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4일과 5일 밤 사이, 파키스탄군이 통제선(LoC)을 따라 11일 연속으로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이는 지난 4월 22일 발생한 파할감 테러 공격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양국은 2021년 2월 휴전 협정을 갱신한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잠무-카슈미르의 쿠프와라, 바라물라, 푼치, 라자우리, 멘다르, 나우셰라, 순다르바니, 아크누르 맞은편 지역에 걸쳐 무차별적인 소총 사격을 가했다. 인도군은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키스탄군의 휴전 협정 위반은 4월 24일에도 인도양 국경선(LoC)을 따라 이유 없이 소총 사격을 감행하며 시작됐다. 이는 인도가 외교 관계 격하, 인더스강 조약 중단, 아타리 국경 봉쇄 등 강력한 대파키스탄 조치를 발표한 직후 발생한 것이다.
인도 PTI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군은 처음 북카슈미르 쿠프와라와 바라물라 지역의 여러 초소를 공격했으며, 이후 도발 행위는 잠무 지역의 푼치와 아크누르 지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 수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린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4월 22일 파할감 바이사란 밸리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이었다. 파할감 바이사란 밸리(Pahalgam Baisaran Valley)는 인도의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이 공격으로 대부분 관광객을 포함한 26명이 사망했으며, 인도 정부는 이를 파키스탄 배후 세력의 소행으로 강력하게 규탄하며 일련의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인도 정부는 SAARC 비자면제제도(SVES)에 따른 모든 파키스탄 국민의 비자를 취소하고, 인도에 거주하는 모든 파키스탄 국민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다. 또한,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인더스강 조약의 중단을 선언하고, 양국 간 주요 교역로인 아타리 국경을 봉쇄하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인도의 강력한 보복 조치에 파키스탄 역시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파키스탄 정부는 양국 관계의 근간이 되었던 1972년 7월 2일에 체결한 평화 협정인 '심라 협정(Simla Agreement)'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인도 항공편에 대한 영공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는 인도 정부의 조치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국 간의 갈등은 물리적 충돌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배우 하니아 아미르와 마히라 칸을 포함한 여러 파키스탄 유명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접근을 차단했다. 이는 파키스탄 측의 선전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는 허위, 선동적인 콘텐츠 및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15개 이상의 파키스탄 유튜브 채널을 삭제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정보전을 차단하고, 인도 내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립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시작된 뿌리 깊은 역사적, 종교적 갈등에 기인한다. 특히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양국 간의 핵심적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차례의 전쟁과 무력 충돌을 야기했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주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들어 주민투표를 통한 영유권 결정을 주장하는 반면, 인도는 카슈미르가 이미 인도의 영토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영토 분쟁 외에도, 양국은 테러 문제, 국경 문제, 종교적 갈등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최근 파할감 테러 공격은 이러한 뿌리 깊은 갈등이 표면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인도는 이 공격의 배후에 파키스탄 기반의 테러 단체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강력한 보복 조치를 통해 파키스탄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은 인도의 주장을 부인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어 양국 관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당분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역내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깊은 불신과 해묵은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 간의 갈등 격화는 지역 안정을 넘어 국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인도와 파키스탄이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을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양측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긴장 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