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중국 국적자들이 러시아 군사 장비를 불법적으로 빼돌리려는 시도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러시아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 이즈베스티아는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군수품 및 이중 용도 물품 수출과 관련된 불법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 사법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밀수 시도는 주로 우편 서비스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불법 행위가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을 넘어 조직적인 움직임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 중순, 모스크바 경찰은 중국 국적의 한 남성을 체포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최신 전투 장비 시스템인 라트니크(Ratnik) 모델 '6Sh117 순찰 배낭'이 부착된 전술 조끼 두 벌을 중국으로 운송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남성이 이미 '6B45 범용 방탄조끼' 두 벌과 전투 배낭, 그리고 기타 군용 장비를 중국으로 성공적으로 밀반출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앞선 2024년 12월에는 모스크바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27세의 중국인 유학생이 군사 장비를 보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압수된 물품 목록에는 방탄판, 탄피, 그리고 방탄복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경찰 심문 과정에서 해당 물품들을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통해 합법적으로 구매했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그의 주장에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잇따른 중국인들의 러시아 군사 장비 밀수 시도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닌, 더 광범위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측 산업 스파이 활동 가능성을 의심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는 '밀리터리 재연(Military Reenactment) 공동체'의 존재를 주목하고 있다.
밀리터리 재연 공동체는 특정 역사적 전투나 군사 작전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는 취미 활동 그룹으로,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제 분쟁에서 실제로 사용된 전투 장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밀수 시도가 이러한 마니아들의 수집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는 아직까지 추가적인 체포나 향후 입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밀수 시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