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2049년은 중국에 있어서 중요한 해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시진핑은 그날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내 현대 사회주의를 발전시키고, 중국과 중국 문화가 세계에서 정당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포함된다. 기술 자립, 세계적 영향력(일대일로 정책이 그 일환입니다), 군사력 강화, 대만의 '평화적 통일', 그리고 경제적 번영이 그 방안이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연결 기술, 특히 전기 자동차(EV) 배터리가 보이지 않는 손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보를 빼돌리고, 심지어 핵심 기반 시설을 마비시키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4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이자,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숙원을 이루겠다고 천명한 목표 시점이다. 이는 중국 내부의 현대 사회주의 발전뿐만 아니라, 중국과 중국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정당한 위상을 확보하는 것을 포괄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기술 자립,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 군사력 증강, 대만과의 '평화적 통일',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거대한 퍼즐에서 사이버 공간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조각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29일(현지시각) 사이버위크는 사이버 영역을 시작으로,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사이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 보도했다.
중국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 주식회사(CATL)'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배터리 제조업체다. 테슬라(중국 생산 및 수출), BMW, 폭스바겐, 토요타, 현대자동차, 포드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40%에 육박하는 EV가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2025년 1월, 미국 국방부는 CATL을 중국군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방위 산업체 목록에 포함시키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한 배터리 회사가 어떻게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을까?
CATL 공동 회장 판 지안은 수년간 자사의 배터리가 그저 '돌덩이'와 같다고 주장해 왔지만, 2025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CATL의 배터리가 '전기 지능형 자동차(EIV)'를 위한 핵심 부품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전기는 지능을 가능하게 하며, 기존 내연기관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들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특허 및 지식재산 극대화 전략을 컨설팅하는 '퍼시피언스(Percipience) LLC'의 대표 수잔 해리슨은 "우리는 CATL 웹사이트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CATL 클라우드에 연결된다는 명확한 문서를 발견했다. 이는 마치 스테로이드를 맞은 무전기와 같다"고 비유하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에 스파이웨어가 은밀히 심어져 있을 가능성은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어떤 종류의 위협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가? 간단히 말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CATL 클라우드 간의 양방향 통신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는 데이터가 중국 공산당(CCP)의 손에 넘어갈 수 있는 잠재적인 통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이자 '버그크라우드(Bugcrowd)'의 설립자인 케이시 엘리스는 "많은 중국산 개발 시스템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중앙 통제(C2) 기능의 존재는 이것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설계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즉, 명백한 간첩 행위나 파괴 공작을 위해 삽입된 백도어인지, 아니면 무해한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잠재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정문'과 같은 침입 경로인지"라고 짚었다.
가장 직접적이고 단순한 위협은 바로 '데이터 수집'이다. 미 육군 미래 사령부의 전 부사령관 로스 코프먼 예비역 중장은 "배터리가 민감한 장치에 연결되면, 관리자는 배터리가 언제 켜지고 언제 꺼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축적되면, 이 겉보기에는 단순한 데이터에서 엄청난 양의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다. 은밀한 데이터 수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과정 자체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터리의 경우, 데이터 수집 과정이 장치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탐지하기 어렵다.
엘리스는 "중국 공산당은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는 데이터 조각들을 모아 유의미한 정보를 합성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예를 들어, 군사 시설이나 정보 기관의 전력 소비 패턴이 갑자기 증가한다면, 이는 활동 증가의 초기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버 보안 기업 '딥워치(Deepwatch)'의 현장 CTO 크리스 그레이는 "하지만 사이버 보안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우려는 이러한 시스템의 존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악용 가능성과 그 파괴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 인공지능 기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지능형' 기능이 자동차에 통합되는 추세 속에서, 차량과 소유자의 활동이 장시간 동안 은밀히 감시될 수 있으며, 전기차 및 관련 충전 인프라에 악성 코드를 심어 정보 수집 및 스파이 활동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배터리에서 중국으로 데이터를 은밀히 업로드할 수 있다면, 반대로 중국에서 배터리로 악성 코드를 다운로드하여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든 통신을 동시에 차단하는 것조차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률 회사 '인저스티스 풀(Injustice Pool)'과 '더패링톤그룹(The Farrington Group)'의 설립자이자 변호사인 피터 하터는 "아마도 그럴 수 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2024년 헤즈볼라가 원격 제어 무전기를 폭발시킨 사건을 언급하며,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차량의 대규모 운행 중단 사태는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CATL은 단순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넘어선다. 그들의 배터리는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가전제품, 전기 철도 시스템, 그리고 국가 기반 시설의 핵심인 전력망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25년 3월 5일,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의 수석 전력망 과학자인 에마 스튜어트 박사는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충격적인 증언에서 미국 전력망에서 중국산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믿을 만한 미국산 대체재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녀는 또한 '볼트 타이푼'과 '솔트 타이푼'이라는 악명 높은 사이버 공격 조직의 활동을 언급하며 "볼트 타이푼과 솔트 타이푼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 기반 시설의 핵심 기능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이 보고서들이 볼트 타이푼의 수도, 전력, 가스 시설에 대한 은밀한 침투 및 대량 데이터 수집 활동과, 솔트 타이푼의 중요 통신 기반 시설에 대한 정교한 간첩 활동 등 다양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스튜어트 박사는 "2024년 말 캠프 르죈에서 CATL 배터리를 전량 철수한 것은 우리 국가가 이러한 '정문 침입'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현재 이러한 모든 기술을 즉시 철수하는 것은 우리의 회복력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미국 주도의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딜레마를 제시했다.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 시스템(그리고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미국의 군사 동원 능력)에 대한 사전 배치를 통해 악의적인 의도를 품고 있지 않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는 위험 분석가들이 심층적으로 판단해야 할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엘리스는 "클라우드 콜백 기능을 악용하면 시스템에 대한 원격 접근이 가능해진다"며 "중요 인프라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뿐만 아니라 미국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전력 관리 시스템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이 잠재적 경쟁 국가로 은밀하게 중앙 통제 신호(C2)를 전송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극히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보안 기업 '컬러토큰스(ColorTokens)'의 현장 CTO 벤키 라주는 CATL의 전기차 및 BESS 배터리에 내장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C2 채널을 통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배터리 팩과 클라우드 간의 연결이 해킹당하거나, 공급업체의 백엔드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의 표면적이 훨씬 넓어진다"고 경고한다. 최악의 경우, 미 국방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모든 민감한 정보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C2 채널을 통해 전송되는 다양한 매개변수 데이터는 국가 차원의 공격자들이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력 용량과 전력 사용 패턴에 대한 데이터는 공격 시점을 결정하거나 특정 목표를 설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라주는 "BMS는 단순한 도청을 위한 수동적인 백도어 역할뿐만 아니라, 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악용하여 공격 거점으로 재활용될 수 있으며, 인접한 시스템에 대한 'CAN 버스 및 Modbus 기반 공격'을 감행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악명 높은 볼트 타이푼 해킹 조직이 에너지 부문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미국뿐만 아니라, CATL 배터리가 사용되는 전 세계 모든 에너지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야심찬 2049년 계획의 한 단면이거나,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사이버 보안 회사 '페닉스24(Fenix24)'의 CISO(최고정보보안책임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히스 렌프로는 "철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스템 내에 스파이웨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면 매우 깊이 있는 기술 분석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해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는데, 이 경우 단순히 기능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악의적인 의도와 실제 접근 권한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코프먼은 "우리는 이러한 잠재적인 능력이 현실이라고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매우 신중하게, 우리가 반대의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중국이 선의로 행동할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배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자동차나 에너지 시스템에 설치되면, 해당 장치를 파괴하지 않고는 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라고 경고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단순히 배터리 기술만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장갑차를 움직이는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이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의 사고방식, 즉 중국의 영향력과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동시에, 기술적 우위, 압도적인 군사력,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적 번영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공산주의 국제 조직인 코민테른을 현대적인 형태로 재편한 '중화인민공화국 국제(PRCintern)'와 유사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 확대와 문화적 침투 전략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BRI)' 구상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대일로의 표면적인 목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연결성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중국 상품의 수출 시장을 확대하여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려는 숨겨진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또 다른 핵심 우선순위는 중국군의 현대화이다. 그는 중국 상비군의 병력을 감축했지만,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전투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있다. 다만, 중국의 군사 기술은 여전히 서방, 특히 미국의 기술 수준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의 사이버 부대가 서방 국가의 국방 조직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군사 및 국방 관련 핵심 지식 재산을 탈취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지속적인 야심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고조시킨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목표는 '평화적 재통일', 즉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대만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중국은 증강된 군사력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시진핑 주석의 '2049'라는 더 큰 야망이 좌절되기 시작한다면, 유사한 강압적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군사력이 직접적인 영향력 확보에 사용되지 않더라도,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CATL과 중국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 사이의 유사점, 그리고 이 두 기업에 대한 서방 세계의 깊은 우려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두 기업 모두 이미 서방 국가의 핵심 인프라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중국 정부에 민감한 데이터를 은밀히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저가 공세를 통해 서방 국가의 핵심 국가 기반 시설(CNI)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수잔 해리슨은 CATL의 복잡한 재무 거래 및 기업 구조를 면밀히 조사하며 단서를 찾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특허 및 지식재산권 시스템을 비관세 장벽이자 무기로 활용하고 있으며, 어쩌면 CATL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다양한 야심찬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하기에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분석이다. 해리슨은 "중국은 심각한 청년 실업률과 심각한 현금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며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2000년대 초 미국의 주택 거품보다 두세 배나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원인이었다. 중국의 부채는 대부분 국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면 중국 국영 은행들은 금융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경우에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2018년 CATL은 선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어 약 8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홍콩 증권 거래소에 대한 두 번째 상장은 2025년 5월경 완료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50억 달러(약 7조1500억원)에서 80억 달러(약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2024년 CATL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기존 현금 보유액은 무려 357억8000만 달러(약 51조1700억원)에 달했다.
피터 하터 변호사는 CATL이 이번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 어쩌면 40%가 중국 공산당(CCP)에 직접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홍콩과 선전 증권 거래소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그 액수는 훨씬 더 클 수도 있다"며 "CATL의 경영진은 대부분 당원들로 채워져 있으며, CATL의 주된 목적은 중국 정부와 중국군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슨 역시 중국 정부가 특허 제도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자국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CATL의 홍콩 증시 상장 관련 문서는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으며, CATL은 "39,792건의 승인/출원 중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과 3일 후, 이 수치는 43,354건으로 급증했다. 해리슨은 "CATL은 스스로를 진정한 혁신 기업으로 포장하기 위해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포트폴리오에는 수많은 모순과 허위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해리슨은 CATL을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플레이북'의 사례로 지목한다. 그녀는 "이는 다양한 산업 분야, 특히 중요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핵심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전략"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이 CATL 외에도 매우 많다고 가정해야 한다. CATL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사례일 뿐이며,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야심찬 2049년 계획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전략이다. 여기서 논의된 모든 요소들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이미 상당 부분 실행된 조치들이다. 이러한 개별적인 움직임들이 긴밀하게 조율되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설령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상호 보완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중국의 '위대한 부흥' 계획은 중국이 문화, 경제, 영향력, 그리고 군사력 등 모든 영역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이러한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했을 때 비로소 달성 가능한 거대한 그림이다.
동양과 서양 문화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개인주의적인 서양 문화는 즉각적인 결과와 만족을 중시하는 반면, 집단주의적인 동양 문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수적인 피해를 감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단, 최종적인 목표는 '우리' 팀의 승리다. 중국은 서양인들이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장기전을 은밀하게 펼치고 있으며, 그럴듯한 명분과 부인 가능성으로 위장하고 있다. 우리는 눈앞의 개별적인 위협은 감지할 수 있지만, 거대한 전략적 그림 전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개별적인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분석하는 능력 부족은 서방 세계의 반복적인 실패 패턴으로 지적된다.
만약 CATL 사태가 중국의 치밀하게 조율된 전략의 일환이라면, 우리는 전쟁이 더 이상 전통적인 군사적 충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물론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전쟁은 기존의 경제적 힘의 우위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강점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약점은 은밀하게 위장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버 공간이 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핵심적인 부분,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전장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사이버 보안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