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상규 기자] IT, 인터넷, 통신사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이 의료에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 애플, MS 등 글로벌 기업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AI 원격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애플은 AI 웨어러블 기기로 심전도, 혈당 수치 등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한다. MS는 음성인식기술 기업 뉘앙스를 인수하고 의료상담 서비스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의료 분야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최신 ICT를 결합한 미래형 종합의료서비스다.
이들 기업이 앞다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0조원(1520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오는 2027년엔 603조원(508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더존비즈온은 한림대학교와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수행 및 디지털 헬스케어·I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더존비즈온의 기술력과 한림대가 지닌 의료 분야 네트워크와 데이터, 연구·실무 분야 노하우를 접목한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활동을 추진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재교육에 나선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정부과제에 상호 협력하고 공동과제도 발굴해 함께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강원도 정밀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비롯해 원격의료 솔루션 개발 등 점차 고도화하는 의료 서비스 환경에 대비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KT는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래가치추진실에 '디지털&바이오헬스 P-TF'를 신설했다. 최근엔 미국의 전자약 개발회사 '뉴로시그마(NeuroSigma)'의 시리즈 A단계에 500만 달러(한화 약 60억원)를 투자했다.
뉴로시그마는 약물이 아닌 전자패치를 통해 뇌 신경을 자극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뇌전증 등의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전문 업체이다. 지난 2019년 신경정신질환 치료 전자약 '모나크 eTNS를 개발해 약물 외 치료대안으로서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전자약이 시장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기존의 ADHD 치료 약물들은 중추신경자극제로 두통, 불안, 중독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eTNS 전자약은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경미(식욕증가, 피부자극)하며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돼, 기존 신경정신질환 치료 약물의 대체제를 찾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케어에이트 DNA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초에는 불면증과 요요 가능성, 근육발달 능력 등도 확인할 수 있도록 검사 항목을 기존 29종에서 60종으로 2배까지 늘렸다. 이용자는 분야별 전문가로부터 일대 일 상담을 받거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식이ㆍ운동 프로그램도 제안받을 수 있다.
인터넷 강자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케어텍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하고,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도 아이크로진과 사운드짐, 엔서, 휴레이포지티브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4곳에 투자했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나군호 소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은 "미래병원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선 카카오는 지난 2일 헬스케어 CIC를 설립하고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CIC 대표로 내정했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 현대중공업지주와 합작법인(JV)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의료 빅데이터 업체 휴먼스케이프 지분 20%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플랫폼 ‘레어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레어노트는 환자들로부터 유전체 정보를 받고 이들이 건강 상태를 꾸준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 밖에 LG CNS는 GC녹십자헬스케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 SK C&C는 GC녹십자홀딩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