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삼성SDS가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투자를 현재의 2배로 늘리는 동시에, 설계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DBO(Design·Build·Operate) 사업을 통해 글로벌 AI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2022년 글로벌 물류 운임 폭등에 힘입어 17조 원이라는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운임이 정상화되면서 13조 원대에 머무는 ‘성장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조 92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성장했다. 하지만 내실은 달랐다.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15.4% 성장한 2조 6802억 원을 달성하며 IT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삼성SDS가 ‘덩치’를 키우는 물류 중심에서 ‘수익’을 내는 AI·클라우드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SDS는 성장 전략으로 데이터센터 DB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DBO는 고객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설계(Design), 구축(Build), 운영(Operate)을 맡기는 고부가가치 모델이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에퀴닉스(Equinix),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등 전문 운영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와 건설사들이 가세하며 2027년까지 약 8조 원 규모의 성장이 점쳐지는 블루오션이다. 삼성SDS는 이미 DBO 전담 사업조직 구성을 마쳤다. 국내 최고 수준의 운영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호준 삼성SDS 부사장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자본 투입 부담은 적고 사업 확장성은 높은 DBO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며 “국가 AI 컴퓨팅센터 프로젝트 등을 기점으로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카드는 인프라부터 플랫폼, 솔루션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의 가속화다. 삼성SDS는 단순히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경쟁력을 전방위로 강화한다. 먼저 인프라 영역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B300 기반 고성능 GPU 서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 이를 통해 기업 고객들에게 초고성능 연산 자원을 대여하는 '서비스형 GPU(GPUaaS)'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S는 올해 계획된 약 5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 중 상당 부분을 이 최신 서버 구매와 AI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인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도 속도를 낸다. 최근 기술심사를 통과하고 금융심사 단계에 진입한 이 사업은 전남 해남 부지에 GPU 5만 장 규모의 초대형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오는 7월 착공해 2028년에서 2029년 사이 정식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SDS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10% 상향한 주당 3190원으로 결정하며 '고배당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했다. 삼성SDS의 이번 행보는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DBO와 AI 풀스택이라는 정교한 칼날을 갈아온 삼성SDS가 2026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시큐리티팩트=김효진 기자] 2026년 현재, 베이징과 우한, 충칭 등 중국 일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자율주행 택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차량 측면에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브랜드 '아폴로 고(Apollo Go)' 로고가 붙어 있다. 앱으로 호출해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은 지정된 구역 안에서 스스로 움직인다. 이 장면이 중국 전역의 일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폴로 고는 정부 허가를 받은 특정 도시·특정 구역에서만 상용 운행 중이며, 기상이나 교통 여건에 따라 원격 관제 인력이 개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는 중국 자율주행 산업이 실험 단계를 넘어 현실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 리옌훙(Robin Li, 李彦宏)이 있다. 바이두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서구권이 오픈AI·구글·메타를 축으로 범용 AI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중국이라는 단일 언어·단일 규제 환경을 전제로 한 다른 경로를 택했다. '중국의 구글'에서 AI 기업으로 전환 리옌훙은 2000년 바이두를 공동 창업한 뒤, 중국 검색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왔다. 2000년대 중반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바이두는 사실상 중국 내 검색의 기본값이 됐다. 그러나 그는 검색 광고 중심의 사업 모델이 영원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러 공개 발언에서 리옌훙은 "검색은 결국 사용자를 대신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 인식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바이두의 연구개발 방향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바이두는 매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AI 연구에 재투자하며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중국 내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그 결과물이 2023년 공개된 대형 언어 모델 기반 서비스 '어니봇(ERNIE Bot, 文心一言)'이다. 2026년 현재 어니봇은 검색, 문서 요약, 업무 자동화, 개발 보조 등 다양한 서비스에 통합돼 있다. 다만 이를 '국가 운영을 통제하는 AI OS'로 부르는 것은 과도한 해석에 가깝다. 실제 모습은 바이두의 핵심 AI 플랫폼에 가깝다. 중국의 폐쇄적 데이터 환경이 만든 경쟁력 리옌훙 전략의 핵심은 개방보다 집중이다. 중국의 인터넷 환경은 해외 플랫폼 접근이 제한되고, 소수 대형 플랫폼에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환경에서 바이두는 검색, 지도, 클라우드, 자율주행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중국어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서구권 AI 기업들이 다국어·다문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용성을 추구한다면, 바이두의 AI는 중국어의 언어 구조, 중국 사용자 행동 패턴, 그리고 규제 환경에 맞춰 설계돼 있다. 이는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목표의 차이에 가깝다. 리옌훙이 내부 행사에서 언급한 '데이터 주권' 개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데이터를 기업의 자산이자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본다. 중국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중국 기술 발전에 쓰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아폴로 프로젝트, 도로 위에서 축적되는 학습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Apollo)'는 리옌훙의 장기 전략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바이두는 차량 판매보다, 차량이 만들어내는 주행 데이터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아폴로 고 차량은 주행 과정에서 도로 구조, 교통 흐름, 보행자 움직임, 날씨에 따른 주행 패턴을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선뿐 아니라 AI의 공간 인식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월드 모델(World Model)' 구축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다만 바이두는 공식적으로 이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물리적 환경 이해를 강화하는 데이터 기반 학습이라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과 현실적 연결 바이두의 데이터 센터와 자율주행 인프라는 대규모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발생하며, 한국 기업들이 주요 공급처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자율주행 차량에 한국산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식의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실제 공급 구조는 프로젝트와 세대별로 다르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AI 칩 '쿤룬(Kunlun)'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반도체 업계는 단기 수요와 중장기 기술 독립이라는 두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통제와 혁신 사이, 국제 사회 엇갈린 평가 리옌훙과 바이두의 AI 전략은 국제 사회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데이터 활용 방식과 AI 규제 체계는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반면,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하나다. 리옌훙은 중국이라는 제도·시장 환경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의 전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서구 모델을 따라잡기보다는 다른 궤도를 선택한 결과다. 리옌홍이 설계한 중국 AI는 진화 중 리옌훙은 기술 이상주의자라기보다 환경을 읽는 현실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지정학적 갈등과 규제를 위기가 아닌, 설계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2026년 현재 바이두의 AI가 글로벌 표준을 주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는 실사용과 인프라 측면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리옌훙이 설계한 이 '성벽'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서 중국의 AI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기술 산업을 관통해온 인공지능(AI)은 주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26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는 분명한 변곡점을 보여줬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 개념이 아니라, 기계·디바이스·공간에 물리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CES에서 쏟아진 수천 종의 신제품 가운데 핵심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술이 실제 제품과 사용 경험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PCMAG는 19일(현지 시각) CES 2026이 드러낸 IT 산업의 주요 흐름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물리적 AI'라는 화두… 개념에서 적용 단계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기조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물리적 AI(Physical AI)'는 이번 전시회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중심의 AI가 로봇, 자율주행, 산업 설비 등 현실 세계의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하는 흐름을 뜻한다. 전시장에 등장한 산업용 로봇들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센서와 AI 모델을 결합해 작업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수준까지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다만 아직은 제한된 시나리오 내에서의 자율성에 가깝고, 완전한 범용 판단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가정용 로봇 역시 '동반자'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됐지만, 실제로는 음성·표정 인식과 간단한 상호작용을 결합한 초기 단계에 머문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젠슨 황이 언급한 '개인이 로봇을 맞춤 설계하는 시대'는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 가깝다. 디스플레이, OLED 이후를 둘러싼 경쟁 재점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OLED·미니 LED 이후를 겨냥한 기술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RGB LED 계열이다. RGB LED는 백라이트에서 색을 합성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각 화소 단위에서 색을 직접 제어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하이센스가 공개한 116UXS는 'RGB 미니 LED evo'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이는 완전한 마이크로 LED와는 다른 과도기적 기술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색 재현력과 밝기에서는 진전을 보였으나, 생산 단가와 수율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과 LG는 마이크로 LED 기술을 지속적으로 전시하며 장기 로드맵을 강조했고, TCL은 '슈퍼 퀀텀닷(SQD) 미니 LED'라는 독자적 개선 기술을 앞세웠다. LG가 선보인 초박형 TV 콘셉트는 화질 경쟁보다 거실 공간과 결합되는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Wi-Fi 8, 속도보다 '안정성'을 향한 진화 무선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아직 Wi-Fi 7이 본격 보급 단계에 진입하지도 않았지만, CES 현장에서는 이미 차세대 표준인 Wi-Fi 8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Wi-Fi 8은 현재로서는 표준 초안 단계(early discussion phase)에 가깝고, 전송 속도의 급격한 향상보다는 지연 시간 감소, 다중 기기 연결 안정성, 혼잡 환경에서의 효율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에이수스가 공개한 ROG 네오코어는 실제 상용 제품이라기보다는 기술 데모 성격의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브로드컴과 미디어텍이 언급한 차세대 칩셋 역시 명확한 상용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Wi-Fi 8 생태계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노트북 칩 시장, AI 연산을 둘러싼 3자 경쟁 반도체 분야에서는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둘러싼 인텔·AMD·퀄컴 간 경쟁이 한층 더 분명해졌다. 공통 키워드는 '온디바이스 AI'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후속 제품을 통해 NPU 성능 강화를 강조했지만, '80 TOPS' 수치는 이론적 최대 성능 기준이라는 점에서 실제 체감 성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저전력 환경에서의 AI 처리 능력은 여전히 퀄컴의 강점으로 꼽힌다. AMD는 3D V-캐시 기반 게이밍 성능과 AI 가속을 병행하는 전략을, 인텔은 고성능·고효율 아키텍처를 혼합한 차세대 코어 울트라 라인업을 통해 반격을 노리고 있다. CES 2026은 승자를 가르기보다는 전선이 더욱 넓어졌음을 보여준 자리에 가까웠다. 스마트폰, 폼팩터 실험 확산… '표준'은 아직 없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기존 슬랩형 디자인을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폴더블과 트라이폴드 콘셉트는 더 이상 실험적 전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을 염두에 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을 넘어, 기기의 물리적 형태와 사용 방식을 뜻하는 '폼팩터'를 둘러싼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이 공개한 트라이폴드 콘셉트는 아직 상용 제품이라기보다는 기술력 과시의 성격이 강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허물려는 의도는 분명했다. 모토로라의 스타일러스 지원 폴더블 역시 틈새 수요를 겨냥한 실용성 강화 사례로 볼 수 있다. 애플이 여전히 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안드로이드 진영은 표준을 정하기 전까지 가능한 모든 형태를 시험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CES 2026은 '혁명적 신기술'보다는 기술이 실제 제품과 경험으로 구현되기 시작한 현장이었다. AI는 이제 알고리즘이 아니라, 기계·디스플레이·네트워크·폼팩터에 스며드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 다만 많은 기술이 여전히 과도기 단계에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남아 있다. CES 2026은 미래를 확정한 자리가 아니라, 방향을 드러낸 자리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2차 단계에 진출할 3개 정예팀을 확정했다. 선정된 팀은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다. 이들은 향후 정부의 GPU 클러스터 및 데이터 지원을 받으며 기술 고도화를 이어가게 된다. 이번 평가는 인공지능(AI) 모델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평가, 기술력과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전문가 평가, 그리고 현장 활용성을 보는 △사용자 평가 등 세 가지 부문으로 진행되었다. 평가 결과 LG AI연구원이 전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도 기준치를 상회하는 성적으로 통과했다. 반면, 초기 정예팀으로 활동했던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2차 진출 명단에서 제외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프로젝트의 핵심 전제인 ‘독자성’ 충족 여부였다. 정부는 본 프로젝트의 목적을 해외 모델의 미세조정(파인튜닝)을 넘어선 원천 기술 확보로 규정하고, 모델 설계부터 사전 학습까지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전문가 평가위원회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모델이 비디오 및 오디오 인코더 개발 과정에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의 가중치(Weight)를 활용한 점을 지적했다. 가중치를 초기화(Zero-init)한 상태에서 학습을 시작해 자체적인 가중치를 형성해야 한다는 독자 모델의 기술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에 활용될 AI 모델이 외부 기술에 종속되거나 통제받지 않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엄격히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위해 1개 정예팀을 추가로 선정하는 재공모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1차 탈락팀을 포함해 예선 참가팀 등 모든 탈락 팀에 기회를 다시 부여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가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카카오 역시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요 기업들의 불참 선언이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평가 탈락 이후 제기될 수 있는 기업 이미지 하락과 주가 변동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또한 이미 정부 지원을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린 기존 진출 팀들과의 경쟁 환경이 공정하게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불참 배경으로 거론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오픈소스 트렌드와는 별개로 대한민국만의 독자적인 AI 원천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프로젝트의 외연 확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1개 팀을 추가 선정하여 총 4개 팀 체제로 2차 단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2027년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K-AI 정예팀’ 2곳을 확정하게 된다. 국가 역량이 집중된 이번 프로젝트가 주요 플레이어들의 이탈 속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독자 모델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 CNS CEO 현신균 사장(오른쪽)과 차바이오그룹 차원태 부회장이 14일 열린 지분 투자 및 AX·DX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LG CNS가 차바이오그룹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한다. 차바이오텍에 대한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양사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결합한 AI 기반 의료 서비스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 CNS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차바이오텍과 1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 및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현신균 LG CNS CEO와 차원태 차바이오그룹 부회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정기 협의체를 구성하고 단계별 DX(디지털 전환) 사업을 진행한다. 우선 LG CNS는 차바이오그룹 내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과 스마트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그룹 내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AI 기술을 치료제 생산 공정에 적용해 공정 최적화와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특화 AI 모델을 활용한 ‘커넥티드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동 사업화한다. 병원, 주거지,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수집된 건강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이상 징후 시 의료진 연결과 응급 대응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LG CNS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특화 sLLM(소형언어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의료 데이터뿐만 아니라 유전자 및 생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현이 핵심이다. 양사는 차바이오그룹이 보유한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해외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플랫폼 운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관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차바이오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AI와 데이터 기반의 헬스케어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교환하러 가는 Walker S2의 모습/사진=유비테크 [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의 전유물을 넘어 '실물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중국 유비테크(UBTECH)가 선보인 최신형 산업용 휴머노이드 ‘Walker S2’가 있다. 최근 유비테크가 공개한 행보를 보면 로봇 상용화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제조 현장의 ‘가동 효율’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집중하며 대량 납품의 문을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유비테크는 최근 자사 공식 채널을 통해 Walker S2 수백 대가 파트너사로 납품되는 대규모 출하 현장을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십 대 수준의 실증 테스트를 넘어 수백 대 단위로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물량은 이미 조립 라인 인력 수요가 높은 주요 파트너사에 전달되었다. 2025년 말까지 총 500대 공급을 완료하고 곧 1000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휴머노이드가 '전시용'에서 '실질적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비테크 워커 시리즈의 누적 수주액은 이미 11억 위안(약 2000억 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Walker S2가 산업계의 선택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배터리 자율 교체(Hot-swap)’ 기술에 있다. 기존 로봇들이 충전을 위해 수 시간 동안 가동을 멈춰야 했던 것과 달리, Walker S2는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단 3분 만에 배터리를 교체한다. 이 '무중단 운영' 시스템은 24시간 풀 가동되는 제조 공정에서 로봇 도입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해주었다. 실제로 BYD, 지리자동차, FAW-폭스바겐, 아우디-FAW, 폭스콘 등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생산 라인에 투입되어 전장품 테스트와 정밀 조립 업무를 수행하며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유비테크의 야심은 공장 담장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유비테크는 약 3700만 달러(약 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통해 중국-베트남 국경 지대에 Walker S2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들은 국경 검문소에서 여행자 안내, 순찰, 물류 검사 등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를 보조하며 공공 안전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경쟁사 대비 유비테크의 속도전은 독보적이다. 타사들이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는 연구용 모델 생산에 머물러 있는 동안, 유비테크는 주요 부품의 제작 방식을 기존 CNC(정밀 가공)에서 금형 제조(Injection Molding) 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금형 방식은 초기 투자비는 높지만 대량 생산 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2026년 연간 5000대, 2027년에는 1만 대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하드웨어만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Walker S2는 수백 대의 로봇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BrainNet 2.0’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개별 로봇의 한계를 넘어서는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의 핵심이다.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AI를 결합한 이 ‘슈퍼 브레인’ 구조를 통해 로봇들은 서로의 위치와 작업 상태를 공유한다. 장애물이 발생할 경우 즉각 작업을 분담하거나 경로를 재구성하여 공정 전체의 효율을 최적화한다. Walker S2는 ‘얼마나 사람과 닮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 대신, ‘어떻게 현장의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라는 실리적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기술적 화려함보다 실용적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고 수주 잔고로 그 가치를 증명한 유비테크가 향후 휴머노이드 시장의 거대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