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세계적 IT 기업 오라클(Oracle)이 오래된 1세대 서버와 관련된 심각한 데이터 유출 사고를 인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사이버시큐리리티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최근 몇 주 사이 오라클이 공개한 두 번째 사이버 보안 사고로, 회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보안과 고객의 소중한 데이터를 지키는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20일, 해킹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브리치포럼(Breachforums)에 'rose87168'이라는 익명의 해커가 처음으로 알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자신을 공격 주체라고 주장하는 이 해커는 약 600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기록을 손에 넣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사용자 이름, 이메일 주소는 물론 암호화된 비밀번호, SSO(Single Sign-On, 한 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서비스 이용 가능) 및 LDAP(Lightweight Directory Access Protocol, 사용자 정보 관리 프로토콜) 정보와 같은 민감한 인증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격자는 JKS(Java KeyStore, 자바 암호 키 저장소) 파일과 엔터프라이즈 매니저(Enterprise Manager) JPS 키까지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완전한 형태의 개인 식별 정보(PII)는 노출되지 않았지만, 오라클 측은 유출된 데이터가 약 16개월 전의 정보라고 밝혔다.
이번 침해 사고는 공격자가 2020년에 발견된 자바(Java)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악용하여 오라클의 IDM(Identity Manager, 계정 및 접근 권한 관리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침투, 웹 셸(Web Shell, 웹 서버를 통해 악성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악성 코드)과 멀웨어(Malware,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으면서 발생했다. 공격자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2025년 1월부터 이미 시스템에 접근 권한을 확보했으며, 오라클이 내부 조사를 시작한 2월 말까지는 감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오라클은 즉시 영향을 받은 고객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1세대 서버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회사 측은 최신 2세대 서버는 이번 공격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기본적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라클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인 사이벨엔젤(CybelAngel)은 오라클이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을 인정했으며, 오래된 시스템에 대한 무단 접근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라클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데이터 유출 사고의 배후로 지목된 해커 'rose87168'은 2025년 3월에 계정이 생성된 것으로 보아 사이버 범죄 세계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인물로 추정된다. 그의 주된 목적은 오라클에 2천만 달러(한화 약 28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보아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는 훔친 데이터를 제로데이 익스플로잇(Zero-day Exploit, 아직 제조사나 개발자가 알지 못하는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정보와 교환할 의향을 내비치기도 해, 단순한 금전적 목적 외에 더 광범위한 범죄 계획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격자는 유출된 데이터의 일부 증거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샘플 데이터베이스와 LDAP 계정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안 연구원들은 이 데이터 일부를 검증하여 실제로 침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확인했다.
유명 보안 전문가인 케빈 보몬트(Kevin Beaumont)는 "검증을 위해 언론에 공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고객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과 관련된 오라클에서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100%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1세대 서버 침해 사고는 최근 미국 의료 기관의 환자 데이터가 유출된 오라클 헬스(Oracle Health)의 오래된 서너(Cerner) 서버와 관련된 또 다른 사이버 보안 사고에 이은 것이다. 오라클 측은 이 두 사건이 서로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발생한 보안 문제로 인해 회사의 전반적인 보안 태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1세대 서버 침해 사고는 최신 클라우드 인프라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은 오래된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취약점이 더욱 심각하게 악용될 경우, 기업 보안은 물론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체에 걸쳐 연쇄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라클의 이번 대응은 대기업들이 오래된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오라클은 영향을 받은 고객들에게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더욱 강력한 보안 조치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