실한 사람”이 훌륭한 스펙을 갖고 있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다.2.5배수로 압축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2차 면접이 시작되었다.회사의 이사들과 기조실장이 심사위원이었다. 2차에서 놀라운 것은 1차 면접 시 우수한 지원자가 의외의 실망스런 성적이 된다는 것이다.요즈음 면접요령을 교육시키는 학원과정이 많이 생기다보니 1차 면접 시에는 연습한대로 능숙하게 하다가 2차 면접에는 교육받은 내용이 아닌 다른 것을 질문하니 당황하여 실수하는 지원자가 생겼다. 반면 오히려 2차 면접 시 소신있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지원자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면접시험에는 정답이 없다.그동안 공부하고 평소 가진 소견을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이 있고 신뢰를 받을 수가 있었다. ▲ 체력측정 시험장 ⓒ뉴스투데이 체력이 약했던 필자, 목표에 대한 절박감으로 육사 체력측정 시험 통과필자는 육사입학시험에서 체력이 가장 걱정이었다.여름방학 때 종로의 육사전담학원에서 공부한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해 10월 서울 청량리공고에서 필기시험을 볼 때 한 교실에 40명 씩 시험을 봤으나 최종합격자는 2명 뿐이었다.필기시험 하루 전날, 학교수업 휴식시간에 짝꿍이었던 이일성(현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이 교실 밖으로 불러냈다. 나보고 뒤로 돌라고 했는데 부시럭 소리가 나더니 접시만한 엿을 주면서 비어먹으라고 했다. 소중한 짝꿍의 합격기원이었다.1차 필기시험을 치루고 필자는 체력보강을 위해 매일 새벽에 남산을 올랐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려면 체력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되씹으며 남산계단을 뛰어올랐다.충정로 미동초교 옆에서 셋방살이를 했으니 남산까지의 왕복은 2시간이 족히 걸렸으나 육사합격이란 목표는 악과 깡을 배양시켜주었다.체력측정 시 월등한 체력은 아니었지만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고 드디어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다.육사 골키퍼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소신 답변'도 면접 합격국가관과 인생관에 대한 건전한 사고와 심성을 갖고 있는지 성격에 결함은 없는지와 같은 질문이었고 별로 어려움도 없었다.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은 미리 준비하고 있어서 이순신과 나폴레옹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 했다.훗날 육사에 합격한 동기생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기도 했다.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 동기생은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현재 육사에 재학 중인 김봉환 생도입니다”라는 대답을 했는데 면접 채점관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그 친구는 축구를 너무도 좋아했는데 삼사체육대회 시 육사 축구부의 골키퍼로서 육사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김봉환 생도를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친구도 육사에 거뜬하게 합격했다.면접시험관들은 지원자의 사상적 결함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지만 소신과 자신감으로 똑바로 대답하는 자에게 신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면접시험을 대비해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자기생각을 정리해놓는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면접에는 정답이 없다.취준생을 위한 한 마디 조언,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나온다"군인공제회는 회사 여건상 서류심사 후, 2번의 면접을 치루는 채용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등 대기업 대부분은 3번 이상의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고 한다.따라서 직업군인을 포함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몇 가지 참고사항을 정리해 보았다.첫째, 회사는 훌륭한 스펙을 가진 사람보다는 회사에 오랫동안 기여할 사람을 선호한다. 따라서 서울에 있는 일류 명문대보다는 오히려 지방대출신의 우수한 자가 절실하게 입사를 희망할 때 유리할 수 있다.둘째, 말을 잘하는 달변가보다는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진실을 말하는 지원자가 유리하다. 소신과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자칫 교만해보이고, 더 좋은 여건이 생기면 거침없이 전직할 사람으로 느껴져 신뢰감이 상실될 수 있다. 잘 모르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개인의 소견을 진실되게 이야기해야 한다.셋째,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평소부터 근면하게 공부하여 어느 정도 성적도 유지해야 하고, 독서량을 늘려 인문학쪽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면접관의 전혀 의도하지 않는 질문이 나오더라도 나름대로의 논리도 갖고 있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고, 일단 서류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성적도 중요하다. 육사 2차 시험(면접, 체력측정)을 치루더라도 결국 필기시험과 예비고사(現수능) 성적의 우열이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기타 자격증 등의 스펙은 없는 것보다는 더 유리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사자성어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이다. 어떤 회사던 인재선발에서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능력과 인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직장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그래서 면접시험에는 정답이 없다. 오직 최선을 다할 뿐이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주요 저서 및 연구-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밀리터리
    2017.01.09 21:19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1)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하다
    ▲ 필자(김희철)의 육군사관학교 생도시절 모습 고등학교에서는 전공학과보다 대학교 브랜드가 중요하다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16년도 어김없이 11월 17일에 대학입시 수능시험이 치루어졌다. 수시로 대학입학이 확정되는 것도 수능점수가 결정적이다. 아무리 내신 성적이 좋아도 수능점수가 나쁘면 대학입학은 어려워진다. 나는 말도 많은 58년 개띠로 격동의 세월 현장에 항상 있었다. 58년 개띠부터 전국 최초로 중학교 입시도 시험에서 추첨제로 바뀌었고, 고등학교 입시도 소위 뺑뺑이 추천제로 바뀌었다. 오늘날 수학능력평가처럼 그때에도 대학입시 예비고사(연합고사)가 있었다. 당시 학생들의 적성과 희망직업에 대한 고려는 고등학교 입시를 담당한 선생님들에게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전국의 많은 고등학교 중에서 소위 SKY대학을 몇 명이나 합격시켰느냐가 고등학교의 수준을 말해주는 척도였다. 명문대학이라면 비인기 학과 또는 농업·예능계열을 가리지 않았다. 조금만 가능성이 있으면 학교에서 권했다. 지원학과 선택에 있어 개인의 특성은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특히 미술과 음악, 체육 분야에 재주가 있고 성적이 조금 높은 학생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당해 연도에 서울대, 연대, 고대 등에 한명이라도 더 합격시키는 것이 고등학교 선생님, 학생, 그리고 부모들의 목표였다. 설명회에 나온 육사 생도 선배의 '군인관'에 홀린 듯 매료돼 그런 시대 풍조에 젖은 학생이었던 나는 고교 3학년 어느 날에 인생을 결정짓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날의 경험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의 느낌과 열정은 바로 직업으로서의 군인에 대한 글을 쓰고자하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이 글이 청소년과 청년들, 나아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도 꿈을 주기를 소망한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매년 생도들을 출신고등학교에 설명회를 가짐으로써 우수한 재원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운명의 날에도 육사에 입교한 선배 생도가 학교강당을 빌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의 손에 끌려 강당 한 귀퉁이에 앉아 선배의 열띤 설명을 들었었다. 눈동자가 보일 듯 말듯 눌러 쓴 사관생도 모자 밑의 생도 얼굴에서는 힘차고 차분하게 터져나오는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는 입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가슴에 꽉 꽂히는 말이 들렸다. “사관생도 신조... 하나, 나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였다. 후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명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 그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사실 그 때만 하더라도 군인 그것도 육군사관학교 생도 하면 좀 더 근육질에 우락부락하고 키도 크며 만능 스포츠맨 같은 전투적인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선배님, 저같은 사람도 사관학교에 갈 수 있어요?”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자 선배생도(육사35기 조정)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며 못마땅한 듯 툭 말을 던졌다. “자네는 공부 좀 하나?” 개인적으로 찾아간 육사 생도 선배는 의외로 냉담한 반응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의 길을 강조했던 선배 입에서 의외의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 예~, 성적은 조금 괜찮아서 지금 학교 특수반에 포함되어 대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우선은 공부를 잘해서 연·고대 수준이 돼야 1차 합격할 수 있고, 그 다음은 체력이 좋아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자네도 가능해…” 기대하지도 않고 있다는 듯 대답을 하고 떠났다. 담임선생님은 특수반(성적 우수학생들만 따로 모아 일과 후에도 보충수업을 시키는 학급)에다 그림도 잘 그리니 서울대학교 미대를 갈 준비를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나도 별뜻없이 순종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였다. 그런데 육사에 입교한 선배 생도의 이 한마디에 선생님의 조언은 점점 희미해졌다. "어차피 한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그 선배처럼 직업군인의 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이런 상념을 하면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편안하고 평범한 삶을 택하는 길보다 험난한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몇 일 뒤, 담임선생님께 육사시험에 응시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인생은 Birth(출생)과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 삶이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가는 생(生)이라고 했다. 언제나 누구에게도 아슬아슬하게 외나무다리 고비를 넘어가며 죽음의 문으로 다가간다. 지옥의 세계 속에서 희망의 빛을 쫓아 시간을 쪼개며 살아가는 고3 시기는 더 많은 리스크(Risk)와 유혹 그리고 장애가 버티고 있는 과정의 시간이다. 육사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은 담임선생님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면서 단호하게 반대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가면 얼마나 너의 인생이 멋지겠느냐. 실현 예술가로서 명성도 얻으면 삶의 희망이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나를 설득했다. 선생님은 육사지원서 작성은 불가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간신히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선생님은 학업성적 평가 차원에서 육사시험에는 응시하되 합격여부를 떠나서 서울대 미술대학은 반드시 응시하여 시험을 봐야한다는 조건이었다. 아무튼 조건부라도 육사시험원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내었다. 그 당시 가정 형편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강원도 원주의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아버지에게 학비가 많이 들어가는 미술대학 뒷바라지를 부탁하는 것도 사실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평택에, 필자는 서울 충정로 셋방에서 세집살림 하기에도 아버님 봉급 가지고는 빠듯한 생활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육사로 목표를 정했다. 여름방학 때 종로의 사관학교입시 전담학원에 등록했다. 마침 그 학원에는 동창생 3명이 사관학교를 목표로 함께 수업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그해 10월 육사시험에 응시했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해서…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오피니언
    2017.01.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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